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KIA 양현종 이후 7년…국내투수 다승왕 노리는 삼성 원태인
지난 7년간 자취를 감췄던 프로야구 국내투수 다승왕이 나올 수 있을까. 오랜 침묵을 깨트리기 위해 삼성 라이온즈 우완 에이스 원태인(24)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원태인은 지난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7피안타 3피홈런 1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고 10-5 승리를 이끌었다. 4회초까지 무실점 호투하다가 5회에만 피홈런 3방을 포함해 5실점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아 올 시즌 13승(6패)째를 챙겼다. 이로써 12승의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을 제치고 다승 부문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의미 있는 도약이다. 최근 KBO리그 국내투수의 마지막 다승왕은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현종이 KIA 동료인 헥터 노에시와 함께 20승을 거둬 다승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후 다승 타이틀은 외국인투수들의 전유물이 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두산 베어스 소속의 선수들이 주인공이 됐는데 2018년 18승을 기록한 세스 후랭코프를 시작으로 이듬해 20승을 챙긴 조쉬 린드블럼, 2020년 역시 20승을 거둔 라울 알칸타라가 다승왕 계보를 작성했다. 이어 2021년 공동 16승의 에릭 요키시와 데이비드 뷰캐넌, 2022년 16승의 케이시 켈리 그리고 지난해 홀로 20승을 달성한 에릭 페디가 차례로 다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투수의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원태인은 입단 당시부터 많은 기대를 받던 유망주였다. 경북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해 주목을 끌었고, 2019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삼성 구단이 앞뒤도 재지 않고 대구 출신의 원태인을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일찌감치 삼성의 차세대 에이스 자리를 예약했다.
원태인은 기대와 달리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2021년 알을 깨고 나와 14승을 수확했다. 다승 공동 4위, 국내투수로는 백정현, 김민우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하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손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또, 2020 도쿄올림픽과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달아 태극마크도 달며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도 됐다.
원태인의 주무기는 시속 140㎞대 중후반의 직구와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 날카로운 슬라이더다. 또, 제구력이 안정적이라 타자와의 승부에서 늘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이닝 소화력도 뛰어나 이달 5차례 등판에서 원태인은 모두 33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평균 6이닝 이상을 거뜬히 막아낸 셈이다.
원태인의 활약을 앞세운 삼성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122경기에서 66승2무54패를 기록해 단독선두 KIA(71승2무48패) 다음으로 2위를 달리는 중이다. 팬들의 성원도 함께 뜨거워져 삼성은 올 시즌에만 21번째 매진을 달성했다. 올해 관중 현황에서도 113만1022명의 홈팬들이 찾아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태인이 13승째를 수확한 25일 롯데전에서도 삼성팬들의 열정이 빛났다. 이날 역시 2만4000석이 모두 들어찬 가운데 삼성은 1회 박병호의 좌월 만루홈런과 2회 구자욱의 중전 적시타, 박병호의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앞세워 7-0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원태인 역시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원태인은 5회 롯데 윤동희에게 우중월 솔로포를 내준 뒤 손성빈과 손호영에게 좌월 2점홈런을 연거푸 맞아 5실점했다. 겨우 5회를 넘긴 원태인은 승리가 무산될 뻔했지만, 6회 삼성 르윈 디아즈가 우월 3점포를 터뜨리면서 원태인의 13승째를 지켰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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