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 데리고 시골살이 도전, 이 부부가 사는 법

오창경 2024. 8. 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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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 이력도 특별한 부부... 충남 부여 충화면에 대가족이 정착해 일어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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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경 기자]

50대인 내가 '언니'라고 불러야 할 사람만 많은 시골살이에서,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될 젊은 부부가 이사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기에 어린 아이들 넷을 데리고 용감하게 시골살이에 도전했다고. 그 화제의 부부를 지난 8월 8일 만나러 갔다.

하지만 4남매 엄마는 연예인보다도 만나기 어려웠다. 몇 번의 전화와 방문을 통해 겨우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전화 인터뷰와 방문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언어와 악기, 운동은 한 가지씩은 가르치겠다는 의지로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을 위해 수영장과 학원 등으로 바쁘게 사는 그. 여느 엄마와 비슷한 오꽃님씨는 4남매 엄마라 딱 4배로 바쁘다.

노고산 아래 대가족 모여든 배경
 막내와 함께 나타난 오꽃님씨
ⓒ 오창경
부여군 충화면이 시작되는 곳, 지석 마을 노고산 아래 그들이 살고 있었다. 4남매 부모인 박선민, 오꽃님씨(40세) 동갑내기 부부와 언니네 세 식구, 친정 부모님까지 오순도순 11명이 사는 곳은 기독교 선교 활동을 하던 기도원이었단다.

고령의 원장 목사님이 홀로 운영하다가 임종을 앞두고 이 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게 되었다. 이어서 언니네와 부모님까지 합류하면서 요즘 보기 드문 3세대 가족이 살게 되었다. 이 가족들이 쉽게 시골살이를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집과 시설이 갖춰진 준비된 곳이라서이기도 했다.

"남편이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아이들을 씻고 재우고 픽업해주는 등의 육아의 전 과정을 함께 해주고 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들 도시락까지 싸줄 정도로 적극적으로 육아를 도와줘서 많이 낳아도 두려움이 없었어요."

만나 보니 이 부부는 아이들을 낳고 육아하는 부모의 의무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부부간에도 깊은 신뢰가 단단하게 형성된 젊은이들이었다. 서로를 든든하게 믿기 때문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의미였다. 4남매를 데리고 시골행을 택한 젊은 부부라는 흔치 않은 이력도 특별한데, 마음 씀씀이까지 따뜻한 젊은 부부였다.
 부여 충화면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물놀이장을 개방했다.
ⓒ 오창경
이들 부부는 국외 선교사로 필리핀에서 단기 선교 유학 중에 만나서 결혼했다. 결혼 후에 뉴질랜드에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삼 남매를 낳았고 양육하던 중이었다. 영주권 획득을 코앞에 두고 안정된 생활보다는 도전적인 삶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남편의 뜻에 따라 다시 한국행을 결정했고, 지금 이 충남 부여의 오지마을을 선택해서 정착했다고.

"셋째 5개월 때 넷째가 생겼어요. 결혼하면서 3남매를 계획했는데 4남매가 된거죠. 아이들은 낳을수록 귀여워요. 오히려 넷이 되니까 아이들끼리 돌보고 서로 놀아주고 하니까 우리 육아가 덜 힘들던데요. 우리는 아이들한테 당당하게 말해요. '너희들끼리 서로 잘 돌보고 놀면서 크라고 넷을 낳아줬다'고요."

아이 넷을 키워보니 4남매 사이에 끈끈한 애정과 서열 의식, 사회성 등이 생성해 서로 견고한 우애로 발전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 4남매 육아가 힘들지 않다고 꽃님씨는 말한다.

4남매 엄마이며 긍정에너지가 넘쳐 보이는 오씨는 이제 막 첫 돌이 지난 막내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방문했던 날은 마당에 수영장을 설치해 놓고 충화면의 아이들을 모두 데려다가 물놀이를 시키는 날이었다. 소나기가 잠깐 지나가고 해가 구름에 가린 틈에 아이들의 물놀이는 절정에 달했다.
▲ 부여군 충화면에 사는 아이들. 버스 한대도 못 채울 정도로 적은 시골 아이들을 불러 모아 물놀이를 함께 즐기게 해준 오꽃님씨네 가족
ⓒ 오창경
마을에는 봄밤의 개구리떼처럼 악다구니를 쓰며 노는 아이들이 있어야 살 맛이 나는 법이다. 인구 천명을 간신히 넘나드는 부여 충화면에 사는 아이들을 다 끌어모았어도 버스 한 대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쇠락하는 농촌 마을에 이들 가족이 들어와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충화면(충남 부여군)은 오지라고는 하지만, 뉴질랜드와 환경이 비슷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픽업해주는 것이며 자연환경도 고즈넉한 것이 우리 부부는 여기가 맘에 들었어요. 너무 시골이라 도시와 교육 격차도 고민했지만 우선 아이들과 살았던 뉴질랜드와 여기가 비슷한 환경이라 좋았어요."

전교생이 20명을 넘지 않아 폐교 위기에 처해 있는 충화초등학교에도 희망이 생겼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 젊은 부부 덕분에 충화면의 학부모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올해부터는 꽃님씨는 충화초등학교의 운영위원장까지 맡아서 지역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마당에 물놀이 풀장을 만들어서 충화면의 아이들을 다 불러 모았던 그날도 부모들까지 찾아와 마당에서 삼겹살을 굽고 파티를 준비 중이었다. 4남매와 조카까지 다섯 아이들의 놀이터만으로로 충분할 곳을 온동네 아이들에게 개방했더니 부모들까지 신났다.

지역 소멸과 저출산, 급속한 핵가족화로 마을 공동체의 활력이 사라진 마을에 이들 가족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남편이 총신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요. 우리는 여기 기도원을 은퇴 선교사들의 보금자리로 운영하고 싶어요. 특히 독신 여성 은퇴 선교사들은 퇴직한 후에는 머물 곳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들의 노후를 보살펴주고 노년을 함께 지내는 공동체적 삶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기독교적 박애주의와 인본주의까지 갖춘 젊은 부부의 사상을 들으니 경외감이 느껴졌다. 단순히 시골살이를 동경하거나 농업 자본주의의 꿈을 가지고 시골행을 택하는 젊은이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했고 실천하고 있었다.
▲ 아이들 물놀이를 계기로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는 충화면 학부모들 부여 충화면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물놀이장을 개방해 시골살이의 참맛을 즐기는 4남매 부모.
ⓒ 오창경
4남매의 아버지인 박선민씨는 주말에는 전주의 큰 교회에서 전도사이자 교회 실무자로 일하고, 주중에는 부여 충화면의 시골 마을에서 밤농사를 짓는 임업 후계자이기도 하다. 그가 선택한 삶은 요즘 사람들은 기피하는 선택들 뿐이다.

4남매 다둥이 부모와 비전 없는 시골살이, 종교 지도자 등은 요즘 젊은이들의 트렌드와는 동떨어져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라서 나중에는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앞이 잘 보이는 길이 아니다. 도농 균형 발전이나 저출산에 대한 실효성 없는 정책을 쏟아내는 당국보다도, 이 젊은 부부의 실행력을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에서 무에타이와 킥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형부와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언니네 가족까지 이 시골살이에 합류한 계기는 언니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장애인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번아웃' 증상이 나타났고, 동생네가 먼저 개척한 길을 따라오게 되었다.

이들이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기를

시골에서 아이들과 자연을 즐기며 재미있게 사는 이들 모습을 본 친정 부모님까지 여기로 내려오면서, 꽃님 씨네 가족은 대가족이 되었고 부여 충화면의 인구를 대폭(?) 늘려준 공신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대가족 속에서 살아서 이렇게 모여 사는 삶을 오히려 동경했어요. 나중에 시부모님도 은퇴하시면 함께 살 생각이에요."

이런 천연기념물 같은 젊은이들을 또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부여군 충화면에 오꽃님씨네 4남매와 친정부모, 언니네 가족까지 3세대 가족이 정착하게 된 것은 행운이다.

앞으로 이들이 시골살이 꿈을 간직한 젊은이들의 모범 사례가 되길 바란다. 지자체에서는 젊은이들의 안정적인 시골 정착을 위해 소득과 교육 격차가 없는 실질적인 정책 등을 마련하고, 향후에도 세심한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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