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응급실에서 목격한 의료 공백의 현주소
[이경직 기자]
▲ 의료진이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 앞을 지나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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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한림대학교 동탄 성심병원은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대폭 축소했고, 이보다 상급병원인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은 주5일 운영을 하고 있었다. 응급실 가족 대기실에서 적지 않은 환자가 타 병원으로 전원 되는 상황을 보며 불안해했다. 병상은 여유로웠지만 문제는 의사의 부족이었다.
새벽 3시경 방문한 젊은 부부는 고열(39°C 초과 후 두 시간 경과로 전함)로 축 늘어진 아기(2024년 5월생)를 안고 있었다. 한 시간여를 대기하다가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이나 안산 고려대학교의료원 응급실로 가보라는 통보를 받고 격한 마음에 욕설을 내뱉으며 달려나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응급실의 변화된 상황이라고 야간 경비 중인 직원은 말했다. 전공의가 없는 응급실은 필자에게도 낯선 풍경이었다.
지난 봄,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을 발표하며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하여 의과대학 교수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급기야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교수들은 이에 동조하며 정부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의대생들의 휴학도 이어지며 한국의 근대 의료사에 남을 위기상황이 초래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을 일으킨 정부는 상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었고 일방적이었다. 하지만 크게 아프지 않거나 응급실 신세를 질 상황을 다행히 경험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우리의 한계이자 정체가 아닌가.
한국의 의료체제와 의료인 양성시스템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많은 이의 노력으로 성장했고 체계화되었다. 물론 개선할 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는 의료인 양성이 정상화되도록 그 수적 구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더하여 건강보험 제도는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을 느끼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 정부의 방침대로 2025학년도 대학교 입시에서 의대 신입생을 선발되어 입학한다면 지난 한 세기 동안 다진 우리 의료의 안정감이 붕괴할 상황에 직면했다. 심각한 문제이다. 문제는 의사 수의 부족이 아닌 의료인이 선택하는 전공과의 편중 현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반년째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값진 노력과 희생을 감내한 이들이 있다. 바로 간호사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인내도 한계에 봉착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현 정부의 공약파기로 가장 먼저 마음에 상처를 입은 분들이다. 그런데도 간호사들이 지닌 환자를 위한 순수한 열정을 보인 이들이 아니었다면 지난 반년의 노고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제 이들이 소속한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예정했다. 코로나19 확진세도 가히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이에 대해서도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다양한 갈등을 연일 양산해 왔다. 정부가 중시한다는 이념을 이유로, 때때로 이유조차 분명하지 않은 사유로 발생한 갈등은 대부분 사회적 갈등이나 참사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들 갈등을 관리하거나 해소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해결 국면의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어서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으로 비트는 경우자 비일비재했다. 삼권의 분립이 무색하게도 여당은 이 같은 행태를 변호하기 바빴다. 정부의 주요 자격 중 하나는 문제 해결 역량이다.
국민으로서 그럼에도 정부에 요청한다. 우리 의료가 회의록조차 없는 결정과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침묵으로 일관할 만한 이유로 망가지는 것을 원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사직한 전공의와 교수, 휴학하여 입대한 의대생들의 마음을 돌릴 방안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그 의무가 현 정부에는 있다. 부디 국민 건강과 생명이 정부 정책의 가장 상위에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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