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에 국내 최초 수도원 맥주 공방 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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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맥주'는 중세 시대의 가톨릭 수도자들이 섭취하던 음식이었다.
이때 유일하게 섭취할 수 있었던 수도원 맥주는 곡물로 만들어져 열량이 있고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해 단식하는 수도자들에게 에너지원과 영양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했다.
전남 나주의 글라렛선교수도회(아래 글라렛수도원)에는 국내 최초의 수도원 맥주 공방이 있다.
'홉플로우'를 창업한 곽민재씨는 지난해 수도원에 맥주 공방을 조성했고 올해 전남청년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도원 맥주 '루멘'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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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기자]
▲ 곽민재'홉플로우' 대표 |
ⓒ 김동규 |
'수도원 맥주'는 중세 시대의 가톨릭 수도자들이 섭취하던 음식이었다. 수도자들은 사순 시기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금육과 단식을 실천했다. 이때 유일하게 섭취할 수 있었던 수도원 맥주는 곡물로 만들어져 열량이 있고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해 단식하는 수도자들에게 에너지원과 영양분을 보충하는 역할을 했다.
전남 나주의 글라렛선교수도회(아래 글라렛수도원)에는 국내 최초의 수도원 맥주 공방이 있다. '홉플로우'를 창업한 곽민재씨는 지난해 수도원에 맥주 공방을 조성했고 올해 전남청년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도원 맥주 '루멘'을 개발했다.
25일, '루멘' 출시를 앞두고 있는 '홉플로우' 곽민재 대표를 인터뷰했다.
"와인, 치즈와 함께 맥주도 수도원의 산물"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맥주의 낭만, 재미, 미래를 실험하기 위해 '홉플로우'를 창업한 곽민재입니다. 이전에는 도시 및 지역개발 전공자로서 도시재생과 청년정책 관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연구자와 활동가의 삶을 병행하기 위해 제3의 길인 '창업'을 했습니다. 현재는 전남청년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아 국내 최초의 수도원 맥주 '루멘' 출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어쩌다 '수도원 맥주' 공방을 만들게 되었나요?
"저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6년 전, 글라렛수도원의 피정 프로그램을 돕는 일을 계기로 수도원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이후 코로나19로 피정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도원은 운영난을 겪게 됐습니다. 저도 같은 시기에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불발되어 다음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수도원의 한 신부님이 피정객을 위한 음료를 준비하셨는데, 그 음료가 맥주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도원 맥주 개발'이라는 여정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간 수도원 맥주를 출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활동을 했습니다. 지역의 브루어리와 맥주 공방을 방문해 맥주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삶을 살펴봤습니다. '수도원 맥주', '수도원 맥주 공방'이라는 아이템으로 여러 공모전에 참여해 수상을 하고 창업 지원금도 받았습니다. 올해 전남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정되면서 그동안 축적된 시간과 경험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글라렛수도원은 어떤 곳인가요?
"글라렛수도원은 스페인에서 시작된 수도원입니다. 수도원은 수도자들이 생활하고 수양하는 곳이기 때문에 폐쇄적인 문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글라렛수도원은 선교가 목적이기 때문에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들도 수도원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수도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봉쇄 수도원에 비해 개방적입니다.
▲ 전남 나주에 위치한 글라렛선교수도회 영성의 집 |
ⓒ 김동규 |
"와인, 치즈와 함께 맥주도 수도원의 산물이었습니다. 중세 유럽의 가톨릭은 부활절을 앞두고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며 그의 부활을 염원하는 주간을 보냈습니다. 이때 수도자들은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맥주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지역의 빈민들이나 수도원 순례자들에게도 환대의 의미를 담아 웰컴 드링크로 제공했습니다.
전 세계 10곳의 수도원(트라피스트)은 자체 양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원들은 맥주를 생산하여 수도원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 사회에 환원합니다. '맥주 덕후'들 사이에서는 죽기 전에 반드시 맛봐야 할 맥주로 통합니다. 고풍미, 고도수는 물론 수도자들의 정성까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 여기서 나오는 수도원 맥주가 국내 최초라 들었습니다.
"유럽과 영미권에는 트라피스트, 애비와 같은 수도원 맥주가 있지만 국내와 아시아권은 전무합니다. 수도원의 신부와 수사가 직접 양조하는 맥주를 트라피스트(Trappist)라 하고, 수도원에서 위탁을 맡겨 생산하는 맥주를 애비(Abbey)라 합니다.
▲ 홉플로우가 만든 수도원 맥주 '루멘' |
ⓒ 김동규 |
▲ 홉플로우가 만든 '루멘' 전용잔 |
ⓒ 김동규 |
"루멘은 라틴어로 '빛'이란 뜻입니다. 종교적으로는 그리스도의 존재와 사랑을 의미하고, 넓게는 꿈과 희망을 뜻합니다. 루멘은 국내 최초의 수도원 맥주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수도원 맥주는 와인처럼 숙성해서 마실 수 있습니다. 수도원 맥주는 벨기에식 에일 맥주로 효모의 특성이 강합니다. 그 결과 맥주를 후숙해서 마실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해외의 수도원 맥주들을 보면 맥주 라벨에 와인처럼 빈티지가 있습니다.
'홉플로우'의 '루멘'도 벨기에식 에일 맥주로 후숙이 가능합니다. 해마다 풍미가 깊어지는 '루멘'을 경험해 보시길 제안드립니다. 올해 2024년산을 구매하시고 내년에 나오는 것과 비교해 보시며 맛을 음미하고 맥주의 미식 경험을 확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루멘'은 언제 출시되나요?
"현재 주질 검사도 마쳤기 때문에 정식 판매가 가능한 상태인데 맥주는 비대면 판매가 금지돼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직접 수령하러 와야 합니다. 맥주의 경우 제조, 소매, 도매에 대해 각각 면허가 필요합니다. 지난 6월에 신청한 도매 면허가 곧 나올 예정이라 앞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루멘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전용잔과 맥주를 함께 담은 선물 세트를 납품할 예정입니다. 전용잔은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쓰는 가톨릭 성배잔을 닮았고, 18도 이하의 차가운 음료가 들어가면 성령 불꽃이 피어납니다. 축하와 기념이 필요한 날에 '루멘'을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에게 있어서 수도원은 놀이터이자 실험실입니다. 수도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을 추진하며 지역을 변화시키고 활성화하고 싶습니다. 맥주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의 치유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으로 쓸 생각입니다. '홉플로우'의 성장이 지역의 성장이 될 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저 곽민재와 '홉플로우'의 지역개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아껴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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