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서울 아파트값 급등 부채질한 정책 실패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올라 서울 실거래가는 15%, 강남 4구는 21%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만도 5% 올랐고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8·8 대책을 발표하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수도권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고 한다. 얼마전만 해도 집값 하락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걱정했는데 왜 갑자기 서울 아파트값이 오를까. 단기적으로는 금리 영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한 후 2달 만인 작년 1월부터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으로 전환했다. 작년 3분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자 4분기 서울 아파트값도 주춤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4.82%에 달하던 금리가 올 6월에는 3.71%까지 내려앉았다. 앞으로 금리는 더 내려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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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금융 혜택 1주택자에 부여
서울의 똘똘한 한 채에 수요 몰려
금융과 수요·공급 정책 조화 필요
」
수요는 쉴 새 없이 서울로 모이고 있다. 인구 감소가 눈앞으로 닥치면서 외곽지에 대한 불안은 커지고 전세 사기로 비아파트는 무섭다. 직장 근처 편리한 새 아파트에 살려는 젊은 맞벌이 가구는 급증하여 서울 우위는 난공불락의 성처럼 견고해졌다. 고점 대비 저렴한 서울 아파트는 손해 보지 않을 것이며 지금 말고는 가져볼 수 없다는 믿음이 팽배하다. 외지인 구입도 여전하여 실수요든 투자 수요든 전 국민이 서울 아파트를 원하는 지경이다.
불행히도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은 원활하지 않다. 작년 서울 주택 착공은 전년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도권은 2022년부터 벌써 급감했고 지금까지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3년의 시공 기간을 생각하면 내년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준공은 본격적으로 감소한다. 금리는 내려가고 서울 수요는 이토록 강력한데 공급은 받쳐주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정책 실책은 뼈아프다. 특례보금자리론이 대표적이다. 소득 제한 없이 출시되어 작년 가계부채 증가와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였고 올 초 쓸쓸히 퇴장했다. 금융당국은 금융 포용성을 목표로 가산 금리를 축소해 대출 금리 상승을 억제해왔다. 근래 집값이 오르자 가산 금리를 높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저출생 대응 정책 자금은 규모를 늘리고 대상을 확대했다. 저출생의 엄중성은 이해하나 실행 시점은 아쉽다. 다양한 경로로 서울 주택시장에 자금이 공급되고 시장 금리와 무관한 개입은 변동성을 키웠다.
수요 정책도 제대로 돌아봐야 한다. 강남 분양시장은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고 없던 수요까지 만들었다. 20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을 정부가 가격을 규제하여 고자산 무주택자에게 공급한다. 양도소득세 혜택까지 있다. 고액 자산가에게 주택과 자산을 함께 배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분양가 상한제, 청약제도, 1주택자 양도세 면세가 얽히면서 부조리가 발생한다. 현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 완화 기조를 밝혔으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제·금융·청약 혜택을 집중적으로 1주택자에게 부여하니, 가장 수익률이 높고 안전한 서울로 수요가 쏠리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투자 수요는 옷을 갈아입고 서울의 고가 아파트의 실수요자가 되었는데 투기 수요를 잡아 집값을 잡겠다는 오래된 구호가 나올 판이다. 다주택자 규제의 끝에는 서울 집값 상승이 있다는 전 정부의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공급정책도 문제다. 경기가 나빠 민간이 어려우면 공공이 나서야 한다. 하지만 LH 사태에 발목이 잡히면서 작년과 재작년 공공의 착공 감소 폭이 민간보다 크다. 경기 침체기 공공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현 정부의 공급 대책 중 다수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급정책이 시장에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자꾸 길어진다. 이제는 정책이 발표되어도 시장은 관심 갖지 않는다. 나중에 국회 통과되면 보자는 식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일하고 사는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소득·자산·지역 격차는 급격하게 커졌다. 유기적으로 조율된 정책으로도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주택시장이다. 그런데, 최근 정책은 땜질로 기워 놓은 누더기처럼 엉성하고 거칠다. 금융과 부동산 수요·공급 정책이 서로 합을 맞추어 제때에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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