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브이로그 하는 독일 부모와 우리가 다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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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은 기자]
오늘도 한국 TV 프로그램에서는 유명한 강연자가 가족 에피소드로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인터넷에서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와 가족 동영상이 수없이 흘러나온다. 나의 의문은, '남에게 본인 거실과 가족 생활을 공개하고 보여주는 사람들이 왜 늘어나는가?' 이다.
▲ ▲ 우리 목적에 따라 콘텐츠 소재로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
ⓒ omarlopez1 on Unsplash |
우리는 자녀와 가족, 가정생활을 타인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 목적에 따라 콘텐츠 소재로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반면, 독일에선 이것이 금기시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독일인 친구에게, 그(녀)는 나에게 결혼, 자녀, 가족과 가정사를 스스럼 없이 묻거나 말하지 않는다.
패밀리블로깅을 하는 독일 부모는 소수이고, 등장한 자녀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사생활 보호에 신경 쓴다. 독일 헌법은 아동의 인격권을 보호하며, 부모의 게시 행위가 아동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법적 대응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밀리 블로깅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할 점과 독일에서 시사받을 점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아이 개인 정보 보호에 유의해야 한다. 패밀리 블로깅에 필연적으로 아이 얼굴과 신상 정보가 노출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예로, 독일의 개인정보 보호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과 같은 법률은 아동을 포함한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규정이 있다. 부모가 자녀사진이나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는 이러한 규정을 위반할 수 있으며, 특히 자녀가 나이가 들면서 게시물 삭제를 요구할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둘째. 동의 문제다. 인터넷 영상에서 본 장면이다. 작은 바구니에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안경을 쓰고 손은 턱에 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수건이나 기저귀 하나로 가린 몸을 다수에게 보여준다. 만약 이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작업에 동의했을까?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미성년 자녀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논의하고 있다. 예로, 독일 부모가 자녀 사진을 게시할 때는 자녀 동의가 필요하다. 독일에서는 자녀 동의가 없는 경우, 특히 사춘기나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 사진을 게시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셋째, 아동의 잠재적 착취에 대한 윤리적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디어 콘텐츠로 수익이 발생한다면 자녀에게 노동에 따른 대가 지불은 필수적이다. 영상 속 아이는 노동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 만일 아동 노동이라면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온라인 상 공개된 아동 사진이 다른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다. 신상이 밝혀진 아이들은 유괴 위험이 있고,여러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인터넷 아이 사진은 떠돌다가 아동포르노 사진으로 합성, 유포되기도 한다. 유아교육기관이나 학교에서 아이들 사진이나 영상 제작 시 주의해야 한다.
예로 독일 청소년 보호법은 미성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 동의 없이 아동 사진이나 영상이 공개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다섯 째, 온라인 속 대중 공개 경험이 아이 성장, 발달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여부다.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현재로선 자세히 알 수 없다. 예로, 아이가 실제 자신과 편집된 이미지 간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편집을 거쳐 만들어지고, 보여지는 매체 속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상에서 잊혀질 권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여섯 째. 부모 권리와 책임을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 법정 대리인으로서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부모 권리와 책임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예로, 독일 부모는 자녀 이미지를 온라인에 게시할 때 자녀 권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자녀 장래에 대한 고려와 함께, 부모가 자녀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연결된다.
나도 한때는 인기강사였는데, 그것은 내 아이를 키우는 생생한 얘기가 교과서 속 이론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끔 부모님과 개성 있는 이웃 양육 스토리까지 더해져 내 강의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이것이 썩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은 아동인권 공부를 좀 더 하고 나서이다.
어느날 아이들에게 물었다.
"오늘 일어난 일을 강의 중에 엄마가 말하고 싶은데, 괜찮아?"
아이들은 더러 동의했으나 커가면서 거절이 분명해졌다.
"내 얘기 하지 말아, 엄마 얘기 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사단법인 3P아동인권연구소 홈페이지 등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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