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상상은 마법도 마술도 아니에요, 탄탄한 지식 바탕 돼야 재밌는 이야기 나오죠

김현정 2024. 8.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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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미래에는 AI에 의해 대체되어 사라지는 직업이 많을 거라는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말하죠. 자신만의 창의성과 감성을 통해 작품을 창작해내는 직업군은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다고요. 그중 하나가 작가죠.
2021년 첫선을 보인 『시간 고양이』 시리즈의 박미연 작가는 SF 환경 동화 부분에서 자신만의 상상력과 감성으로 흥미진진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펴낸 5권 ‘불타는 아마존의 반격’은 나오자마자 온라인 서점 세 곳에서 모두 어린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죠. 인수공통전염 바이러스로 동물이 멸종한 미래의 지구에서 살아남은 단 한 마리의 고양이 은실이와 열네 살 소녀 서림의 팬이기도 한 장이안·정하은 학생기자가 박미연 작가를 만나 상상력의 비밀을 들어봤습니다.

SF 환경 동화 『시간 고양이』 시리즈를 쓴 박미연 작가(가운데)를 인터뷰한 장이안(왼쪽)‧정하은 학생기자가 인터뷰를 준비하며 재밌게 읽었던 책을 들어 보였다.

이안: 『시간 고양이』 5권 출간 축하드려요. 이번 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부제 ‘불타는 아마존의 반격’에서 보듯 주인공 서림이와 고양이 은실이가 아마존의 환경 어린이 캠프에 참가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해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서림이 친구인 리호를 비롯해 또래 남자아이들이 연쇄적으로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사건의 배경에 무시무시한 ‘무엇’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무엇’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반전의 반전이 펼쳐지죠. 추리와 모험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하은: 『시간 고양이』 시리즈 설정을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해요.
이야기를 구상할 때 상상만 하지 않고 뉴스·책 등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시간 고양이』를 처음 구상할 때 팬데믹이 일어났어요.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만일 지금보다 더 심각한 전염병이 생겨 포유류가 거의 멸종하면 어떡하지?’라고 상상해보게 된 거예요. 그렇게 되면 힘과 권력에 따라 사람들이 사는 곳도 나뉠 거란 데까지 생각이 미쳤고요. 상상은 마법이나 마술이 아니에요. SF든 판타지든 과학적인 지식이 바탕이 돼야 누구든 읽었을 때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져요.

이안: 『시간 고양이』 시리즈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도 너무 궁금해요(웃음). 독자에게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본 걸 정리하면 세 가지 정도가 나오는데요. 첫 번째는 ‘캐릭터가 가진 힘’ 같아요. 서림이는 운동에 소질 없는 평범한 14살 여자아이인데 ‘몸치’ 여학생이 벌이는 액션 모험 판타지란 의외성이 재밌나봐요. 독자들이 나와 비슷한 주인공에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고양이 은실이를 좋아하는 독자도 많죠. 두 번째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볼 법한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 같고, 세 번째 매력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점이죠. 감상 후기 중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가 “환경 동화가 아닌 줄 알고 읽었는데, 읽는 내내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였어요. 제가 의도한 바이기도 했거든요.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주인공 서림이와 고양이 은실이(앞줄)를 내세운 『시간 고양이: 5 불타는 아마존의 반격』 내지 이미지.

하은: 이런 시리즈물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쓰시나요.
사실 1권을 쓸 때만 해도 시리즈를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결말도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고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각 권마다 환경 메시지를 담은 ‘SF 환경 동화’ 시리즈로 가보자고 제안해주셨죠. 권 수는 정하지 않았는데, 5권까지 나오는 과정에서 많이 사랑해주시고 저도 할 이야기가 많아져서 10권까지 채우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죠. 시리즈로 기획한 게 아니라 한 권 끝낸 뒤 다음 권을 생각하는 편인데요. 주제가 고민되면 관련 뉴스를 꼭 봐요. 지금 가장 중요한 환경 이슈를 살펴보면 스토리가 풀리곤 하죠. 예를 들어 꿀벌 실종 사건 뉴스를 접하고 꿀벌뿐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작고 하찮은 곤충도 많이 멸종된다는 걸 알게 됐고, ‘살인 나비’ 모티브를 잡았죠. 그리고 어떻게 더 재밌게, 어떤 모험에 담아낼 것인가를 계속 고민합니다. 환경 이야기가 아닌 척하면서 쓰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어린이 독자님들의 “다음 권이 기대돼요” 한마디가 계속 집필하는 힘이 된답니다.

이안: 어떤 계기로 동화 작가가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을 ‘나라면 이렇게 바꿀 거야’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작가를 꿈꾸는 이안·하은 학생기자도 ‘이 소재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지 않나요? 저는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그랬어요. 친구에게 글을 보여주면 좋아해 주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어서 써보라고 응원하니 그때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 뒤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배우고 방송작가로 일했는데, 육아를 하면서 일을 계속하긴 힘들더라고요. 막상 글을 못 쓰게 되니까 엄청 답답했죠. 그런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어린이 문학’에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내 아이가 재밌게 읽는 글을 써보고 싶어 동화 작가의 길에 접어들었죠.

하은: 타임머신을 타고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작가가 되기 위해 뭘 하고 싶으세요.
많이 읽고, 많이 상상하고, 많이 쓸 거예요. 과거 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요. 이때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다른 사람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걸 겁내면 안 돼요. 친구나 엄마한테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보세요.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더 나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의견이라고 생각하면 극복할 수 있어요. 아, 과거가 아닌 지금의 초등학생이 된다면 공모전에 도전해볼 것 같아요. 내가 쓴 글을 나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 싶으면 꼭 공모전에 응모해 보세요. 첫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경험이 쌓이면 성장하는 법이거든요. 작가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안: 글 쓸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아주 사소한 데서 영감을 얻어요. 『시간 고양이』의 경우 딸이랑 동네서 함께 돌보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다 문득 고양이랑 소녀 이야기를 하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마침 양자역학 이론을 설명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보는데, 고양이를 가둔 상자가 타임머신이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는 순간! 두 가지가 연결되면서 『시간 고양이』가 탄생했죠. 이렇듯 영감이란 기다린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뭘 본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사소한 거라도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또 책·영화·드라마·만화 같은 걸 많이 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특히 종이 신문을 추천해요.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타고 내가 좋아하는 콘텐트만 보여주죠. 반면 종이 신문은 관심 없는 정치·경제·사회·스포츠·문화가 모두 있어 읽다 보면 갑자기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연결되며 영감이 떠오를 거예요. 창의성의 기본은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는 겁니다. 다양한 것들을 많이 보고 생각해보세요.

박 작가는 두 학생기자가 평소 쓴 글을 읽고, 더 재밌는 글 쓰는 법을 일대일로 세심하게 알려줬다.

하은: 작가님만의 글 쓰는 비법, 아낌없이 나눠주신다면요.
저는 MBTI가 ‘파워 J’라서 글을 쓸 때 계획적으로 해요. 스스로 마감 기한을 정하고, 세부적으로 시간을 쪼개 구조 만들고, 초고 쓰고, 퇴고해요. 계획을 지키려는 강박관념 때문에라도 글이 써질 때가 있거든요. 이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또 다른 비법은 글 쓸 때 꼭 끝을 내는 거예요.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쓴다는 원칙을 세워보세요. 처음·중간·끝의 이야기 구조를 완벽하게 짜고 시작하면 완성하는 데 도움이 돼요. 저는 결말까지 다 정해놓고 쓰는 편인데, 가장 중요한 장면을 쓰기 위해서라도 힘든 걸 참으며 끝까지 쓰죠.

이안: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글을 쓰는 건 어렵다는 걸 인정한 다음, 초심을 떠올려요. ‘맞아, 나 원래 글 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다시 써야지’ 하고 마음먹죠. 또 다음 장면이 생각이 나지 않아 잘 안 써지면 과감히 덮어요. 이때 필요한 건 생각의 재료거든요. 다른 책을 읽거나 영화나 만화를 보며 생각의 재료를 채운 다음엔 산책해요. 걸으면서 머릿속에 들어왔던 재료를 지금 고민하는 글에 대입해보는 거죠.

하은: 동화 작가란 직업의 좋은 점과 힘든 점을 꼽으신다면요.
내가 좋아하는 거를 한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에요. 지난 어린이날 교보문고에서 생애 첫 사인회를 했어요. 『시간 고양이』 책을 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어린이 독자들을 보니, ‘사랑받고 있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온라인 서점 리뷰에서 응원의 글을 보면서도 ‘너무 행복하다’ ‘작가 하길 참 잘했다’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딸이 사인회에 다녀오면서 “엄마는 행복한 작가 생활을 하고 있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다만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힘든 점도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해서 수입도 많으면 좋은데 사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 것은 아니에요. 냉혹한 현실이죠.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잘하다 보면 성공하는 순간이 올 거라 믿어요. 열심히 하면 독자분들이 다 알아주니까 책도 더 많이 팔릴 테죠. 그러니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8월 초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시간 고양이: 5 불타는 아마존의 반격』을 펴낸 박미연 작가.

이안: 앞으로 써보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요.
내년에 청소년 SF 소설이 나올 것 같고요. 앞으로 10대 후반~20대 초반까지 읽는 영어덜트 소설, 본격 SF소설도 생각하고 있어요. 딸 덕분에 동화 작가가 됐듯, 딸이 성장하면서 그 나잇대에 읽을 만한 책을 계속 쓰고 싶어요. 제 첫 독자이자, 영원한 독자인 셈이죠. 『시간 고양이』를 읽는 친구들이 중학생이 됐을 때는 그에 맞는 책을, 고등학생이 되면 또 그에 맞는 책을 쓰면 좋겠어요. 독자와 함께 저도 성장하는 거죠.

하은: 저처럼 작가를 꿈꾸는 소년중앙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가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글로 재미와 감동을 주고, 때로는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그런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친구들도 꿈을 위해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책도 많이 읽고, 상상하고, 써보길 바라요. 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을 읽을 테니, 후배 작가님들이 쓴 글을 기다릴게요.
동행취재=장이안(서울사대부초 4)‧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평소 창작동화나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작가님이 직접 들려주는 글쓰기 방법이나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은지에 대한 조언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어요. 평소 글 쓸 때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 가는데요. 작가님은 먼저 계획을 세우고 구성을 미리 짜 놓은 후 쓰며, 그래야 전체적인 내용이 탄탄해지고 완성도 높은 결말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죠. ‘어떻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글쓰기 실력이 좋아져 나만의 책을 내보고 싶은 꿈도 생겼답니다.

-장이안(서울사대부초 4) 학생기자

박미연 작가님과 인터뷰하며 작가라는 직업과 한층 가까워진 것 같아요. 작가를 꿈꾸는 저에게는 “많이 읽고, 많이 상상하고, 많이 쓰라”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또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씀도 와 닿았죠. 특히 제 글을 읽고 작가님께서 피드백을 해주신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작가님이 짚어주신 대로 글을 쓰면 더 논리적이면서도 재밌는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용기도 생겼어요. 소중 독자 여러분! 환경 문제를 재미있는 SF 소설로 담아낸 『시간 고양이』 시리즈 꼭 읽어보세요.
-정하은(서울 당현초 6) 학생기자

글=강미숙 객원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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