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트럼프와 해리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2024. 8. 2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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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트럼프 ‘관세율 인상’ 정책은 한국 수출 둔화·성장률 저하
해리스 ‘기업 보조금’ 정책은 우리 청년 일자리 유출 우려

누가 되든 삼성전자·현대차 미국 땅에 유치하려 할 것
‘좋은 일자리’는 결국 대기업과 연동돼 있기 때문

미국 대선이 재밌게 됐다. 민주당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된 이후 앞서는 여론조사가 더 많아졌다. 대선의 향배를 결정하는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7곳에서도 이기는 여론조사가 늘었다. 미국 대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자.

먼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을 계기로 ‘세계 경제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트럼프의 등장은 한 시대의 종언이자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었다. 트럼프는 ‘반(反)세계화’의 상징적 리더다. 세계 자본주의는 1990년대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다.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이 붕괴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을 본격화한다. 95년에는 미국이 주도해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자유주의가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처럼 보였다. 경제정책에서 ‘신자유주의 노선’의 핵심 중 하나는 자유무역 확대다. 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의 시대 혹은 초세계화의 시대였다.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세 가지가 바뀐다. ①국제무역에서 신자유주의 노선 폐기 ②중국 문제의 발견 ③제조업 일자리의 중요성이다. 세 가지 정책은 모두 연결돼 작동했다. 필자가 쓴 ‘좋은 불평등’에서 자세히 다뤘던 주제이기도 하다. 2001년 중국은 WTO에 가입한다.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급격하게 사라진다. 2001년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약 1800만개였다. 2008년까지 약 700만개가 사라진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왜 이렇게 극적으로 사라졌을까. 미국 공장들이 ‘가성비가 좋은’ 중국으로 대거 이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중국경제는 연평균 12% 급성장했다. 교역 확대로 세계 경제 성장률도 증가했다. 단 미국의 중임금 일자리는 사라졌다. 미국의 불평등도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WTO 가입 이후에 발생했던 일이고, 한국에서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발생했던 일이다.

90년대 이후 세계화는 중국 베트남 등에 큰 도움이 됐다. 반면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는 급격하게 사라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세계화 반대’로 입장을 변경한다. 트럼프는 필요한 시기에 등장했던 ‘상징적 인물’이었을 뿐이다.

2020년에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다. 바이든은 반도체법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산업을 견제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래산업 경쟁력이 있는 한국·대만·일본 대기업들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했다. 그러나 바이든 역시 ①반세계화 ②중국 견제 ③제조업 일자리의 중요성은 트럼프와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와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경우 각각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트럼프는 모든 나라에 10~20%의 보편관세를 도입하고, 중국에는 60% 관세율 적용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다. 관세율 상승은 수출 둔화와 한국의 성장률 저하로 연결될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관세가 싫으면 ‘미국 안에’ 공장을 지으라는 것이다. 한국의 일자리 유출로 연결될 것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관세, 감세, 이민 규제는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물가 인상은 금리 인상으로, 금리 인상은 강달러로 연결된다. 세계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금융시장의 자금 역시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IRA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에 지급하는 최대 7500만 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이 없어질 것이다. 한국의 전기차 회사들과 2차전지 회사들의 불이익이 예상된다.

해리스 경제정책은 중산층 감세, 법인세 인상, 사회안전망 강화가 중심축이다. 한국경제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들이다. 한국경제와의 관련성은 바이든 정책을 계승할 때다. 핵심은 보조금 지급을 통한 한국 대기업 유치다. 한국 대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많이 지을수록 ‘청년 일자리’가 미국으로 유출될 것이다.

트럼프, 바이든, 해리스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미래산업 분야의 글로벌 대기업을 ‘미국 안에’ 유치하는 것이다. 핵심 정책수단은 대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다. 초(超)세계화 시대에도 대기업이 중요했는데, 반세계화 시대에도 대기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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