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아니라 분노만 남았다" 위기의 '광주형 일자리'
[김동규 기자]
▲ 지난 2022년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GGM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 김동규 |
지난 2020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우리는 경제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함께 잘사는 나라'를 꿈꾸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시작으로 밀양, 대구, 구미, 횡성, 군산에서 지역 상생형 일자리가 탄생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노력이 있었고, 노·사·민·정 모두의 타협과 협력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일반적 완성차 공장에 비해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정부와 광주시가 임대주택, 어린이집, 건강검진비 등 주거, 교육, 의료를 지원해 낮은 임금을 사회적 임금으로 보전하기로 했다.
최근 GGM에 조직된 노동조합이 당초 약속한 사회적 약속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자 GGM 사측은 "공동직장 어린이집, 2년마다 건강검진비 지원, 광주시 예산으로 교통비 보조 차원의 통근버스 운행, 문화 바우처 지급, 상생공동복지기금으로 저금리 대출 등을 시행 중"이라고 반론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약속된 주거 지원은 월 30만 원 지원금만 나오고 있으며 임대주택은 2029년 완공 예정"이라며 "어린이집을 지원한다곤 하지만 전 사원의 자녀 중 2명만 이용 중이다. 직원 대부분은 광주에 사는데 함평으로 오전 7시까지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의 떡'같은 지원"이라고 했다.
퇴사자 200여 명... '상생'이라는 말 어색해진 현장
지난 2019년 9월 법인이 설립된 GGM에선 지난 5월까지 200여 명의 퇴사자가 나왔다. 현재 근무 중인 직원이 65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몇 년 사이에 전체 직원의 1/3이 물갈이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 8일 GGM 노동자들의 단일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후 통합 출범대회를 열었다. GGM에 만들어졌던 1노조와 2노조가 통합했다. 현재 통합노조에는 GGM의 현장직 노동자 500여 명 중 40%에 달하는 200여 명이 가입해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올해 안에 과반 달성이 확실시된다고 했다.
GGM 1·2노조는 통합 전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1노조만 교섭 대표 노조에 해당한다"며 거부했고, 현재까지 단체교섭은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달 광주를 방문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GGM은 광주 상생 1호 기업임에도 사측이 휴식권 침해에 항의한 노조 지회장을 부당하게 징계하고 노조의 교섭 요구를 4개월째 거부해 노동 존중 정신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18년 경력을 갖고 GGM에 입사한 노조 위원장 김진태씨는 "지난해 주 49시간 노동했고, 연말 정산 때 보니 연봉 4250만 원을 수령했다"며 "청년 노동자들의 실수령액은 월 230~260만 원 수준으로 완성차 공장에서 고강도 노동을 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GGM의 편성률(생산 시간 중 실제 작업시간의 비율)은 80% 후반대에 달한다"며 "현대·기아차는 60%대다. 설비 자동화율이 낮아 다른 곳에 비해 더 힘들게 일한다. GGM은 낮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 현장"이라고 했다.
노조의 통합 출범 이후 노사 분규가 심각해 지자, 사내 갈등에도 불이 붙고 있다. 지난 19일 GGM 사측은 사내 소식지 '행복한 동행'에서 노조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 지난 19일 GGM 사측이 발행한 소식지. |
ⓒ 김동규(촬영) |
▲ 지난 19일 발행된 GGM 소식지. |
ⓒ 김동규(촬영) |
사측은 "노동조합은 GGM이 나쁜 회사인 것처럼 사실과 다르게 포장하여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특정 몇 명이 거짓 사실을 주장하여 회사와 사원, 사원 간에 불신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 묵과하지 않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상생형 일자리'로 출범한 GGM의 노사 갈등은 이미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상황으로 보인다. 양측의 언어는 이것이 과연 사회적 합의로 조성된 사업장의 노사가 서로를 향해 하는 언사가 맞는지 의심된다.
▲ GGM에 대한 잡플래닛 기업 평가 |
ⓒ 잡플래닛 |
이에 대해 사측은 "GGM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자본이 많은 사업자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회사가 아닌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생활의 기반을 잡도록 하기 위해 만든 회사"라며 "GGM은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지켜야만 존속할 수 있고, 노조를 만든 소수의 직원들도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입사하였기 때문에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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