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6~7분이면 충전 OK”…중국, 전기차 이어 ‘수소차 굴기’ 박차
“6~7분만 충전하면 대략 640㎞도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지난달 방문한 상하이 자딩(嘉定)구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제조사 제칭커지(捷氫科技·SHPT)에서 만난 관계자는 수소차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기차 등 다른 신에너지차에 비해 충전 속도와 주행 거리 등 효율 면에서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형 디젤 상용차를 수소차가 대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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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베이징 등에 시범구 지정
“수소차 관용 정책 필요” 목소리
보급 정체, 과다 경쟁 등은 위기
“잠재력 큰 만큼 한·중 협력 기대”
」
지난달과 이달 상하이와 베이징의 수소산업 시범구를 각각 방문했다. 현지 업체 관계자들은 수소차와 관련 산업의 확대를 확신했다. 상하이의 수소 장비 제조사인 리파이어(REFIRE) 직원은 “2017년부터 상하이에 7.5t 수소 트럭 500대, 광둥 포산(佛山)시에는 수소 버스 455대 등을 납품했다. 실적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파리기후협정으로 탄소 중립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이제 수소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상하이는 수소전지를 전기차 충전시스템으로도 활용한다. 푸둥의 한 쇼핑몰 주차장에는 리파이어와 충야파워테크놀로지가 협업한 급속충전 시설이 가동 중이었다. “별도 전력망이 없어도 10㎡ 자투리땅을 쾌속 충전소로 바꿀 수 있다”고 현지 직원은 설명했다. 지난 20일 찾아간 베이징 다싱(大興)의 국제수소시범구엔 베이징에서 창장삼각주까지 1300㎞에 이르는 수소 트럭 노선을 개척한 링뉴칭넝(羚牛氫能), 상장사 시노하이텍 등 수소 관련 기업 100여 곳과 충전소가 성업 중이었다.
리창 “수소에너지 발전 가속” 공식화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중국은 수소차 분야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굴기(崛起)’에는 기술 관료의 역할이 컸다. 내연기관 전문가 출신으로 2010~2020년 공업정보화부 부장을 역임하면서 중국의 전기차 정책을 진두지휘한 먀오웨이(苗圩)의 저서 『차선 바꾸기 경주(換道賽車)』에는 추진 과정이 자세히 담겨있다.
먀오 전 부장은 “‘길’이 차를 기다릴지언정 차가 ‘길’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寧可‘路’等車 不讓車等‘路’)”라며 충전 인프라 강화를 강조했다. 중국이 내연기관차를 건너뛰고 신에너지차 강국이 된 비결이다. 수소차 분야에도 ‘길이 차를 기다리는’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 충전소(총 428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본격적인 수소차 질주는 2020년 9월에 시작됐다. 재정부·공업정보화부·과기부·발개위·에너지국 다섯개 부처가 ‘연료전지차 시범응용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면서 베이징·상하이·광둥 포산시·허난성·허베이성의 5대 도시 클러스터를 수소 시범구로 지정했다. 클러스터마다 파격적 지원 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보급 확산을 위해 수소 ㎏당 가격을 35위안(6600원)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먀오 전 부장은 중국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석권을 자신했다. “중국 제품이 한걸음에 하늘에 오를 수는 없지만, 사용 장려 정책을 수립하고, 입찰과 구매에서 과거 실적에 대해 불합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며, 사용 중 발생하는 문제는 관대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시장이 성숙하고 자국산의 경쟁력이 오를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수소 산업 지원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리창(李強)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첨단 신흥 수소에너지, 신소재, 혁신 신약 산업의 발전을 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수소 분야가 국가 역점 사업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물론 현재 업계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수소차의 높은 가격 때문에 보급은 지체되고, 관련 기업들은 미수금이 늘면서 ‘자금 보릿고개’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은 전환기를 맞은 수소차 업계의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이 생산한 수소연료전지 차량은 5631대, 판매 차량(전년도 재고 포함)은 5791대에 그쳤다. 전년 대비 49.4% 늘긴 했지만, 96개 기업의 합산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직 ‘규모의 경제’와는 동떨어져 있음을 짐작게 한다. 실제 100대 이상을 판매한 기업은 15곳에 불과했다. 2024년 상반기 판매량은 2490대로 집계됐다.
중복·과잉 투자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31개 지방정부 중 27곳이 수소산업 계획을 세웠다. 7월 기준 등록된 수소 관련 기업 총수는 4000개사가 넘는다. 미수금이 쌓이면서 선수금 60% 없이는 계약부터 꺼리는 분위기다.
업계는 보조금 확대를 요구한다. 49t 수소 트럭의 제조가는 120만 위안(2억2500만원)으로, 현재 보조금 37만 위안(6900만원)을 고려해도 판매가 50~60만 위안에 불과한 디젤 트럭보다 20~30만 위안이 비싸다. 제일재경은 49t 수소트럭의 판매가를 80만 위안, 수소 충전가격을 25위안/㎏으로 낮출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한·중 간 협력 아이템 가능성
수소 산업은 한국과 중국 양국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협력 아이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왕쥐(王菊) 국제수소연료전지협회(IHFCA) 비서장은 “한·중은 수소산업에서 협력 기회가 매우 많다. 잠재력도 큰 만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싱에서 만난 류화둥 수소에너지교류센터 주임은 “지금까지 보급된 수소 차량 규모는 중국이 1만8487대, 한국은 3만4000여 대로 수소산업은 한국이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미 중국 수소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021년 1월 광저우시에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법인을 설립하고 20만㎡ 부지의 연료전지 공장을 준공했다. ‘에이치투(HTWO)’라는 수소 밸류 체인 브랜드도 구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시범 도시군 제도의 변화와 연료전지시스템 원가의 절감이 이뤄지면 본격적인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몇 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중국 수소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강표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수소 시장의 미래 잠재력을 고려할 때 보조금과 시장진입 등에서 현대차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관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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