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고택에 깃든 최종현 뚝심… 유공 인수 때 빛난 ‘석유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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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평동 7번지에 있는 말끔한 한옥에 들어서니 처마 밑 '학유당(學楡堂)' 현판이 먼저 눈에 띄었다.
SK그룹의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부친 최학배 공의 '학'자와 예로부터 창업의 상징으로 여긴 느릅나무 '유'자에서 딴 것으로, '창업자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의지하던 형이 갑자기 죽자 최 선대회장은 유학을 중단하고 1973년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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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마다 SKMS 정신 재조명
2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평동 7번지에 있는 말끔한 한옥에 들어서니 처마 밑 ‘학유당(學楡堂)’ 현판이 먼저 눈에 띄었다. SK그룹의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부친 최학배 공의 ‘학’자와 예로부터 창업의 상징으로 여긴 느릅나무 ‘유’자에서 딴 것으로, ‘창업자의 고향’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곳은 최종건·최종현 형제가 1920년대 태어나 40여 년을 보낸 생가다. 기역 구조의 한옥으로 복원해 지난 4월부터 대중에 공개한 ‘SK고택’ 곳곳에는 SK그룹의 모태 선경직물의 대표 상품이자 당대 혼수 1호 필수품이었던 봉황새 이불감 등 역사를 보존하려는 흔적이 묻어났다.
직물 창고였던 별채는 SK그룹 성장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관으로 탈바꿈했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연결하는 수직 계열화를 (19)72년도에 구상했습니다. 어렵지만 집념을 가지고 패기 있게 쭉 하지 않았습니까”. 전시관 내부 대형 화면에서는 최 선대회장의 생전 모습과 함께 카랑카랑한 육성이 흘러나왔다. 선경이 섬유 산업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석유와 석유화학 사업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오랜 생각이었다. 의지하던 형이 갑자기 죽자 최 선대회장은 유학을 중단하고 1973년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그해 일본 기업과 합작해 15만 배럴 규모의 정유 공장을 세우려다 제1차 석유파동이 닥치면서 좌절을 맛봤다. 사업은 위기였지만 한국 경제를 ‘석유 금수’로부터 구하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한국에 대한 석유 수출량을 50% 줄이고 나머지도 10개월 내 끊겠다고 통보한 긴박한 상황이었다. 최 선대회장은 비공식 정부 사절로 사우디에 급파돼 평소 친분을 쌓은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을 만나 이 건을 해결해냈다. 그의 ‘석유 외교력’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 인수전에서 빛을 발했다.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은 정부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원유를 구할 수 있는지를 유공 새 주인의 핵심 조건으로 내걸었다. 앞서 야마니 장관은 1977년 최 선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원유를 증량 공급하겠다. 민간 회사를 설립해 원유 도입을 교섭해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던 터다. 그렇게 선경은 유공 인수에 성공하고 석유 사업 진출의 숙원을 이뤘다.
26일은 최 선대회장이 타계한 지 26주기 기일이다. SK그룹은 고인이 정립한 고유의 경영 철학 ‘SKMS’를 재조명하며 별도 행사 없이 조용한 추모에 나섰다. 지난 24일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가족이 모여 고인을 기렸다. SK그룹 관계자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했을 때마다 SKMS가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문화의 근간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대변혁의 기로에 선 SK그룹은 최근 SKMS 정신을 구성원에 강조하고 있다.
수원=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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