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을 위해 지자체가 해야 할 세 가지
[김진웅 기자]
1인당 GNI(국민총소득) 4,724만 8천원,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 권리 보장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최근 서울특별시의회는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 조례를 폐지했다.
탈시설이라는 의미는 좁게는 장애인복지시설을 넓게는 정신장애인 입원 기관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장받는 것이다.
▲ 정신장애인 인구, 의료기관, 사회복귀시설 등 현황 정신장애인 인구, 의료기관, 사회복귀시설 등 현황 |
ⓒ 김진웅 |
이러한 가운데, 지난 22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자 및 가족지원 서비스 확충을 위한 실태조사'에 응답한 정신질환자의 69.6%는 지역사회 거주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다고 해 지역사회 거주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관련 통계에서는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당사자들의 의지와는 달리,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 2월 28일 인권위에서 개최된 '정신장애인 인적지원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된 지자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재활시설·정신장애인 단체 등록 장애인 대상 422명과 가족 179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경험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 요건은 ▲ 주거지 확보 ▲ 규칙적 의료기관 치료 ▲ 공공부조 등 서비스 ▲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연계인데, 정신장애인들에게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는 높은 벽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서비스 공백은 오롯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앞서 언급한 '정신질환자 및 가족지원 서비스 확충을 위한 실태조사'에 응한 가족 5명 중 1명은 자살생각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살 생각의 주요 원인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양육, 수발, 돌봄 부담이라 응답한 비율이 51.0%였다.
이렇듯 지방자치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고, 이로 인해 원가족이 짊어져야 하는 돌봄과 수발의 고통은 급기야 자살생각이라는 극단적 선택지로 내모는 것이다.
이에 지역사회의 복지사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무조건적으로 탈시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근래 발생된 정신의료기관 내 정신장애인 사망 사건과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한 점을 토대로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균형점을 찾자는 의미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정신의료기관 지도 감독 강화
지방자치단체는 관련법에 따라 정해진 권한을 기반으로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 점검을 철저하게 수행햐야 할 것이다. 의료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는 ▲ 진료기록부 작성 여부 ▲ 마약류 취급 적정관리 여부 ▲ 개설자 준수사항 등에 대해 지도점검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신의료기관 내 폭력, 사망사건에 대해 법에 따라 엄중히 조사할 필요성이 있고, 이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
얼마전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 질의에서도 나타났듯이 사망자가 발생한 정신병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사는 형식적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조사는 형식적.. 이제라도 지방자치단체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정신장애인 가족 상담, 치료 서비스 도입
정신장애인 가족 5명 중 1명이 자살생각을 하는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치료, 재활하는 전문가들이 즐비한 정신병원도 버거워하는 실정이니, 가족이야 오죽하겠는가? 그것도 기약 없이 돌봄을 지속해야 한다는 부담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사회복지기관 등을 통한 정신장애인 가족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장애인 가족을 위해 권익향상, 인권보호 및 지원 서비스 등에 관한 종합적 시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더이상 정신장애인 가족들이 돌봄과 수발의 고통에 의해 스트레스와 자살생각에 이르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귀시설,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독립주거 지원 정책 강화
정신장애인의 무조건적인 탈시설 정책 주장도 문제지만, 기약 없는 장기적인 병원 입원도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정신병원 대비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머물 수 있는 사회복귀시설 등의 실태도 미비한 것은 사실이다.
정신장애인 인구는 10만 명 이상인데 반해, 사회복귀시설은 364개.. 1%도 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정신장애인이 사회복귀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가족의 고통을 줄이고, 전문적이면서 안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기관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중인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아울러,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10명 중 1명만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경험이 있는 것 또한 문제다.
같은 조사에서 해당 서비스 이용이 왜 미비한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은 바로, 잘 모르기 때문이고 지체장애인에게 초점을 둔 현행 활동지원 인정 조사표의 한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활동지원센터와 조사 주체인 국민연금공단, 보건복지부에 정신장애인이 합리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 법률에 의한 한계가 있다면, 조례 제개정을 통해 보완점을 마련하는 것도 역할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시설(병원)에서 퇴소한 정신장애인 중 서울시 지원주택에 입주가 예정된, 자립이 준비되고 또 사후관리도 가능한 정신장애인에게 1인당 1500만원의 정착금을 지원한다. 이러한 독립주거 지원 방식 또한 비교적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를 위한 좋은 정책일 수 있다.
이렇듯 정신장애인을 위해 ▲ 사회복귀시설 ▲ 장애인자립지원 서비스 ▲ 가족 상담 및 서비스 지원 ▲ 임대주택 지원 강화 등 종합적인 정책이 제공되어야만 비로소 실효적인 자립지원 정책이 마련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소셜미디어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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