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급" 이번주 엔비디아 실적발표…AI랠리 또 시험대

김진영 2024. 8. 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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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영업이익 2배 성장 전망"
경기 침체 우려 완화·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
엔비디아 주가 상승 기대감

잭슨홀은 끝났다. 이제는 엔비디아 실적이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글로벌 증시 흐름을 좌우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월가에서 또 한 번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칫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공개될 경우 AI 거품론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뉴욕증시는 지난주 잭슨홀에서 확인된 9월 금리 인하 쐐기 발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에 다시 근접한 상태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오는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2025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과 향후 가이던스(전망치)를 공개한다. 야후 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2개 분기 연속 260%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둔화했지만, 여전히 가이던스를 웃도는 호실적이 기대된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주식 분석가 아린 치크리는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배 이상 증가해 각각 286억달러, 18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는 앞서 엔비디아가 제시했던 2분기 매출 가이던스 280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2023회계연도 3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어닝서프라이즈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단순히 한 기업을 넘어 현재 증시를 이끌어가고 있는 AI 열풍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영업이익 수치보다 엔비디아가 함께 제시할 3분기 가이던스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마이크 스미스는 "엔비디아는 오늘날 우리의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주식(zeitgeist stock)"이라며 "이들의 실적 발표는 1년에 4번 열리는 슈퍼볼과 같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발 AI 랠리는 현재 증시를 움직이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올해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률은 약 161%(23일 종가 기준)로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분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AI 시장의 심장과 폐"라며 엔비디아의 칩 수요가 AI 랠리 전반에 미치는 여파를 강조했다. 앞서 그는 투자자 메모에서도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에 1달러를 쓸 때마다 IT 업계 전반에 8~10달러의 승수가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최근 출시가 지연됐던 차세대 AI 칩 '블랙웰'에 대한 업데이트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주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은 블랙웰 관련 내용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월가 안팎에서는 엔비디아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쏟아진다. 옵션 분석업체 오랏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 발표 다음 날 약 10.3%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둔 예상치는 물론, 같은 기간 실적 발표 다음 날 평균 상승률(8.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올여름을 마무리하는 큰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경제지표 발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등을 통해 이달 초 미 증시를 뒤흔들었던 침체 우려,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도 대폭 완화된 상태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실적 기대감이 오히려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인된다. 더욱이 이번 실적은 역사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큰 9월을 앞두고 발표된다. 투자 리서치 기업 CFRA 데이터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S&P500지수의 월별 평균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9월(-0.78%)이 12개월 중 가장 낮았다.

노스웨스턴 뮤추얼 웰스 매니지먼트의 매트 스터키 주식 부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서) 알고 싶어하는 가장 큰 부분은 지속 가능성과 올해와 내년에 수요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주에는 엔비디아 외에도 델, 룰루레몬, 세일즈포스, 베스트바이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새로 투자하기 시작한 울타 뷰티도 이번 주 실적을 공개한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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