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逝者如斯夫(서자여사부)
2024. 8. 26. 00:06
“선생님께서는 냇가에 서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시며 ‘흘러가는 것이란 이와 같구나! 밤낮을 가리지 않으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제자의 말이다. 『논어』의 여러 구절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구절이니 원문을 외워두면 좋으리라. “자재천상왈(子在川上曰),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야(不舍晝夜也).”
흘러가는 것이 어디 물뿐이랴. 흐르는 물만큼이나 쉼 없이 흐르는 게 시간이다. 공자는 시간을 흘러가는 물에 견주어 흘러 소진(消盡)해가는 인생을 한탄한 것이다.
삶은 소진 즉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의 점철인것 같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기력이 소진해가고, 나의 체력 또한 소진해가고, 총명했던 기억력이 소진해 가고…. 그렇게 흘러가고 소진해가는 것들을 어찌 붙잡을 수 있으랴! 물, 바람, 구름, 저 흘러가는 것들이 모두 나의 스승! 나만은 안 흘러가겠노라고 버틸 게 아니라, 물 따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나도 흘러가도록 놓아두어야 한다. 다만, 흘려보내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 것! 모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 안고서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길은 외줄기,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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