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中통역관 "美대선 전환기 위험…'묻지마식 반중' 삼가야"

서유진 2024. 8. 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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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1월 미국 대선과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식 사이의 전환기가 미·중 관계에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 "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방중할 당시 수석 통역관을 지냈던 채스 프리먼(81) 전 미 국방부 차관보가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미·중 관계에 또 다른 위험신호가 찾아오고 있다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26일 보도)에서 이 같이 진단했다. 프리먼 전 차관보는 오랜 기간 국무부와 국방부를 넘나들며 일했으며, 주중 미국 부대사 등을 지낸 중국통 베테랑이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선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타 중국이 (대만 유사 사태를 일으키는 등) 무력에 의지하게 된다면, 이는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 대선 후 선거 결과에 불복 등 권력 전환이 매끄럽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지적이다. 2021년 미 의회 점거 사태와 비슷한 미국 내부의 혼란상이 벌어질 경우, 중국 입장에선 대만을 공격할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방중할 당시 수석 통역관을 지낸 채스 프리먼 전 국방부 차관보. 프리먼 전 차관보는 주중 미국 부대사 등을 지낸 베테랑 외교관이다. X(옛 트위터)

하지만 이는 중국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프리먼 전 차관보의 판단이다. 그는 "미 행정부는 바뀔 수 있지만, 미군은 그렇지 않다"며 "대만을 둘러싼 전쟁에 대한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국민의 분노가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먼 전 차관보는 앞으로 미·중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양국 간 경쟁을 ▶건강한 경쟁(향상) ▶적대감이 있는 경쟁 ▶매우 건강하지 않은 경쟁(몰살) 등 3단계에서 현재 중간 단계에 있다고 봤다. 현 단계에선 "자기 개선이나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발목을 잡고 상대가 잘 안 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1972년 방중 당시 수석 통역관으로 일한 프리먼. 차이나 파일 홈페이지

그러면서 미·중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인 친구가 많은 나도 중국을 이롭게 하려는 게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양국은 전략적 비전과 숙련된 외교를 통해 평등과 상호 이익에 기반을 둔 관계로 평화로운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의 부와 권력이 증가하는 것을 활용하는 접근 방식을 옹호하는 일이 '판다 포옹'으로 치부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프리먼 전 차관보는 "중국 전문가였던 헨리 키신저(전 국무장관)도 처음엔 중국에 대해 무지했고, 중국을 경멸하고 반대했었다"면서 "하지만 중국을 직접 경험하면서 미·중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언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키신저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향후 중국과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서로 존중하는 협력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측 모두 서로에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중국 베이징의 전시센터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보여주는 전시물 앞에 있는 관람객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소위 '묻지마식 반중'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냉전 시대에는 중국어를 구사하는 고위 장교들이 미국 의회의 선동가들에게 박해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이런 선동가들은 중국인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고 외국어 능력도 보통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분위기라면 우리가 과거 상황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양국 관계의 악화로 유학생 등 인적 교류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중국에서 공부한 수천 명의 미국인이 (중국인보다) 중국에 대해 훨씬 더 잘 아는데, 이런 미국인이 줄고 있다"며 "양국 안보기관의 공격적인 행동이 학생들의 상호 교류를 막고 있는데, 이런 교류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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