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필리핀, 엿새만에 또 선박 충돌..."대화하자"며 "네탓" 공방

이도성 2024. 8. 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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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또다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다. 양국 선박이 해상에서 서로 부딪힌 뒤 불과 엿새 만이다.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25일 촬영해 공개한 영상에서 사비나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경국 선박(오른쪽)과 필리핀 수산청 선박이 충돌하는 장면. AFP=연합뉴스

25일 중국 해경국은 소셜미디어(SNS) 위챗 계정을 통해 "오늘 오후 2시 12분쯤 필리핀 선박(3002호)이 (중국 해경 순시선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 셴빈자오(仙賓礁·사비나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의 권익을 침해하는 도발을 했다"며 "해당 선박은 통제를 거부하고 정상적으로 법집행 중인 중국 해경 보트(2155호)를 고의로 들이받았다"는 내용의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놨다. 이어 "인도주의에 기초해 물에 빠진 필리핀 선원들을 즉시 구조했다"면서도 "전적으로 필리핀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성명은 또 "필리핀 선박엔 기자들이 탑승해 사진을 찍고 있었다"며 "(필리핀 측이)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몰이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필리핀 측도 강력히 반박했다. 이날 필리핀 서필리핀해 국가태스크포스는 "(필리핀 선박이) 인도적 보급 임무 중 위험한 공격을 받았다"며 "중국의 불법적 행동으로 필리핀 선원과 어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또 이로 인해 선박 엔진이 고장나 보급 작업을 조기에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사비나 암초에선 지난 19일에도 양국 선박이 충돌한 적 있다. 당시에도 양국은 상대방을 충돌 원인으로 지목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필리핀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정기 순찰 중이던 필리핀 수산청 소속 항공기가 중국 측이 쏜 섬광탄에 위협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9일 중국 해경국 순시선(오른쪽)이 필리핀 수산청 선박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AP=연합뉴스

필리핀은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사주에 2차 대전 당시 상륙함인 'BRP 시에라 마드레함'을 좌초시킨 뒤 배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필리핀이 주둔 병력을 위해 주기적으로 식량과 생필품 등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중국 해경이 보급선에 물대포를 쏘는 등 맞대응을 하면서 계속 충돌하는 양상이다.

양국은 지난해 1월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합의했었다. 지난달 2일엔 차관급 대화를 갖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전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까지 발표했으나 충돌이 계속되면서 이 같은 합의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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