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전북 임실에서 찾았어요, 한국인 입맛 맞춤 국내산 치즈 탄생기

성선해 2024. 8. 26.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백질·칼슘 풍부하고 쫄깃·고소한 치즈
60여 년 간 우리 식탁서 활약상 늘려왔죠

다양한 토핑이 조화로운 맛을 내는 피자, 쫄깃한 떡과 중독성이 강한 양념이 특징이 떡볶이, 간편하게 끼니를 챙기기 좋은 샌드위치.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며, 치즈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라는 겁니다. 외식 문화의 발달, 서구화된 식사 등으로 서구 발효식품인 치즈는 어느덧 우리나라 밥상에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죠. 치즈는 단백질·칼슘·비타민과 인체에 필수적인 미네랄 성분 등이 풍부한 영양가 높은 식품이기도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부터 치즈를 먹기 시작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내 치즈 산업의 발상지인 전북 임실군을 찾아 치즈의 종류와 만드는 법, 국내 치즈 산업의 역사 등을 알아봤어요.

서지안(서울 잠일초 5)·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5·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전북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찾아 국내 치즈 산업 역사를 알아봤다.

치즈는 소·양·염소 등과 같은 동물의 젖에 들어있는 우유 단백질 카제인(casein)을 분리한 뒤 응고·발효한 식품이에요. 치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동물의 젖을 내장에 보관할 때, 내장에 있던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효소인 렌넷(rennet)에 의해 우유 응고물(응유)인 커드(curd)와 용액인 유청(whey)이 분리돼 나온 것을 우연히 발견해 치즈를 먹었다는 아라비아 상인의 전설이 유명하죠. 기원전 3500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점토판에 치즈 생산량을 기록한 것이 남아있고,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의 왕 오리에스 아하(Hories-Aha)의 무덤에서 벽화와 치즈 제조에 사용된 토기 등이 발견됐을 만큼 인류와 함께한 역사가 길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말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설화나, 『삼국유사』에 용이 소 먹이는 사람이 되어 왕에게 유락(乳酪·농축 유제품)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어 삼국시대부터 우유와 유제품을 먹었음을 짐작할 수 있죠. 또한 유목민족이 세운 나라인 몽골과 교류가 잦던 고려시대에는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유우소(乳牛所)라는 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는데요.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치즈의 재료인 우유는 왕족이나 일부 귀족만 먹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우유로 만든 유제품이 대중적인 산업으로 발달하기는 어려웠어요.

현대에 들어서 건강을 중시하는 식생활 확대와 입맛의 서구화 등으로 치즈는 우리나라 식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죠. aT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치즈 총소비량은 18만9000톤으로 2018년 대비 약 22% 증가했고, 2022년 1인당 치즈 소비량은 약 3.7kg으로 2018년 대비 68.2%나 증가했어요. 과거 샌드위치·햄버거용 슬라이스 치즈나 피자용 모차렐라 치즈에 집중됐던 치즈 섭취가 음식 문화의 서구화로 다양한 간식·안주용으로 범위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슬라이스 치즈·모차렐라 치즈 외에도 스트링 치즈, 큐브·포션 치즈, 크림치즈, 리코타 치즈 등 다양한 치즈 품목이 활발하게 생산·유통·소비되고 있어요.

박성근(오른쪽에서 두 번째) 문화관광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임실치즈의 역사에 관해 설명했다.

흔히 치즈 하면 유럽·미국 등 서구의 발효 식품으로 여기지만, 국내에서도 치즈를 생산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에서 생산된 자연치즈는 2756톤, 가공치즈는 3만6787톤이죠. 국내 생산 치즈는 여러 나라에 수출도 하죠. KATI 농식품 수출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3년 치즈 수출액은 약 880만 달러예요. 중국(38.2%), 베트남(22.5%), 미국(8.9%), 필리핀(8.7%), 대만(8.5%) 등 주로 K-Food의 인지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치즈를 수출합니다.

벨기에인 신부, 국내산 치즈의 아버지가 되다

우리나라에서 치즈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1960년대입니다. 벨기에 국적의 디디에 세스테벤스(한국명: 지정환) 신부가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하면서 한국 최초로 치즈 산업을 일으켰죠. 지정환 신부는 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치즈 산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을까요. 서지안·이시온·이준호 학생기자가 지정환 신부가 살던 전북 임실군에 있는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찾아 그 이유를 알아보기로 했어요. 임실치즈가 테마인 체험형 관광지 임실치즈테마파크에 있는 임실치즈역사문화관에서는 지정환 신부의 이야기와 임실치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죠. 박성근 문화관광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어요.

역사문화관 안에 있는 여러 자료를 살피던 지안 학생기자가 "임실에서 치즈를 생산한 계기가 궁금해요"라고 말했죠. "지정환 신부는 선교를 위해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는데, 이때 다른 성당 신부에게 축하 선물로 받은 산양 2마리를 사육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임실뿐 아니라 전국이 한국전쟁(1950~1953)의 여파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였어요. 임실군수가 '임실군민에게 뭔가 하나쯤은 남겨줄 수 있는 일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지정환 신부는 마을 청년에게 자신이 기른 산양이 낳은 새끼를 분양하기 시작했고, 산양에게서 얻은 우유를 판매해 주민 소득 증대에 보탬이 되고자 했죠. 하지만 산양유 생산이 늘어나자 미처 다 팔지 못하고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냉장 시설이 없었으니 오래 보관할 수도 없었죠. 그래서 고민 끝에 판매하고 남은 산양유로 치즈를 만들기로 했죠."

임실치즈역사문화관에서는임실N치즈에서 생산하는 치즈의 생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박 해설사의 설명을 듣던 시온 학생기자가 "1960년대 우리나라에선 치즈가 낯선 음식이었을 텐데요. 임실치즈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라고 했죠. "처음 치즈를 만들던 당시엔 치즈의 독특한 향 때문에 주민들이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지정환 신부는 '우유로 만든 두부'라고 설명하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어요." 이후 당시 전북 전주 예수병원에 근무하던 외국인 의사들이 젖소 우유로 만든 치즈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정환 신부는 산양유가 아닌 우유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1967년에는 국내 최초로 임실읍 성가리에 치즈 공장을 건립하기도 했죠.

가까스로 치즈 제조에는 성공했지만, 균일한 품질의 치즈를 만들지는 못해 한계에 부딪힌 지정환 신부는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해 어렵사리 치즈 생산 기술을 습득합니다. 결국 1968년 상품성을 갖춘 카망베르 치즈 생산에 성공했죠. 이 카망베르는 '정환치즈'라는 이름으로 남대문 시장에 납품하고, 우편 판매도 했지만 판매 실적은 미미했어요. 게다가 카망베르는 저장기간이 짧고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죠.

"새로운 치즈 제조 필요성을 느끼고, 1969년 치즈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 지정환 신부는 3개월 동안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에서 치즈 만드는 법을 배웠죠. 그리고 1970년에는 3개월 이상 보관이 가능한 체더 치즈, 1972년에는 피자 전문점에 납품이 가능한 모차렐라 치즈 제조에 성공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임실군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치즈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우편 판매, 특급호텔과의 공급 계약 등으로 점차 판매량이 증가하기 시작했어요. 이에 힘입어 1978년에는 임실군 관내 우유 공장이 건립됐고, 1986년에는 입실읍 갈마리에 치즈 공장을 신축했죠. 오늘날 '임실' 하면 '치즈'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연상되기까지 이렇게 지난한 과정이 있었답니다.

임실치즈는 가염 농도를 조절해 한국인이 선호하는 정도의 짠맛이 가미된 치즈를 생산한다.


내 눈으로 확인하는 치즈 생산 원리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는 현재 '임실N치즈'라는 브랜드 제품으로 소비자와 만나는데요.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 치즈개발실 최희영 실장에게 그 과정에 대해 들었습니다. "임실N치즈는 15곳의 목장이 생산한 원유로 만들어요. 각 목장은 자체 공방을 갖고 있는데, 여기서 신선치즈·자연치즈·요구르트 등을 생산하죠. 기본적으로 한 목장당 3~4가지 정도의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듭니다."(최)

그렇다면 국내외에서 대량 생산되는 치즈와 임실N치즈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임실N치즈의 첫 번째 강점은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신선한 우유예요. 맛있는 치즈는 고품질 원유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치즈를 대량 생산하는 브랜드의 경우 여러 목장에서 가져온 우유를 한데 모아서 치즈를 만들죠. 그러다 보니 우유의 품질이 균질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임실N치즈는 각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를 각각 자체 공방에서 유제품으로 만들기 때문에 목장별로 품질이 균일하죠.

두 번째 강점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짠맛 조절이에요. "외국에서 생산한 치즈의 경우 한국인이 선호하는 짠맛이 아닌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임실N치즈는 국내 생산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정도의 짠맛으로 치즈 생산이 가능하죠."(최)

임실치즈는 15개의 목장이 각 목장의 공방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유 품질이 일정하다.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는 임실N치즈를 만드는 목장·공방을 위해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치즈와 치즈를 활용한 여러 제품을 연구·개발해요. 대표적인 예가 2023년 출시한 임실N치즈붕어빵이죠. 임실군 대표 관광지인 ‘옥정호 붕어섬 생태공원’을 홍보하고, 지역 특화사업인 치즈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한 메뉴인데요. 붕어빵을 임실에서 생산한 모차렐라 치즈와 국내산 팥·밀 등으로 만들어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에도 기여하죠.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에서 개발한 치즈·요구르트와 이를 재료로 사용한 제품은 테스트 마켓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살핀 뒤, 임실N치즈 공방에 기술을 이전해요. 임실N치즈붕어빵의 경우 반죽을 만드는 법부터 어떻게 구워서 먹었을 때 가장 맛있는지까지 다 테스트한 뒤에 공방에 기술을 이전해 생산했죠."(최)

임실치즈역사문화관에서는 치즈를 만드는 과정도 직접 살펴볼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투명한 유리 너머로 마리보(Maribo) 치즈가 생산되는 과정을 살폈죠. 덴마크 롤랜드 섬의 마리보 마을에서 유래한 마리보 치즈는 노란빛이 도는 원형의 모양이 고다(Gouda) 치즈와 비슷하지만, 내부는 고다와 달리 작은 구멍이 많으며 부드러운 맛과 톡 쏘는 맛이 공존하는 게 특징이죠.

"치즈의 이름은 해당 치즈를 만든 지역이나 마을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체더(Cheddar) 치즈는 잉글랜드 서머싯 주에 속한 체더 마을에서 처음 만들었죠. 또 카망베르(Camembert)는 프랑스 카망베르 지역에서 탄생한 치즈죠."(박)

치즈는 제조방식에 따라 자연치즈와 가공치즈로 분류할 수 있어요. 자연치즈는 고다·체더처럼 원유에 유산균·렌넷 등을 섞어 응고시킨 뒤 유청을 제거해 만든 치즈, 리코타 치즈처럼 유청에 있는 단백질을 응고해 만든 치즈로 구분할 수 있어요. 가공치즈는 자연치즈에 색소·방부제·유화제 등을 혼합해 다양한 맛과 형태로 재가공한 제품을 말해요. 샌드위치·햄버거 등에 넣어 먹는 슬라이스 치즈나 훈연향을 더한 스모크 치즈 등이 해당하죠.

이시온·서지안·이준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임실치즈의 역사를 살펴보고, 직접 치즈도 만들어 봤다.

치즈는 종류별로 필요한 재료나 숙성 기간 등이 차이가 있지만, 고다·체더·브리와 같은 자연치즈의 제조 과정은 크게 ▶원유 살균 ▶유산균·렌넷 첨가 후 자르고 섞기 ▶커드와 유청 분리 ▶성형 ▶염지 ▶숙성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원유를 살균한 뒤, 치즈를 응고시키려면 스타터 역할을 하는 유산균 등 각종 미생물과, 생후 4~5주 송아지 위 점막에서 추출한 응고 효소인 렌넷이 필요해요. 이들을 원유에 첨가하면 응고된 덩어리가 생기는데, 이 덩어리를 잘라서 휘저으면 액체인 유청과 고체인 커드로 분리됩니다.

여기서 커드만 치즈 성형틀에 넣고 압착해 물기를 뺀 뒤, 염분을 첨가해 숙성하면 우리가 아는 치즈가 되는데, 모차렐라·코티지 치즈처럼 종류에 따라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는 비숙성 치즈도 있어요. 숙성 과정 중에 치즈의 지방·단백질이 사람이 섭취했을 때 소화·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변하며, 독특한 향미 물질이 생성돼 치즈 특유의 냄새가 되죠. 또 유청으로도 치즈를 만들 수 있어요. 샐러드 토핑으로 인기가 많은 리코타 치즈는 유청에 있는 단백질인 알부민(albumin)을 응고시켜 만들죠. 이러한 형태의 치즈를 유청 치즈(whey cheese)라고 부릅니다.

지안 학생기자가 "치즈는 우유를 발효해서 만드는 식품인데요. 우유가 부패하지 않고 치즈로 발효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발효란 효모·세균 등의 미생물의 분해 작용으로 알코올류·유기산류·이산화탄소 등이 생성되는 현상이죠. 흔히 볼 수 있는 발효는 효모가 포도당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성하는 알코올 발효, 젖산균이 포도당을 분해해 독특한 향과 풍미를 만드는 젖산 발효로 분류할 수 있어요. 알코올 발효는 막걸리·와인·맥주 등의 주류를 제조할 때 쓰이고, 젖산 발효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김치·된장, 서구 식문화의 발효 식품인 요구르트·치즈 등을 만들 때 쓰이죠.

"부패와 발효는 모두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일어나는 과정이지만, 미생물의 분해 결과가 사람의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갈려요. 사람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치면 발효, 그렇지 않으면 부패죠."(박)

소중 학생기자단이 커드를 뜨거운 물에 넣은 뒤 늘리는 과정을 반복해 스트링 치즈 만들기에 도전했다.


내 손으로 만드는 치즈·피자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치즈를 만드는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요. 지안·시온·준호 학생기자는 스트링 치즈를 만들어 보기 위해 치즈관으로 향했죠.

치즈를 만들려면 저온 살균을 마친 뒤 약 38~40℃의 온도로 유지한 원유, 유산균·렌넷·칼이 필요해요. 먼저 원유에 유산균과 렌넷을 넣고 칼로 천천히 5~6회 정도 저어줍니다. 10분쯤 뒤에 확인해 보면 원유가 유산균·렌넷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푸딩 같은 질감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어요.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이 주성분인 커드죠. 시온 학생기자가 "냄새를 맡아보니 치즈 냄새가 나요"라고 신기해했어요.

커드를 자르자 노란빛이 도는 맑은 액체가 흘러나왔는데, 이것이 액체 성분인 유청이죠. 칼로 커드를 좀 더 잘게 잘라서 저으면 커드는 점점 부피가 줄어들면서 굳어서 치즈에 가까운 형태가 되고, 유청의 양은 많아져요. 평균적으로 치즈 1kg을 만들려면 10kg의 우유가 필요합니다.

커드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체험했으니 커드로 스트링 치즈를 직접 만들어볼까요. 스트링 치즈는 숙성하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먹는 모차렐라 치즈의 일종이에요. 모차렐라 치즈는 커드를 반죽하듯이 늘리는 과정을 반복해서 만드는데, 이것을 끈 형태로 만들면 스트링 치즈가 되죠. 숙성 단계를 거치지 않아서 치즈 특유의 냄새가 없으며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에요. 작은 커드 조각을 맛본 본 준호 학생기자가 "피자치즈를 생으로 먹는 느낌이에요"라고 했죠.

스트링 치즈는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는 신선 치즈 중 하나로, 모차렐라 치즈를 막대 모양으로 만든 것이라 모차렐라 치즈처럼 쭉쭉 늘어난다. 직접 만든 스트링 치즈를 한계까지 늘려본 소중 학생기자단.

먼저 깍두기 모양으로 자른 커드, 스테인리스 그릇,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준비합니다.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그릇에 80도가 넘는 뜨거운 물과 커드 조각을 담아요. 손으로 커드를 모아서 누르는 과정을 반복하면 하나의 큰 커드 덩어리가 되죠. 이 덩어리를 물속에서 꺼내 둥근 공처럼 모양을 다듬은 뒤, 호떡처럼 납작하게 누릅니다. 그리고 다 같이 커드의 모서리를 잡고 30~40cm 정도로 늘립니다. 함께 커드를 늘리던 소중 학생기자단은 "끝도 없이 늘어나요!"라며 그 탄력성에 감탄했죠.

늘어난 커드는 다시 물속에 넣어 부침개 모양으로 눌러 편 다음 김밥처럼 말아줍니다. 그리고 말아둔 치즈를 물속에서 다시 꺼내 가래떡 모양으로 성형한 뒤 공기 중에서 3~5번 정도 흔들면서 열을 식히면 스트링 치즈 완성이에요.

스트링 치즈의 특징을 확인하기 위해 지안 학생기자가 세로로 찢어봤는데, 정말 치즈가 결대로 분리되는 걸 볼 수 있었죠. 한입 베어 물어 맛을 본 시온 학생기자가 "커드와 비교했을 때 스트링 치즈가 덜 짜고, 훨씬 질감이 말랑말랑해요"라고 말했어요. 스트링 치즈와 같은 신선 치즈는 숙성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요. 그래서 서늘한 곳에서 보관하면서 3일 안에 먹는 게 좋습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임실에서 생산된 모차렐라 치즈와 국내산 농산물을 재료로 쌀 피자를 만들 수 있다.

임실치즈테마파크 치즈관에서는 임실에서 생산된 모차렐라 치즈와 전라북도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도우로 쌀피자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도 쌀피자 만들기에 도전해봤는데요. 도우에 토마토소스를 골고루 바른 뒤, 치즈와 불고기·소세지·피망·버섯 등 여러 토핑을 올려 10분 정도 구우면 피자가 완성되죠.

스트링 치즈와 쌀피자 만들기 체험을 끝낸 소중 학생기자단은 임실N치즈에서 생산한 여러 유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둘러봤어요. 할루미 치즈와 모차렐라 치즈는 물론 요구르트까지 다양한 유제품이 소비자와 만나고 있었죠. 치즈의 불모지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국내 치즈 산업의 초석을 다진 지정환 신부의 노고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발하고 있었어요.

우리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치즈가 국내에서 본격 생산된 지는 60여 년에 불과하지만, 치즈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요. 임실N치즈의 사례처럼 한국인이 선호하는 맛을 가진 치즈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치즈도 등장했죠. 농촌진흥청은 2022년 국내산 치즈의 품질 차별화를 위해 스트링 치즈에 홍삼을 첨가한 홍삼 스트링 치즈, 숙성치즈 특유의 향과 강한 짠맛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해 간장으로 염지한 고다 치즈를 개발했어요.

고추장·고춧가루 등으로 가공돼 한국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고추의 고향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조선시대 중엽에 국내에 전래했어요. 고추의 등장으로 한국의 식문화는 더욱 다채롭고 매콤해졌죠. 이처럼 치즈 역시 한국인의 입맛과 만나 앞으로도 다양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차렐라 치즈를 토핑으로 뿌린 김치볶음밥과 떡갈비를 60년 전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앞으로 치즈는 또 어떤 변신을 거듭할까요. 마트나 편의점에서 치즈 코너를 볼 때마다 한 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치즈는 오늘날 한국인의 식생활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됐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치즈가 들어가는 대표적 음식인 피자를 만들어 봤다.

동행취재=서지안(서울 잠일초 5)·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5)·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 흔히 먹는 치즈의 종류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며 지정환 신부님이 임실치즈를 만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며 최선을 다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특히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에 찾아가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정확히 배워오신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죠. 또한 농민과 장애인을 위해 평생 헌신하다 2019년 한국에서 세상을 떠나신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신부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지정환 신부님이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1960년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여파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던 시기였죠. 임실 사람들은 신부님의 헌신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을 거예요. 희망이 없어 보이던 당시 한국인들에게 지정환 신부님이 주신 ‘정의로움이 환히 빛나던 도움’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많아요. 임실치즈테마파크의 규모도 생각보다 컸고, 국내 치즈 산업의 발상지인 임실에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제 손으로 체험하고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임실치즈역사문화관에서 만난 박성근 문화관광해설사님이 임실치즈의 역사를 정말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제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근처에 일이 있다면 임실치즈테마파크에 자주 들를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임실치즈를 먹을 때는 지정환 신부님을 기억할 것 같아요.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임실치즈와 국내 치즈 산업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전북 임실군에 다녀왔어요. 임실치즈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면서 임실치즈를 만들기 위해 지정환 신부님이 기울인 노력을 알게 됐어요. 벨기에 출신이신 지정환 신부님은 한국전쟁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난했던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평생 헌신하셨죠.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웠어요. 치즈관에서는 스트링 치즈와 쌀피자 만들기도 체험했어요. 평소에도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재미있었습니다. 누르고 늘리며 스트링 치즈를 만들고 완성된 뒤에는 찢어보기도 하면서 신이 났죠. 여러 체험을 할 수 있어 재미있었던 치즈 취재였습니다.

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배재준(오픈스튜디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