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여야 대표 회담 생중계, 고집하지 않겠다"

곽우신 2024. 8. 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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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에 여지 남기며 한발 물러서... '의제'는 난항, 채상병 특검법 당내 기류 바뀌나?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최고위 주재한 한동훈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지는 않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여야대표 회담 생중계' 제안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여전히 "회담의 전부를 국민들께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면서도 "회담의 전제"는 아니라고 밝힌 것.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는 연임에 성공한 직후 한동훈 대표에게 여야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한동훈 대표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호응하면서 집권여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형식과 의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난항을 겪었다. 특히 한동훈 대표 측이 회담 '생중계'를 요구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25일 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양당의 물밑 접촉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한동훈 대표가 직접 회담의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된 '생중계'에 관해 여지를 남기며 선택지를 열어둔 셈이다.

한동훈 "제 생각에는 변함 없지만, 전제로 주장한 건 아니다"

한동훈 대표는 2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이재명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잠시 미뤄졌지만 많은 국민들께서 여야 회담을 기대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정치의 복원 그리고 민생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로의 새로운 전환을 많은 국민들께서 바라고 계시다"라는 것.

그는 "그 논의의 과정에서, 이렇게 서로 갈라져 있고 싸우는 상황에서, 대단한 결과물, 한 방에 끝나는 모든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여러분도 그렇게 알고 계시잖느냐. 우린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여야 대표 회담 한 번으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수많은 현안들을 해결할 수는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 대표는 "그렇지만 여야 대표가 새로운 정책의 출발을 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몇몇 쟁점에 대해서 서로 합치되거나 의견이 좁혀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정치를 출발하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고, 국민 여러분들께 희망을 보여드릴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담을 반드시 하게 되기를 저는 기대한다"라고도 부연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회담의 전부를 국민들께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 하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그렇게 됐었을 때 그 과정과 그 차이점 그리고 세상을 보는 관점, 국민을 위해서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양당의 관점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 우리 주인인 국민들께"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점에 대해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좀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라며 "저는 그렇게 공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회담의 전제로서 그걸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는 목소리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 점을 우리 국민의힘은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중요한 건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쾌유를 빌면서 조속한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관련 발언을 마무리했다.

의제는 여전히 난항,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두고 용산과 갈등?

그러나 이날 한 대표는 양당 대표 회담의 또다른 난제인 '의제', 특히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비공개 최고위원회 도중에도 특별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까지,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중 공언했던 대안인 '제3자 추천 특검' 법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민주당은 여야 대표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파이낸셜뉴스>가 "회담 준비와 관련, 한동훈 대표 측이 여야 당대표 회담 의제 설정 과정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패싱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25일에 보도하면서 더욱 불을 붙였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한동훈 대표 측이 민주당의 제안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띨 경우 또 한번의 '윤-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대표.
ⓒ 남소연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 될 것 같다"라며 해당 보도가 나오게 된 경위에 대해 "저도 잘 모르겠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간에도 이런 비슷한 보도들이 계속 있었지 않느냐? 그게 용산의 정확한 뜻인지도 잘 모르겠고, 왜 이런 보도가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다"라며 '의도적인 용산 패싱'은 아니라고 해명한 것.

그는 야권의 특검법 발의 압박에 대해서 "이런 것들이 결국은 대표회담을 하지 않고 넘어가려는 전략은 아니기를 바라겠다"라며 "채 해병 특검에 대해서는 한동훈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우리는 대표가 한마디 하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장 최고위원은 "물론 10명, 20명의 의원들이 발의할 수 있겠지만 당내 논의를 거치지 않고 그렇게 발의하는 것이 당내 분열만 조장할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모습도 아니지 않느냐?"라며 "결국은 '대통령 만나러 가야겠다'라고 하는. 대표회담을 하지 않고 영수회담으로 가거나 대표회담을 하더라도 영수회담으로 가기 위한 어떤 지렛대를 만들기 위해서 계속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도 꼬집었다.

특히 "당 대표회담을 앞두고 대표는 앞에서 회담을 하자고 하면서 다른 최고위원이나 다른 의원들은 '반바지 사장이다' 그러면 민주당의 실세는 개딸이니까 이재명 대표는 뭐 핫팬츠 사장인가? 아니면 민주당 의원들은 개딸들에 의해서 움직이는 핫팬츠 의원들인가?"라고도 직격했다.

'공수처 수사 지켜보자'는 여당 내 분위기,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라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한동훈 대표는 공수처 수사와 별도로 여당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한 대표가 당선된 이후에도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주류는 '공수처 수사 결과'가 미진할 경우에 조건부로 특검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당내 다수 의원들의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실의 입장도 그렇다"라며 "다수 의원들의 입장이나 당내 입장이 지금 완전히 역전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의원님들이 아직도 많이 계시다' 그 정도 보면 될 것 같다"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같은 '친한계' 인사로 꼽히는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특검 논의가 당내에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사정 변경"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 공수처 수사가 시작한 지 1년이 됐는데, 그리고 가장 문제시했던 이종석 전 호주 대사가 귀국해서 공수처 수사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이종섭 전 대사 소환 조사조차 안 하고 있다"라며 "그러니까 의도적인 늑장 수사가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드시 해야 될 수사는 지금 진행을 안 시키는 상황에서 좀 엉뚱하게 대통령의 당시 통화 기록을 뒤진다든가. 뒤진 것도 그런데 그거를 특정 언론에 흘려서 보도되게끔 한다든가 하는 부적절한 행위를 지금 공수처가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그래서 이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후에 특검을 할지 말지를 정하자' 하는 게 기존의 입장이었는데, 사정 변경이 생긴 것"이라며 "그러니까 '공수처 수사가 아주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수사가 아닌 정치 플레이에 가까운 이런 것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거를 그냥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당내에서 확산이 되고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한동훈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두 사람의 같은 날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여전히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후 특검을 논의하자'라는 의견이 당내 다수이지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마냥 기다릴 수 없다'라는 여론이 점차 형성되고 있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여야 대표 회담이 무사히 성사될지, 성사가 된다면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이 주요 의제로 테이블에 올라갈지, 올라간다면 한동훈 대표 측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나설 것인지, 이 과정에서 용산과의 갈등이 재현되지는 않을지 등 여러 변수가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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