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학교 불쑥 오시면 안돼요"…'예약제'에 부모들 시끌

최민지, 서지원 2024. 8. 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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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방문 사전예약제가 실시된 서울 동답초의 지난 3월 등교시간 모습. 수십명의 학부모들이 학내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보안관과 교직원들이 안내하고 있다. 동답초 제공


“학교를 방문하실 때는 카카오채널을 통해 예약해주세요.”

지난해 11월 말부터 ‘학교방문 사전예약 시스템’을 시범 실시한 동답초 교문 앞에는 이런 내용이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벽면에는 “학부모를 포함한 외부인의 출입 제한을 강화한다”는 현수막도 함께 걸려있었다. 사전예약 시스템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동답초 등 관내 학교 68곳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왔다. 이 학교 교감은 “예약제 도입 전에는 담임이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면 아이를 따라온 엄마가 교실 안을 들여다보는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며 “시스템 적용 이후 교사 보호, 외부인 통제 등의 효과를 봤다”고 했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동답초뿐만 아니라 서울 관내 초·중·고교 1300여 곳에서 방문 사전예약 시스템이 적용된다. 학생, 교직원이 아닌 학부모, 외부인 등이 학교로 들어가려면 미리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방문 사실을 알리고 학교 측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교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학교가 다소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시범학교 교직원 71% “전면 도입 찬성”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8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우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예약제는 지난해 서이초에서 교사가 사망한 이후 시교육청이 내놓은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에 포함된 정책 중 하나다. 당시 민원 상담을 챗봇으로 돌린다거나 상담실에 녹화 장비를 설치하는 등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쏟아졌다.

시범 학교 교직원들은 시스템 도입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서울교사노조가 시범학교 교사 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육활동에 효과를 봤느냐는 질문에 36명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시교육청이 시범학교 교직원 2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전면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1.8%를 차지했다.

오히려 시스템,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는 교사들도 있었다. 서울교사노조 조사 주관식 문항에는 “나이 많은 보안관이, 막무가내로 예약하지 않고 교실로 들어오는 학부모를 강력하게 막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사전 예약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이를 안내하는 업무가 오히려 가중됐다” 등의 의견이 제출됐다.

업무 분장, 예약 항목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범학교에 참여했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기존 시스템에서 담임교사를 개별 승인자로 추가하게 되면 모든 방문 신청에 대해 실시간으로 알람을 받게 되더라”며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시범학교 교사는 “도서관 사서 선생님, 형제의 담임에게 방문 신청해놓고는 정작 다른 교사를 찾아가는 경우도 봤다”며 “방문 목적이나 장소를 명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안전 위해 필요”하다지만…“학교 폐쇄적” 비판도


차준홍 기자

학부모 반응은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지난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신의 블로그에 사전예약제에 대한 게시글을 올리자 “학부모가 무슨 위험한 사람이냐. 학교가 폐쇄적이다”, “급하게 예약할 겨를 없이 가는 선의의 학부모나 관계자들이 피해 보지 않아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왜 내 자녀를 만나러 가는데 사전 예약을 하고 가야 하냐’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학부모는 “젊은 학부모는 괜찮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조부모 등은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범학교 사업에 참여한 초등 6학년 학부모 현모씨는 “우리 학교 학부모회 네이버 밴드만 해도 정확히 신원확인을 안 했더니 남성 외부인이 들어와서 여성 학부모들에게 대화 신청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 벌어졌다”며 “예약제는 학교 안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학부모가 협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조금 불편함이 있더라도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사전예약제 전면 시행의 취지 이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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