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vs 30%' 여야 지지율 똑같아졌다…막오른 '중·수·청' 사투
한국갤럽의 20~22일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2%,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1%로 박빙이었다. 지난달 23~25일 갤럽 조사(국민의힘 35%, 민주당 27%)에서 8%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19~21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양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1%, 민주당 29%로 팽팽했다. 역시 5~7일 NBS 조사(국민의힘 32%, 민주당 24%)보다 격차가 줄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여당 지지율은 한동안 민주당을 앞질렀다. 지난달 22~24일 NBS 조사에서는 양당 지지율 격차가 11%포인트(국민의힘 36%, 민주당 25%)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다. 정치권에선 “양당 지지율이 ‘30% 대 30% 싸움’으로 막상막하였던 4월 총선 직후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결과는 양당 중 어느 한쪽에 확실히 마음을 열지 않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의 출렁대는 민심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수도권 민심을 예로 들면, 한달 전 국민의힘이 8%포인트 앞섰던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서울(국민의힘 33%, 민주당 24%)과 인천·경기(국민의힘 34%, 민주당 31%) 모두 여당이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로 좁혀진 최근 갤럽 조사에서는 서울(국민의힘 33%, 민주당 35%), 인천·경기(국민의힘 28%, 민주당 31%)에서 반대로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 우위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수·청 여론이 실시간 이슈에 따라 갈대처럼 왔다갔다하는 상태”라며 “한동훈 대 이재명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지만, 중도층은 여전히 어느 쪽에 기울지 않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중·수·청 유권자의 무당층 비율이 높은 것도 팽팽한 지지율 구도를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19~21일 NBS 조사에서 중도 성향 응답자의 무당층 비율은 38%로 진보(14%), 보수(16%) 응답자를 상회했다. 세대별 무당층 비율은 20대(51%), 30대(35%), 40대(22%), 50대(21%), 60대(10%), 70대 이상(11%)으로 20·30대 무당층 비율이 높았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현재 구도는 불완전한 박빙”이라며 “한동훈·이재명 대표 중 누가 먼저 중·수·청을 겨냥한 파괴력 있는 ‘퍼스트 무브’를 내딛느냐에 따라 힘의 균형추가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여야도 중수청에 소구될 수 있는 민생 이슈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25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고물가 문제를 언급하며 “야채·과일·축산물·수산물 가격 상승에 대해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정도가 대단히 심하다. 물가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중도층을 겨냥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연일 강조하고 있다. 22일에는 ‘당 1호 특별위원회’인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에 6선 조경태 의원을 임명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의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무조건 반대할 건 아니다”며 여권 주류와 결이 다른 입장을 냈던 인사다. 여당 관계자는 “격차해소특위는 서민과 청년층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여당 입장에선 파격적인 각종 이슈를 실시간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부동산·교통 정책 등을 개발하는 당 수도권전략특위(가칭)도 출범할 예정이다.
18일 출범한 ‘이재명 2기 지도부’도 비슷한 행보다. 보수의 가치인 성장을 앞세우며 중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신성장, 신산업”을 언급했고, 19일 첫 최고위 회의에선 “정치의 목적은 먹고 사는 먹사니즘이다. 성장을 회복해서 기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이 주도하는 연구모임인 ‘경제는 민주당’은 2주마다 자본·부동산 시장 이슈를 다루고 있고, 박찬대 원내대표와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이 공동대표인 ‘중산층 강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조세·재정 및 통화·금융 정책연구회’는 중산층 세 부담 완화 등 세법 개정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달 초만 해도 쟁점 법안과 특검법을 둘러싸고 ‘집토끼’(전통 지지층) 결집을 노린 여야 정쟁이 벌어졌다면, 최근 중도층 선점으로 전선(戰線)이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 선거도 없는데 왜 지지율 목 매나…사실상 韓-李 대권 레이스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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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대권 레이스가 개막됐다.”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확보에 나선 여야의 각축전을 두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25일 이렇게 말했다.
여야가 27년간 유지해온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개정안을 경쟁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및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이 힘을 받는 등 대선 정국을 방불케 하는 중원 경쟁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총선은 지난 4월에 이미 치러졌고, 지방선거는 2년 가량 남았다”며 “대형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여야가 치열한 중원 쟁탈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대권 레이스가 언급되는 데는 7ㆍ8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결과가 불을 지폈다. 여야의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혀온 한동훈ㆍ이재명 대표가 각각 양당의 키를 잡게 됐기 때문이다.
중원 전쟁의 포문을 연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8ㆍ18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기존 민주당과는 결이 다른 금투세와 상속세 완화 등을 내걸며 ‘우회전’ 깜박이를 켰다. 전당대회를 마친 뒤엔 임광현ㆍ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상속세 공제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의 김대진 대표는 “그동안 야당은 전당대회 전후나 명절을 앞둔 상황에선 대여 투쟁에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거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우클릭은 전형적인 대선 모드다. 일극체제를 완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행보”라고 진단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금투세 공개 토론 제안이나 전기세 감면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 측이 반대하는 제3자 특검법도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면서 당 장악력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 대표도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율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거 등 대형 이벤트가 없는 만큼 지지율을 통해 각자의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며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고착된 가운데, 양당의 지지율은 32% vs 31%(한국갤럽, 20~22일), 31% vs 29%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19~21일)로 엇비슷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앞으로의 양당의 지지율 경쟁은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과 곧바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것”이라며 “총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일극체제를 완성한 이 대표는 외연 확장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및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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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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