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봉쇄'로 신뢰 얻은 보이, 천국과 지옥 모두 경험한 리그 개막전… 부활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됐다

김정용 기자 2024. 8. 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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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보이(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 시즌 바이에른뮌헨에서 거의 뛰지 못했던 사샤 보이가 개막전 선발출장 및 첫골 어시스트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후반전에 가장 먼저 빠지긴 했지만 뛰지 못했던 지난 시즌보다 한결 희망적이다.


25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1라운드를 치른 바이에른뮌헨이 볼프스부르크에 3-2로 승리했다.


바이에른의 시즌 전체 첫 골을 보이가 어시스트했다. 전반 20분 보이가 오른쪽에서 스로인을 한 뒤, 바이에른 동료 선수들의 빠른 삼각패스를 통해 케인이 전진패스를 건넸다. 보이가 이 패스를 받아 볼프스부르크 수비 배후로 파고들면서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수비수들이 아슬아슬하게 따라붙었지만 보이가 몸싸움으로 튕겨내고 공이 골라인으로 나가기 직전까지 파고들어 중앙으로 공을 내줬다. 자말 무시알라가 발만 대 득점할 수 있게 내준 좋은 패스였다.


보이는 뱅상 콩파니 바이에른 신임 감독의 리그 첫 골을 이끌어내며 신뢰에 보답했다. 보이는 지난 1월 튀르키예의 갈라타사라이에서 바이에른으로 이적한 측면 수비수다. 그런데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이엘04레버쿠젠을 상대한 경기에서 뜬금없이 왼쪽 윙백으로 배치됐다. 본업이 라이트백인 선수가 레프트백을 잘 소화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날 보이의 경우 토마스 투헬 당시 감독의 무리한 전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조직력 좋은 레버쿠젠에 거푸 뚫렸다. 이후 부상까지 당하면서 더이상 출장하지 못한 채 바이에른 데뷔 시즌을 허무하게 마쳤다.


새 시즌을 앞두고 바이에른은 라이트백을 보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사이르 마즈라위를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이적시켰다. 멀티 수비수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레버쿠젠 임대에서 돌아와 라이트백을 맡아주긴 했지만 지난 시즌 라이트백으로 많이 뛴 요주아 키미히, 콘라트 라이머가 다시 미드필더로 돌아갔다는 걸 감안한다면 오히려 선수층이 얇아졌다.


콩파니 감독이 보이를 준주전급으로 쓸 생각이었기에 가능했던 스쿼드 변화였다. 콩파니 감독의 보이에 대한 관심은 오래됐다. 보이는 갈라타사라이 시절 맨유 등 빅 리그 구단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빅 클럽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콩파니 감독이 이끌던 잉글랜드의 번리도 보이 영입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콩파니 감독은 그만큼 보이를 고평가하고 있었다.


개막을 앞두고 스타니시치가 부상을 당해 수주일 동안 결장하게 생겼지만 바이에른은 '패닉 바이'를 하지 않았다. 보이를 주전 라이트백으로 쓰면서 공백에 대처하겠다는 콩파니 감독의 뜻이었다.


보이는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월드클래스' 윙어 손흥민을 잘 막아내 눈도장을 다시 찍기도 했다. 서울에서 열린 친선경기를 통해 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과 맞대결했는데, 운동능력을 살려 밀착 방어하면서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측면 공격 자원이다. 보이가 친선경기치고 과도하게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며 예봉을 꺾긴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수비에 여러 번 성공한 건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충분했다.


팀의 경기운영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보이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듯싶었다. 보이와 호흡을 맞추는 오른쪽 윙어 마이클 올리세, 중앙 미드필더 키미히, 센터백 김민재, 여기에 오른쪽으로 내려와 패스를 주고받는 케인까지 그에게 좋은 패스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많다. 보이가 활발하게 측면을 파고들면서 상대를 교란하는 플레이가 잘 먹혔다.


사사 보이(바이에른뮌헨).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사사 보이(바이에른뮌헨).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후반전이 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상대 압박을 받아 바이에른이 연달아 두 골을 실점했다. 첫 번째 실점은 보이, 두 번째 실점은 김민재가 눈에 띄는 실수를 했다. 보이는 이미 팀 수비가 뚫린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손으로 밀어 페널티킥을 내줬다. 전반에 좋은 경기력일 때도 선수를 놓친 뒤 다급하게 손을 쓰는 상황은 많이 보였다. 개선이 필요했다.


결국 보이는 가장 먼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이날 보이의 모습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회는 계속 주어진다. 스타니시치가 부상으로 빠진 만큼 당분간 보이가 계속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유지하면 24세에 처음 빅 리그에 도전하는 보이는 더 발전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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