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심위 구성 착수… “직무 관련없다” 檢 판단 쟁점될 듯

법조·학계서 15명 무작위 추첨
일각, 알선수재·뇌물적용 주장도
준비에 2주… 이르면 내달초 소집

김건희 여사(왼쪽)와 최재영 목사. 뉴시스

대검찰청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일정 조율을 이번 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가 다음 달 15일 만료되는 만큼 수심위 소집 절차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통상 준비 작업에 2주가량 걸리는데,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면 다음 달 초쯤 심의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기획조정부는 지난 23일 이 총장의 수심위 회부 지시 직후 외부위원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수심위 위원은 법조계와 학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 150~30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이 선정된다. 위원장을 맡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대검에서 무작위 추첨 기계를 이용해 위원을 선정한다. 심의 당일 위원 과반수 찬성에 따라 기소 여부 등을 권고하는데 위원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

수심위 제도 시행 후 현재까지 15건에 대한 수심위가 열렸고 김 여사 사건은 16번째다. 검찰은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된 7건 중 6건에서 수심위 권고를 받아들였다. 서울의소리 측은 이날 “수심위가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구성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심위에선 알선수재 혐의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무혐의 판단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 금품수수 처벌 규정이 없는 점이 명확하지만 야권 등을 중심으로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알선수재는 공무원이 아니어도 공무원 직무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면 성립된다. 변호사법 위반은 공무원 취급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으면 처벌이 가능하다. 모두 공무원 직무관련성이 인정돼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를 감안할 때 알선수재 등 혐의도 적용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알선수재, 뇌물수수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청탁금지법이 적용 안 되면 알선수재 등도 처벌이 어려운 게 당연한 논리”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가방을 받은 건 잘못이지만 가방 전달 자체가 기획됐고 함정을 판 것에 가까워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형사처벌이 아닌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 수사 강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김 여사 측은 대통령이 가방을 받은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모든 뇌물 사건 피의자들이 그렇게 변론한다”며 “만약 경찰서장 아내가 명품가방을 받았다면 검찰이 바로 자택,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직무관련성은 더 폭넓게 인정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수심위 당일에는 검찰과 최재영 목사, 김 여사 측 변호인이 출석해 각각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수심위가 불기소 권고를 내리면 명품가방 사건은 그대로 종결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소를 권고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수사팀 추가 검토가 이뤄지면서 이 총장 임기 내 결론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사건 처분을 둘러싼 중앙지검과 대검 간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수심위에서 ‘수사 중단 혹은 계속 여부’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변수다.

대통령실은 이 총장의 수심위 개최 결정에 대해 “담담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최종처분 때까지 반응을 최소화하는 기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수심위를 열지 않는다고 논란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며 “(개최하지 않았다면) 야권에서 왜 검찰이 ‘봐주기’ 했느냐는 논란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나성원 이경원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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