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스페이스X, 우주전쟁서 보잉 눌렀다
우주산업 치열한 경쟁
미국 보잉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 탐사에 나섰던 우주 비행사들이 돌아올 때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이용하게 됐다. 전통적인 항공 기업인 보잉이 체면을 구기면서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new)스페이스’ 시대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존슨우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라이너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는 9월 말 발사될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을 타고 내년 2월 지구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6월 보잉의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지만 기체 결함으로 지구로 복귀하지 못한 채 ISS에 머물러 있다. 당초 1주일 체류 계획이 총 8개월가량으로 늘어나게 됐다.
스페이스X는 뉴스페이스에서 한층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2002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지난 2020년 민간 기업 중에는 최초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며 10여 차례의 우주비행 임무에 성공해왔다. 오는 26일(현지시간)에는 스페이스X의 ‘드래건’ 캡슐이 민간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우주로 가 민간 최초로 우주유영(spacewalk)도 시도할 계획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스페이스X가 새로 개발한 외부 우주선 활동 전용 우주복을 입고 700㎞(435마일) 고도에서 우주 공간에 나가게 된다.
유인우주선은 국가가 우주 개발의 주체였던 ‘올드(old) 스페이스’ 시절부터 존재했지만 최근의 유인 우주선은 단순히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주 경제의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관광, 상업적 우주 거주지 개발 등의 분야도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또 우주에서 연구·개발(R&D) 등을 진행할 때 지금처럼 자동화된 실험 장비만 실어서 보내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가게 되면 복잡한 샘플 수집 등이 가능해진다. 2035년 우주 경제 규모는 1조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WEF).
보잉은 우주 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NASA에 따르면 스타라이너는 ISS에 도킹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헬륨 누출과 기동 추진기 고장 등의 문제를 겪었다. 경쟁사 스페이스X보다 개발이 더뎠던 데다 기술적으로도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스타라이너의 미래는 불확실해졌다”며 “보잉은 개발 과정에서 여러 문제로 수년 간 약 16억 달러(약 2조1200억원)의 초과 비용을 냈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잉의 임무 완수 실패를 두고 빌 넬슨 NASA 국장은 “추후 스타라이너의 유인 비행이 다시 시도될 것을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보잉과의 협업이 종료된 건 아니라는 의미다. 앞서 NASA는 2019년 우주 개발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민간 업계와 협력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보잉·스페이스X와 각각 42억 달러(약 5조5800억원), 26억 달러(약 3조4500억원)의 유인 우주선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우주는 국방 문제와도 직결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이 유인 우주선 ‘선저우 16호’를 발사하자 미국 국무부는 “미국의 경쟁자들은 우주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약화시키기 위해 조직, 훈련,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WP는 “일련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NASA 관계자들이 보잉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공개 칭찬했다”며 “이들은 하나의 우주선이 추락했을 때 러시아의 소유즈를 대체할 다른 미국 우주선이 있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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