'지인 능욕' 딥페이크 공포..."SNS 비공개로"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최근 한 대학 여학생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된데 이어 비슷한 딥페이크 제작용 텔레그램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SNS 등에 '피해 학교 명단'으로 떠돌고 있는 곳만 100곳은 족히 넘는 가운데 '내 사진도 이용된 것은 아닌지'하는 여성들의 공포심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는 물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대거 발견됐다.
앞서 인하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타깃이 된 단체 대화방 운영자 등이 검거됐다. 이뿐만 아니라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여럿 만들어져 대화방마다 수천 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겹지인방'이라는 채팅방을 만들어 참가자들이 함께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했다.
텔레그램의 채팅방 검색을 지원하는 '텔레메트리오'에서 '겹지방'(겹지인방)을 검색하자 이날 기준 3천500여명이 구독하고 있는 '대학별 겹지방'이 바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1천800여명이 구독 중인 '대학 겹지방' 등 유사한 텔레그램 채널도 발견됐다.
가해자들은 주로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을 저장해 범행에 활용했다. '봇 프로그램'을 활용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도록 하는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다.
현재 SNS에서는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이 만들어진 지역과 학교 명단이 퍼지고 있다. 명단에 오른 전국 중·고교와 대학교 이름만 수백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공포심을 안겨주고 있다.
여군의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대화방도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대화방을 캡처한 사진을 보면 대화방 운영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참가자에게 여군의 군복 사진과 일상 사진, '능욕글'을 요구했다.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자신의 사진이 담긴 SNS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하고 사진을 내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회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현재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신상 및 딥페이크 합성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개인 사진을 내려 피해를 예방하시기 바란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주말 사이 X(엑스·옛 트위터)에서 게시물을 보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사진도 활용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며 "어쩐지 꺼림칙해서 내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을 전부 둘러보고 셀카는 전부 내렸다"고 전했다.
딥페이크 영상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해 총 7천187건의 시정 요구를 결정했으나, 올해에는 7월 말까지 전년 대비 약 90%에 달하는 총 6천434건을 시정 요구로 결정했다.
올해 서울에서만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으로 10대 청소년 10명이 입건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외국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특성 탓에 수사에는 한계가 있다.
인하대 재학생이 피해를 입은 딥페이크 사건을 수사하는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피해 영상물을 재유포한 텔레그램 참가자 1명을 붙잡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고 참가자 2명도 신원을 특정해 수사 중이다.
그러나 정작 단체 대화방 운영자에 대한 신원 특정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은 수사기관이 신고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도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물과 활동 내용을 쉽게 삭제할 수 있어서다.
서울에서 사이버 범죄를 수사하는 한 경찰 수사관은 "단서를 수집한다고 하면 크게 피해자, 피의자, 플랫폼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다"며 "플랫폼(텔레그램)으로부터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의 협조가 없으니 피의자를 특정하기가 어렵고 피해자가 알 수 있는 부분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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