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울린 적시타 한 방, '광토마' 이형종의 반성…"내 매력 보여주지 못했다"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고척, 유준상 기자)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외야수 이형종이 친정팀을 상대로 결정적인 적시타를 터트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이형종은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4차전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4월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약 4개월 만에 1군 경기에서 타점을 생산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삼진-볼넷-좌익수 뜬공에 그쳤던 이형종은 네 번째 타석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두 팀이 4-4로 팽팽하게 맞선 8회말 2사 만루에서 LG 김진성의 2구 직구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3루주자 김혜성과 2루주자 송성문이 차례로 홈으로 들어왔고, 이 안타로 리드를 되찾은 키움은 마지막까지 2점 차 리드를 지켰다.
안타는 단 1개뿐이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이형종이 마지막 찬스를 적시타로 연결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마음고생이 컸을 텐데, 오늘(25일)을 계기로 앞으로 계속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기 후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은 이형종은 "누가 (물을) 뿌렸는지 모르겠다. 고막에 물이 들어갔다"고 웃은 뒤 "사실 구종을 잘 노리지 않는데, 김진성 선배가 NC 다이노스 시절 내게 포크볼을 많이 던져서 포크볼을 노렸다. 초구에 직구가 들어와서 당황했고, 그 이후에는 직구 타이밍에 콘택트가 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헛스윙 이후 또 기회가 있으니까 직구는 놓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적시타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김진성 선배가) 내가 변화구를 노린다고 생각해서 직구를 던졌던 것 같은데, 초구가 들어온 뒤 생각을 다르게 가져가서 그런지 운 좋게 직구가 들어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형종은 적시타가 나오기 전까지 잘 맞은 타구들이 다 잡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24일 경기에서는 7회말 장타성 타구가 우익수 홍창기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이튿날에는 6회말 1사 1루에서 좌익수 김현수가 이형종의 타구를 낚아챘다.
이형종은 "(홍)창기와 (김)현수 형에게 잘해줬는데, 특히 창기는 동생으로서 잘 챙겨줬던 것 같다. 전화해서 '앞으로는 연락하지 말자'고 했다(웃음). 창기와는 항상 생일 때마다 선물을 주고받는데, 몸이 그렇게 움직였다고 하더라"며 코치님께서 너무 잘 맞고 있고 괜찮으니까 편하게 치라고 했는데, 사실 결과가 나와야 풀리는 만큼 좀 압박감을 느꼈다. 3연전 첫 경기를 제외하면 타격감은 괜찮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008년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형종은 2022시즌 이후 퓨처스 FA(자유계약)를 통해 키움과 4년 총액 2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크다. 이형종은 지난해 99경기 316타수 68안타 타율 0.215 3홈런 3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6으로 부진했고, 올해도 35경기 102타수 22안타 타율 0.216 4홈런 19타점 OPS 0.723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형종이다. 그는 지난 4월 경기 도중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으면서 골절 진단을 받았고, 두 달 넘게 재활 과정을 밟은 뒤 지난달 9일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7월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다시 2군으로 향했다.
당시 사령탑은 재정비를 위해 선수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형종은 2일 LG 트윈스전부터 퓨처스리그 경기를 소화했으며, 22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8경기를 치른 뒤 23일 1군으로 올라왔다.
이형종은 "시즌 준비를 잘했고, 팀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잘 됐던 것 같은데, 부상 이후에 오랜 시간 동안 재활을 했다. 프로에서만 8년 정도 재활을 한 것 같은데, 마음이 약해지더라. 생각도 많아지고, 걱정하기도 했다. 복귀할 때가 되니까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도 해서 뭔가 책임감도 들고,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결과가 안 나오다 보니까 심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이형종은 시즌 막바지까지 이 흐름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에 한때 '광토마'라고 불렸던 그는 "재정비 차원에서 2군에 내려간 뒤 다리를 다시 들었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자신 있게 스윙하고 그런 모습이 전 소속팀에서도 내 매력이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다.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됐다"며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고척,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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