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첫 회부터 몰입감 미쳤다... 고달팠던 자이니치 삶

김상화 2024. 8. 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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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플TV+ '파친코' 시즌2

[김상화 기자]

 애플TV+ '파친코' 시즌2 예고편
ⓒ 애플TV+
애플TV+의 대표 시리즈물 <파친코>가 2년여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파친고>는 일제 강점기 시절 핍박받던 재일 조선인들의 삶과 40여년이 지난 후이 이야기를 교차 편성으로 담으면서 진한 울림을 선사한 바 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변변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OTT 플랫폼이라는 한계에도 <파친코>는 피바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 각종 시상식의 수상작으로 호명될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이 드라마를 통해 무명의 신예 김민하는 일약 글로벌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윤여정, 한류스타 이민호 등 한국 배우들과 한국계 일본 배우들의 좋은 호흡은 <파친코>의 완성도를 높이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23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 <파친코> 시즌2 (이하 '파친코2')는 시즌1에서 못다했던 이야기와 그 이후 주요 인물들의 파란만장 인생사가 40여 년의 시차를 넘나들면서 전개됐다. 매주 한 편씩 소개되는 <파친코 2>의 첫 회는 시즌1의 명성에 걸맞은 흡인력 강한 이야기로 구독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1945년 오사카... 패망 직전의 일본
 애플TV+ '파친코' 시즌2 예고편
ⓒ 애플TV+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망이 임박했던 1945년 어느 날. 오사카를 배경으로 <파친코2>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어린 선자(김민하 분)은 두 아들을 데리고 시장에서 김치 장사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 나간다. 남편 이삭(노상현 분)은 수년 전 수감되었고 손위 형님 경희(정은채 분)과 더불어 의지하면서 일본에서의 삶을 이어가는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 선자는 결국 밀주 제조에 뛰어든다. 하지만 경찰 단속에 걸려 유치장에 수감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때 도움의 손길이 선자에게 도달했다. 다름 아닌 옛 연인이자 큰 아들의 생부, 그리고 일본에서 성공한 사업가 '고사장' 한수 (이민호 분)였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사람을 풀어 선자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고사장이 손을 쓴 것이었다.

미국의 대규모 공습(핵폭탄 투하)이 벌어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고사장은 시골에 몸을 피할 곳을 마련했으니 가족들을 데리고 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선자는 단칼에 이를 거절한다. 감옥에 갇혀 있는 남편 이삭을 홀로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선자를 향한 고사장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1989년 일본...버블 경제의 끝자락
 애플TV+ '파친코' 시즌2 예고편
ⓒ 애플TV+
시즌1 당시 미국 예일대 유학을 거쳐 금융계에 뛰어든 엘리트 청년으로 등장했던 선자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이 시즌2에선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계약을 망친 탓에 회사에서 해고된 그는 투자자를 모아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을 내쫓 사업가에게 찍힌 나머지 좀처럼 업계에서 투자처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친코 사업으로 남부럽지 않게 집안을 키운 할머니와 아버지 모자수(박소희 분)는 이런 사정에 사업장을 담보 삼아 큰 돈을 대출 받고 솔로몬에게 1억엔 수표를 내민다. 하지만 가족들이 자신을 위해 온갖 헌신을 아끼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던 솔로몬은 이 돈을 찢어버리고 만다.

"이제 너무 힘들어요. 더 이상 못 하겠어요. 저, 할매를 계속 불쌍해 하면서 살 수는 없어요."

이런 와중에 옛 친구의 투자 제안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만다. 솔로몬의 움직임을 알게 된 사업가가 손을 쓴 나머지 그간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 일보 직전에 놓인 것이다.

핍박 받는 이민자들의 삶...그래도 희망은 있다
 애플TV+ '파친코' 시즌2 예고편
ⓒ 애플TV+
<파친코2>의 연출진이 모두 교체되었지만 전작의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 드라마 특유의 탄탄한 프로덕션은 누가 연출을 맡더라도 일관성 지닌 작품 제작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을 보여준다. 시즌2 역시 마찬가지다.

출연진들의 신명나는 막춤(?)으로 출발하는 오프닝 시퀀스의 화려함은 파친코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힘겹지만 여전히 삶에 대한 치열한 의지를 드러내는 선자를 비롯한 등장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마치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1945년과 1989년을 수시로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는 자칫 산만함을 안겨줄 수도 있는 위험요소다. 하지만 <파친코 2>에선 이런 이야기 전개가 이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담아내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민자를 향한 차별에 그저 숨죽일 수 밖에 없었던 선자와 이를 참지 못하고 분노하는 손자 솔로몬을 대조적으로 그리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핍박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본작의 공개 직전 한국 내 친일 논란의 혼란스러움, 고시엔 고교 야구대회의 재일 한국인 학교 우승 등이 맞물리면서 <파친코 2>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일본 내 이방인이나 다름 없던 '자이니치'(일본에서 재일 한국인을 부르는 명칭)들의 고달팠던 삶을 조금이나마 드라마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한편 <파친코 2> 매주 금요일 1편씩, 총 8화에 걸쳐 오는 10월 11일까지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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