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의 이코노믹스] 재정 지출로 경기 안정시키는 미국, ‘빅 컷’ 가능성은 낮아

2024. 8. 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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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금리 인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하반기 한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큰 이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다. 금리 인하 시기와 폭, 그리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미국 월가 전문가들은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 9월에 0.5~0.75%포인트의 큰 폭 인하, ‘빅 컷(big cut)’을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7월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기존의 3%대에서 2.9%로 낮아졌고 실업률은 4.3%로 높아져 경기가 점차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는 실물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우리 정책 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연착륙 가능성…Fed 신중한 접근할 듯
먼저 미국 금리 인하 시기를 보면 시중의 예상대로 9월 인하가 유력하다. 특히 지난 23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수렴할 것을 확신해 9월 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걸림돌 또한 많다. 7월 인플레이션이 비록 2.9%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목표치에 수렴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2%대에서 3~4개월 안정세를 보여야 한다. 1980년대 초에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 당시 Fed 의장이었던 폴 볼커가 금리 인상을 중단했으나 인플레이션이 재발하면서 금리를 다시 큰 폭으로 높였던 사례가 있고 특히 지금은 중동 사태로 원유가격이 불안해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 월가, 미국 경제 경착륙 우려 속
9월 0.5~0.75%p 인하 전망도

물가, 목표보다 아직 높은 수준
인하 폭 보수적으로 선택할 수도

한국, 금리 낮춰 경기 침체 대응
금융·외환시장 안정에 매진해야

김주원 기자

인하 폭에 대해서는 파월은 데이터에 따른다고 했지만 경기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서 빅 컷을 하기는 쉽지 않다. Fed는 그동안 세계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경우에만 빅 컷을 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 성장률을 2% 후반대로 높게 전망하고 있으며, 7월 실업률도 4.3%로 높아지는 추세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경기 경착륙 신호가 보이면 정책 당국이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연착륙을 전망하는 배경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예일대 출신으로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에 따라 현재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예일대의 제임스 토빈 교수의 거시경제 정책기조를 따르는 이들은 물가보다 경기를 더 중요시한다. 그리고 경기 조절에 있어 재정 정책의 역할을 강조한다. 실제로 그동안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미국 Fed는 큰 폭으로 금리를 높였지만, 옐런의 재무부는 확대 재정 정책으로 경기 침체를 막았으며 그 결과 미국 증시는 최근까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미국 경기는 경착륙보다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고 9월 금리를 인하해도 빅 컷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엔 캐리트레이드(엔 캐리) 자금의 유출도 Fed가 큰 폭의 금리 인하에 신중한 배경이다. 일본의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리 인하 역시 미·일간의 금리 차를 줄여 엔 캐리 자금의 유출을 자극한다. 최근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충격을 고려하면 미국은 경기 경착륙이나 금융위기급 충격이 없는 한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작다. 일부에서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 때문에 빅 컷의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Fed는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다. 정치적 요인에 의해서 인하했다는 비판을 피하고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Fed는 금리 인하 폭을 보수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미 금리 인하→달러 약세’ 대응해야

김주원 기자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실물 경제에서는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한국의 대미국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고금리로 인한 달러 강세로 미국 무역적자는 커지고 있다. 물가가 잡히고 금리가 인하되면 미국 정책 당국은 악화한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고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등의 보호무역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보호무역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이 우려된다. 1985년 플라자합의 때와 같이 동아시아 국가의 통화 가치를 평가 절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대미국 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여서 전체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국의 금리를 인하시키고 환율을 낮춰 성장률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금리 인하로 한국 금리가 인하되는 경우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면서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반면에 달러 약세는 원화 강세를 초래해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켜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원화 강세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입 물가가 낮아져 물가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환율은 이미 달러당 1300원 초반대로 낮아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 자금의 이동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게 된다, 헬렌 레이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미국 금리 인하는 해외 투자의 안전성을 높여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현재 5.25%포인트까지 벌어진 미·일 간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엔 캐리 자금의 이동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자본 이동의 증가는 주식이나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쳐 주가나 환율의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경제 불확실성과 투자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 금리 인하 충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 내수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하로 초래될 원화 강세로 수출 감소 등 대외적 충격이 가시화할 경우 자본 유출로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에 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서민 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의 폐업과 도산이 늘고 있으며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0%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티몬과 위메프 등 온라인 플랫폼 부실도 늘어나고 있으며 중소 이커머스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할 경우 금융 부실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가계부채에 빅 컷 어려워

김주원 기자

이렇게 보면 통화 당국은 내수 진작을 위해 9월 미국 금리 인하 여부와 상관없이 10월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도 4개월째 2%대에서 안정되고 있고, 최근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금리 인하의 여건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만으로 내수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려서 저소득층을 지원해서 내수를 회복시키는 정책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재정 적자가 늘어나는 비용이 있으나 내수 진작과 금융 부실 감소의 이익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선 다변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로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국 무역흑자 폭까지 감소할 경우 한국 경제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전체 무역수지나 경상수지가 악화하면서 국가의 대외신인도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새로운 수출선을 개척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를 강화해 수출을 늘리는 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신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고물가 대책도 필요하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가와 임금 안정이 필수적이다. 물가상승률은 2%대로 낮아졌지만 한번 오른 생활 물가는 내리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인해 원유 가격 상승 가능성도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물가가 오르는 경로를 보면 물가 상승은 농산물과 공공요금에서 시작되고 이는 다시 다른 전반적인 물가와 임금을 높이는 경로를 거친다. 정책 당국은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공공요금을 안정시켜 고물가로 임금이 상승하고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인플레 재발 막기 위한 정책 필요
마지막으로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고 적정환율을 유지토록 해야 한다. 자본 이동의 증가는 환율의 변동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환율을 적정환율에서 괴리시킨다. 특히 과도한 자본 유입은 원화가치를 평가절상시켜 수출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외환 당국은 글로벌 자본이동을 모니터링해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나 자본 유입을 감시해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고 적정환율을 유지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외국인 주식 투자 비중이 크고 국내 금융시장 규모가 작아 미국 금리 인하에 취약하다. 정책 당국은 금융 및 외환시장을 안정시켜 미국 금리 인하의 충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 금리 인하와 보호무역 강화,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불안 등 대외적 다중 충격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다중 충격이 겹쳐서 올 경우 한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재발과 경기 침체 심화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금융 및 외환 위기는 대부분 미국 금리 인상 때보다는 인하 시기에 많이 발생했다. 한국 경제가 미국 금리 인하 충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지금은 정책 당국의 현명한 정책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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