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최악 폭염과 한 철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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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한구석으로 밀려난 북극곰의 쓸쓸한 모습.
폭염에 질린 민심을 반영하듯 최근 여야 의원들은 폭염 또는 한파 시 법령에 따라 전기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민생 법안으로 이를 신속히 협의하자는 여당 대표 제의에 야당도 긍정적으로 화답했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폭염·한파 시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주에게 작업 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명령을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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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한구석으로 밀려난 북극곰의 쓸쓸한 모습. 지구 온난화 위기를 알리는 캠페인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진이다. 환경운동가들 사이에선 이런 북극곰 사진을 더는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너무 자주 활용한 북극곰 사진이 식상해지면서 덩달아 기후변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기후변화가 일상인 시대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더 기후변화에 무심해질 수 있다.
느슨한 관심을 끌어올린 건 한반도를 덮친 폭염이었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8월에만 14.8일이었다. 최악의 여름으로 기록된 2018년 14.1일보다 많았다. 34일 연속으로 나타난 서울의 열대야는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에 가장 긴 것으로 기록됐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열대성 기후가 짙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악의 폭염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 폭염에 질린 민심을 반영하듯 최근 여야 의원들은 폭염 또는 한파 시 법령에 따라 전기요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민생 법안으로 이를 신속히 협의하자는 여당 대표 제의에 야당도 긍정적으로 화답했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유사한 전기요금 감면 법안은 2021년 7월 발의됐다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폭염·한파 시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업주에게 작업 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명령을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7월 발의 이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입법 불발의 배경에는 정부 측 반대 의견이 있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상장사인 한국전력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법률로 규정하기 어려우며 전기요금 체계의 탄력적 운영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선 작업 중지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회 취약계층 전기요금을 한국전력과 소비자 간 계약 관계 혹은 한전 약관으로만 정하게 할 수는 없다. 또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보건 조치를 사실상 사업주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면피성 조치만 반복될 게 뻔하다. 법률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 놔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실행될 수 있다는 등의 반대 의견이 있다. 부채 늪에 빠진 한전의 재무 상황과 무관하게 감면 대상을 무한정 확대하자는 말은 아니다. 폭염 시 작업 중지뿐 아니라 이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 역시 정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한 철 논의에만 그친다는 점이다. 이상기후 피해가 커지면 그제야 부랴부랴 단발성 지원책을 쏟아냈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상황이 반복됐다. 앞으로는 여러 분야에 걸친 갖가지 대응책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선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후변화 소관 업무를 컨트롤하는 조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취약층 배려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 구조와 노동환경 변화 등은 종합적으로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선제 대응이 쉽지는 않다. 미국 시카고에선 1995년 7월 무려 50도에 육박하는 체감온도를 기록한 폭염으로 700명 이상이 사망한 뒤에야 과감한 대책이 추진됐다. 다만 과거와 달리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불규칙해 보이는 기후변화 패턴까지 연구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정부가 기후변화를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책임을 피할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김경택 사회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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