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CEO 체포 부당"...가상자산 업계 지지 행렬

황지현 2024. 8. 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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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프랑스서 '범죄 악용' 방치 혐의 체포
톤·바이낸스·트론·DWF랩스, 파벨 두로프 CEO 지지 표명
"정부에 단 1바이트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 않겠다" 과거 발언 조명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9억명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SNS) 텔레그램의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에서 긴급 체포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두로프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오픈네트워크(톤·TON) 커뮤니티는 성명을 통해 "언론 자유와 탈중앙화에 전념하는 커뮤니티로서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에 파벨 두로프를 변함없이 굳게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로프 이러한 가치를 헌신적으로 옹호해 왔으며 개방적이고 탈중앙화된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톤 커뮤니티는 공식 X(구 트위터) 프로필 사진에 디지털 레지스탕스(Digital Resistance)의 상징인 '레지스탕스 도그(resistance dog)'로 변경했다. 레지스탕스 도그는 두로프가 지난 2018년 직접 그린 그림으로, 텔레그램 이용자들의 사생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상징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의 석방을 촉구하며 톤(TON) 코인 로고를 '레지스탕스 도그'로 업데이트 했다. 바이낸스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도 두로프를 지지하며 가상자산 톤 로고를 레지스탕스 도그(Resistance Dog)로 업데이트했다.

또 저스틴 선 트론(TRX) 설립자는 "FreePavel DAO(탈중앙자율조직)을 구성 두로프의 석방을 요구해야한다"며 "커뮤니티 지지를 받아 DAO가 만들어진다면 100만 달러(약 13억2000만원)를 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자산 마켓 메이킹 업체인 DWF랩스 설립자 안드레이 그라체프와 대체불가토큰(NFT) 프로젝트 밈랜드(Memeland)도 두로프의 석방을 지지하는 의미로 각각 50만 달러(약 6억6000만원)·100만 달러 상당의 톤 코인을 매수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 등은 24일(현지시간) 두로프가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프랑스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두로프가 개인 전용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에서 출발해 프랑스로 입국하던 중에 공항에서 체포영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두로프는 198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2013년에 형 니콜라이와 함께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텔레그램에서 주고받는 메시지가 암호화돼 보안이 강력하다는 점이 알려지자 사용자가 늘어났다. 현재 이용자는 9억명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에 범죄 추적이 쉽지 않다.

프랑스 경찰은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지만 두로프가 이를 막으려는 조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예비 조사 차원에서 체포 영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직접적으로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텔레그램 내에서 마약 밀매, 사이버 폭력, 조직 범죄, 테러 조장, 아동 성범죄 등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최대 20년형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가상자산 업계가 두로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가상자산의 기본 가치인 '탈중앙화'와 연관이 있다. 화폐가치 자체를 중앙은행, 정부가 통제하는 기존 금융과 달리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개인과 시장이 직접 가치를 창출한다. 텔레그램과 두로프 측도 개인정보 보호와 탈중앙화 가치를 지속 언급해 왔다.

톤 소사이어티는 공식 X(구 트위터) 프로필 사진에 디지털 레지스탕스(Digital Resistance)의 상징인 '레지스탕스 도그(resistance dog)'로 변경했다. 톤 소사이어티 X 갈무리.

두로프는 '사생활 보호'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 2015년 그는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삼자에게 단 1바이트(byte·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기본단위)의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테러리즘의 위협을 막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생활 보호"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토네이도캐시'가 있다. 토네이도 캐시는 가상자산 믹싱 업체다. 믹싱이란 가상자산 자금을 소량으로 여러 전자지갑 주소로 송금하는 것으로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당 기술이 북한 해커들의 주요 자금세탁 수단으로 이용되자 미국 재무부가 지난 2022년 8월 이를 문제 삼고 제재했다. 사실상 북한의 해킹 자금이 계속 처리되도록 방치했다는 것이다. 로만 스톰 토네이도캐시 설립자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자료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은 로만 스톰의 변호사 비용 마련을 위한 법정 방어 기금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 3월 아비트럼 커뮤니티는 토네이도캐시 개발자 알렉세이 페르체프(Alexey Pertsev)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자는 내용의 거버넌스 제안을 발의했다. 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도 토네이도캐시 개발자 소송비에 30ETH(약 11만3000 달러·1억5000만원)를 기부하며 가상자산 분야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파벨 두로프의 체포 소식에 가상자산 업계가 보인 반응은 단순한 연대 표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두로프가 텔레그램과 TON 프로젝트를 통해 추구해 온 프라이버시 보호와 검열 저항은 웹3 핵심 철학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업계가 추구하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물론 텔레그램이 불법 행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정부의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민교 프레스토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텔레그램이 개인정보 보호에 특화된 메신저인 데다 중앙화, 정부 검열을 좋아하지 않는 가상자산 업계에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텔레그램은 가상자산 업계에 필수적인 메신저고 이를 활용한 가상자산과 프로젝트들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 파벨 두로프 체포 소식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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