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미장센·안무 돋보이나 ‘과유불급’

장지영 2024. 8. 26.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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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발레단의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8월 23~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48년 만에 창단한 국내 세 번째 공공 발레단이자 한국 최초 공공 컨템포러리 발레단이다.

한국 발레가 이제 클래식 발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온 만큼 무궁무진하게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컨템포러리 발레로의 진입이 필요한 시점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은 시의적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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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안무가 주재만 안무와 연출
대극장 가득 세련된 미장센 눈길
지나친 장면 나열… 밀도 떨어져
주재만이 안무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구름 또는 날개를 연상시키는 대형 오브제가 무대를 가득 채우는 등 미장센이 눈길을 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발레단의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8월 23~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48년 만에 창단한 국내 세 번째 공공 발레단이자 한국 최초 공공 컨템포러리 발레단이다. 무용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무대에 오른 ‘한여름 밤의 꿈’은 재미 안무가 주재만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주재만은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미국 컴플렉션즈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전임 안무가 겸 발레 마스터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는 와이즈발레단에서 2018년 ‘인터메조’(Intermezzo)를 국내에 처음 이름을 알린 뒤 2021년 ‘비타’(VITA)와 지난해 광주시발레단의 ‘디바인’(DIVINE)으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서울시발레단의 ‘한여름 밤의 꿈’은 연인들의 유쾌한 소동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하지만 원작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사랑’과 ‘꿈’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준다. 원작에서 사랑을 이어주는 장난꾸러기 요정 퍽은 이번 작품에선 현자처럼 관찰하는 입장이다.

주재만은 2막 7장으로 구성한 이번 작품에서 욕망, 고통, 슬픔, 분노, 기쁨, 희망, 용기 등 사랑과 연관된 다채로운 감정을 여러 형태의 솔로, 듀엣, 트리오, 군무로 표현했다. 앞서 원작 희곡을 발레로 만든 안무가들이 멘델스존의 관현악곡 ‘한여름 밤의 꿈’을 사용했지만, 주재만은 슈만의 가곡과 피아노곡을 중심으로 무대를 채웠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약 30명의 무용수는 주재만의 격렬한 안무를 열심히 소화했지만, 일부 장면에서 밀도가 떨어졌다. 개막을 앞두고 무용수들의 부상으로 조안무 애디슨 엑터가 대타로 나오는가 하면 한 장면을 아예 삭제하는 등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 감각적인 미장센이다. 다채로운 무대 조명과 함께 공연 내내 영상을 활용한 것이 눈에 띈다. 무대 배경막에 클로즈업된 무용수들의 몸, 쏟아지는 빗줄기와 거대한 보름달, 바다와 숲 등 다양한 영상이 등장한다. 여기에 구름 또는 날개를 연상시키는 대형 오브제, 계단이 보이는 사각의 구조물, 심장 모양의 빨간 나무 등의 오브제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든다.

하지만 ‘한여름 밤의 꿈’은 전체적으로 ‘과유불급’이란 단어가 어울려 보인다.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이라는 무게감 때문인지 지나치게 많은 장면을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비타’나 ‘디바인’이 각각 자연과 인간의 관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의 희생이라는 명징한 주제를 가졌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이 단순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사랑을 다룬 탓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인터미션 20분을 포함해 2시간15분이라는 공연 시간은 컨템포러리 발레가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겐 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세련된 미장센과 안무로 컨템포러리 발레에 대한 관객의 감각을 깨운다. 한국 발레가 이제 클래식 발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온 만큼 무궁무진하게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컨템포러리 발레로의 진입이 필요한 시점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은 시의적절했다. 앞으로 서울시발레단의 비전을 제시하는 예술감독 선임과 함께 발레 제작 노하우가 있는 운영팀 보강은 세종문화회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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