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새벽 공중전…중동 확전 우려(종합)
확전 불씨 남았지만…전문가들 "얻을 게 없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은 불투명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5일(현지시간) 새벽 대규모 공습을 주고받으며 중동에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전투기 100여대 등으로 레바논 내 헤즈볼라 표적을 선제 타격하자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에 300발 이상 로켓을 퍼부으며 보복 개시를 선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조짐을 포착했다며 이날 오전 4시30분께 전투기 100여대를 출격해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로켓 발사대 등 40곳을 선제공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공격 개시 15분 전 이를 파악하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헤즈볼라는 곧바로 로켓과 무인기 약 320기로 이스라엘 북부 타격에 나섰다.
양측의 공습으로 레바논에서는 3명, 이스라엘에서는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 모두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공습을 일단 종료하면서 현재로선 최악의 전면전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양측은 향후 2차 공습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추가 공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48시간 동안 전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안보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하며 "이것이 끝은 아니다"고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역시 이번 공격이 지난달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 사망에 대한 보복임을 확인하면서 "작전 결과를 평가한 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추가 공습 가능성을 암시했다. 슈크르는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분쟁이 확전되면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과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까지 개입하는 대규모 분쟁으로 커질 수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라면서도 양측 모두 얻을 게 없는 전면전은 겪고 싶지 않아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국경을 사이에 두고 10개월 넘게 지루한 무력 공방을 이어오며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하지만 이러한 전면전은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도, 레바논에서 지위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는 헤즈볼라에도 피하고 싶은 선택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에후드 야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단계가 있다. 점진적인 확대도 있을 수 있다"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공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헤즈볼라도 지금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보복의 첫 단계라 말하면서 이란에 녹색 신호를 받으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텔아비브에 위치한 국가안보연구소의 레바논 전문가 오르나 미즈라히는 헤즈볼라가 미군의 개입을 우려해 대응 수위를 낮췄다고 분석했다.
반면 척 프라이리히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일상적인 보복 공격을 주고받는 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갈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동의 친이란 세력 ‘저항의 축’ 무장 단체들은 헤즈볼라의 이날 보복을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정부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밝혔다. 예멘 후티 반군은 헤즈볼라에 대해 훌륭하고 용기 있는 공격이라며 지난달 자신들의 근거지 호데이다항이 공습당한 데 대한 보복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전했다.
이날 하마스의 무장 조직 알카삼여단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폭격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발표 1분 뒤 텔아비브 남쪽 인접 도시 리숀레지온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한편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회담에서 아무런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 모두 중재자들이 제시한 타협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표류하고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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