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 수수료 문제, 미국은 이렇게 했다
[권성훈 기자]
▲ 쿠팡 불법·불공정행위 규탄 및 상생협의 촉구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소상공인연합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택배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이 8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 불법·불공정행위 규탄 및 상생협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이정민 |
코로나19 이후 외식업계는 각종 경비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배달 음식 중개 플랫폼 기업(아래 배달 플랫폼)들이 자사 이익만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하며 갈등이 심화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배달의민족이 최근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44% 인상하며 입점 업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지방은 아무래도 수도권보다는 플랫폼의 지배력이 약한 편이었어요. 그래서 가게에서 직접 배달하는 주문 건과 '쿠팡이츠'나 '배민1' 처럼 플랫폼 배달 대행을 이용하는 주문의 비율이 얼마 전까지는 8:2 정도였죠. 그런데 배달 앱이 할인 쿠폰을 공격적으로 뿌리면서 현재는 이 비율이 거꾸로 되었어요. 문제는 수익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거죠. 플랫폼이 배달 대행까지 제공하는 서비스 상품은 건당 수수료도 내야 하고 심지어 내가 직접 배달할 수 있는 주문도 플랫폼 배달로 접수되면 그 배달 비용까지 부담하니 그만큼 제 수익이 사라지는 거죠."
위 내용은 수개월 전, 광주광역시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운영하는 A씨와 인터뷰였다. 당시 주제 또한 배달 음식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였다. 이후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업주들은 이럴 바에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를 앱 음식값에 반영하여 매장 판매가와 차별화한 '이중가격제' 시행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소비자의 반발을 가장 두려워하는 업주들이 고육지책에 가까운 선언을 하며 이 문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선 '배달 음식 중개 플랫폼'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일까? 그렇지 않았다. 서비스업이 발달한 미국도 같은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 내 플랫폼 기업 문제의 대처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하여 미국 내 뉴스와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 분석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전달해 보고자 한다.
▲ 20% 수익을 기대하는 데, 배달앱 수수료가 30% 시카고 썬 타임즈지가 보도한 기사 내용 중 일부 |
ⓒ Chicago Sun Times |
위 사진은 <시카고 선 타임스>의 기사 중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음식점 사장 마지에(Magiet)씨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캡처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20%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이 매출의 30%를 가져간다면 음식점에 남는 것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2년 전 기사이지만, 현재의 국내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활동에서 원가가 오르면 비례하여 판매가가 오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음식점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바로 반영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 내 업주들 앞에 놓은 선택지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플랫폼을 빠져나가거나 원가 요소인 플랫폼 수수료를 음식값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 속 선택지는 사실 하나였다. 그 이유를 <시카고 선 타임스> 기사 속 사장 마지에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무리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싶어도 이제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많은 고객이 배달 앱에 너무 익숙해져 있거든요."
앱에 입점한 우리나라 음식점들과 똑같은 상황이다. 이제 미국 업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다. 앱 수수료를 앱에 등록한 음식값에 시원하게(?) 반영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었을까?
자본주의 본산인 미국에서 탄생한 기업들이 그렇게 녹록할 리 없었다. 앱에 제시된 음식 가격이 현장 판매가보다 비싸다면, 고객들이 앱 이용을 기피할 것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미국 플랫폼 기업들은 입점 업체와의 계약서에 '가격 경쟁 제한(또는 가격 동등)' 조항을 포함했다. 즉, 자사 앱에 입점한 음식점은 음식값을 타사 앱이나 매장 내 판매가와 같거나 더 싸게 유지해야 한다고 계약으로 강제한 것이다. 이걸 전문용어로 '최혜 대우'라고 한다.
방법만 다를 뿐 우리나라 사정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배달 플랫폼 횡포에 음식점 경영에 더불어 '공플사(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란 단체를 만들고 대표로도 활동 중인 김영무 사장은 다음과 같이 국내 상황을 밝혔다.
"쿠팡이츠와 배민 모두 서로 타사 앱보다 자사 앱 메뉴 가격이 높으면 안 된다고 해요. 같거나 싸야 한다는 거죠. 두 앱 모두 자신들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구독서비스 카테고리에서 퇴출한다 압박합니다. 항의요? 업주들은 기껏해야 고객센터하고만 연결되죠. 고객센터는 '잘 모르겠다. 전달하겠다'라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소리만 하고요. 이 문제가 최근 기사화되니까, 두 본사 모두 '공식 정책은 아니다'라고 하며 일부 지역 영업소의 일탈이라고 하던데 전국적인 일이 어떻게 일부 일탈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현재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배달 앱 수수료로 인해 음식점들이 크게 힘들어졌을까?, 아니면 업주들의 주장은 엄살이었을까? 혹은 플랫폼 기업들이 수수료를 대폭 낮추는 등 음식점에 우호적인 정책으로 변화를 주었을까?
▲ 반독점 소송 기사 TIME지가 보도한 '반독점 소송' 기사, 소비자 단체가 배달 플랫폼 기업들의 악의적 정책으로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
ⓒ TIME |
뉴욕의 한 소비자 시민단체가 그럽허브(Grubhub), 도어대시(Doordash), 포스트메이츠(Postmates), 우버 이츠(Uber Eats)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타사 앱에 등록한 동일 메뉴의 음식값은 물론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는 음식값까지 자사 앱 내 가격과 같게 유지하도록 계약서 약관으로 강제하는 (가격 경쟁 금지 조항, NPCC) 바람에 외식비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이들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한 것이다. (Davitashvili et al v. Grubhub Inc. et al)
이 소송에서 시민단체는 플랫폼 기업에 2016년 4월부터 미국 내 식당 이용 또는 배달 고객들에게 피해 비용의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피소된 기업들은 즉시 반박 성명을 낸 후, 중재하고자 한다며 해당 집단 소송에 대해 기각을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2023년 3월 뉴욕 연방 법원은 이 집단 소송이 중재를 통해 해결될 수 없다며 오히려 이들의 요청을 기각했다. 이에 플랫폼 기업들은 즉각 항소하며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후 미국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입점 계약서에서 해당 약관을 삭제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그간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외식비 상승의 원인을 음식점의 이기심으로 보는 등 문제의 본질을 간과해왔다. 이는 배달 플랫폼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 수준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결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자율규제'와 같은 비현실적인 방법론으로 공회전만 하고 있었다.
▲ 배달비가 대폭 올랐다. 그렇다면 배달기사에게는 얼마가 돌아가는가? Vox 미디어가 보도한 기사 |
ⓒ Vo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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