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는 성공했지만 '유토피아'는 실패한 건축의 거장
제 21회 EBS 국제다큐영화제가 8월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립니다. 32개국 53편에 달하는 다큐멘터리 작품 중 눈에 띄는 다큐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정희 기자]
다큐멘터리의 대중화를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EIDF(EBS국제다큐영화제)가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온·오프라인 상영관을 통해 전 세계 70여 편의 다큐를 선보인다.
▲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 스틸컷 |
ⓒ EIDF |
르 코르뷔지에란 이름은 건축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건축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인물이 아닐까. 가장 대표적인 현대 건축 거장 중 한 명이니 말이다. 개방된 일층을 뜻하는 필로티, 옥상정원, 수평창 등 오늘날 현대 건축에서 보편이 된 개념을 연 인물이다.
'인간을 위한 건축'이라는 그의 사상이 녹아든 파리의 스위스학생회관, 마르세유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롱샹 성당, 리옹의 라 투레트 수도원이 대표작들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주로 활동했던 르 코르뷔지에, 그런데 그의 일생일대의 역작은 뜻밖에도 이역만리 인도에 있다. 그것도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도시 찬디가르가 그곳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는 바로 서방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동양의 도시 인도 찬디가르에 펼쳐보인 사상과 궤적의 역사를 추적한다.
위대한 실험, 찬디가르
1947년 인도는 해방됐다. 하지만 힌두교, 시크교 등의 종교로 국가는 갈라졌고, 파키스탄과의 전쟁에서 100만 명이 목숨을 잃으며, 1500만 명의 집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메마른 땅과 고갈된 들판뿐. 오랫동안 간디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자와할랄 네루가 수상이 됐다. 네루는 그가 꿈꾸는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는 신도시로서의 수도를 만들겠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새로운 관점에 걸맞은 건축가로 르 코르뷔지에를 초빙했다.
1952년 모든 것을 철거하고 '무'에서 시작한 르 코르뷔지에는 더 공정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그의 생각을 도시로 풀어 내고자 했다. 우선 히말라야 산기슭에 자연과 하나되는 거대한 호수를 조성했다. '웅장한 하늘 아래 펼쳐진 조용하고 조용하게 느리게, 조화롭고 부드러운'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그의 역작은 이렇게 시작됐다.
▲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 스틸컷 |
ⓒ EIDF |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현대 도시는 산업도시가 아니다. 물질의 세상이 되는 도시 대신, 극장, 대학, 박물관 양질의 교육과 문화가 제공될 수 있는 도시를 지향했다. 그래서일까. 찬디가르는 관료들의 도시라는 비아냥이 무색하게 많은 예술가, 비평가, 작가들의 도시가 됐다.
▲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 스틸컷 |
ⓒ EIDF |
▲ <르 코르뷔지에가 꿈꾼 유토피아> 스틸컷 |
ⓒ EIDF |
1952년 '정글에 돈을 투자하다니'라며 시작된 위대하고 놀라운 실험, 그 시절 건축 과정 사진에서 여인들이 돌을 이고 지고 날라 웅장한 건축의 터를 다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 건축이 만들어 낸 유토피아는 인도에서 가장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됐고, 도시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지 못한 채 박물관처럼 늙어가고 있다. 유토피아가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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