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기자가 겪은 '노출'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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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기자들은 노출의 유혹에 시달린다.
뉴스 소비 시장이 디지털화하면서 신문 판매 부수 경쟁이 아닌 콘텐츠 노출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그땐 노출 경쟁이라 봐야 그 언론사 내부의 경쟁이었다.
포털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노출의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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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기자들은 노출의 유혹에 시달린다. 뉴스 소비 시장이 디지털화하면서 신문 판매 부수 경쟁이 아닌 콘텐츠 노출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신문이 뉴스를 전달하는 사실상의 유일한 플랫폼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노출 경쟁이라 봐야 그 언론사 내부의 경쟁이었다. 내 기사가 1면에 실릴지 3면에 실릴지, 지면의 꼭대기에 실릴지 저 구석에 작게 실릴지. 그마저 결정권도 없었다. 그건 편집국의 최고 수장, 편집국장의 몫이었다.
포털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노출의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 매일 수천개의 언론사가 토해내듯 기사를 쏟아낸다. 소수의 단독 기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어느 정도 비슷한 정보값을 지닌다. 얼마 전 증권시장에 '블랙먼데이'가 있었다. 독자의 기댓값은 거의 일정하다. 왜 발생했는가, 그래서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되는가. 이런 보편적 궁금증에 응답해서 실제로 그런 내용을 담은 기사들이 무수히 나온다. 그러면 '블랙먼데이'를 검색한 이용자는, 어떤 기사를 가장 먼저 보게 될까. 이때의 결정권자는 편집국장이 아니다. 알고리즘이다.
네이버·구글 등의 검색 엔진은 미리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발행된 뉴스를 인지하고 순위를 매긴다.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에 둘지 말지, 얼마나 노출시킬지 등을 결정한다. 기자 입장에선 어떻게 내 기사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구글과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은 '접근성'이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 시·청각 장애인들이 기사를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돕는지를 평가한다. 접근성이 좋으면 더 좋은 콘텐츠로 판단해 가산점을 주고, 노출 위치를 정하는 데 영향을 준다. 노출을 원한다면 알고리즘의 접근성 영역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각장애인은 텍스트를 읽어주는 프로그램(스크린리더)으로 기사를 접한다. 대다수의 기사는 맨 위에 제목이 나오고, 내용이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기계가 순서대로 읽으면 이해에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이미지다. 사진을 상세히 묘사·설명해주는 텍스트가 없으면 독자는 당황하기 쉽다. 온라인에서 보는 기사들 상당수는 사진 설명이 부실하다. 예컨대 공원의 한가로운 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다고 하자. 사진 아래 설명란에 '사진 제공=OO 이미지' 또는 '어느 공원'에 이렇게만 쓰여 있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게으름이다. 이렇게 써야 한다. '맑은 날 공원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를 밀고 가고 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고려도 필요하다. 동영상 제작과 소비가 많아지면서 기사에 동영상이 첨부되는 경우가 많다. 영상에 자막을 달면 청각장애인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또는 영상의 내용을 축약해 알려주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
아울러 구글과 네이버 등 플랫폼에도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노출을 결정하는 알고리즘 함수에서 접근성 항목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가산점을 부여해주길 바란다. 접근성에 신경 쓴 기사들이 큰 우대(상위 노출)를 받게 해달라. 앞으로 당분간만이라도. 저 멀리, 프랑스 파리에서 여전히 계속될 희망과 열정을 응원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024 파리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이틀 후 개막한다.
김동표 콘텐츠편집2팀장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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