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방치’ 텔레그램 CEO 긴급체포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방치한 혐의로 24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프랑스 방송사 TF1, BFM TV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오후 8시쯤 전용기를 타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발해 프랑스 파리 외곽 르 부르제 공항에 입국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내에서 벌어지는 마약 구매나 성범죄 등 각종 범죄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 현지 소식통은 프랑스 경찰 내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OFMIN)에서 사기, 마약밀매, 사이버폭력, 조직범죄, 테러 조장 등 범죄에 대한 초기수사 결과 두로프를 해당 범죄의 조정대리자(coordinationg agency)로 간주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AFP에 말했다.
체포된 두로프는 러시아 출신으로 2013년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텔레그램을 공동창업한 인물이다. 텔레그램 창업 전에는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 소셜미디어(SNS) 프콘탁테(VK)를 만들어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2014년 러시아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VK 사용자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며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독일에 머물며 텔레그램 운영에 집중해 왔다.
텔레그램은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를 자동 삭제하는 등 높은 ‘보안성’을 앞세워 전 세계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두로프는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2021년 5억명이던 월간 활용 이용자 수(MAU)가 올해 9억명으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텔레그램 본사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문제는 이런 보안성 때문에 범죄에도 곧잘 악용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9년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인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렀고, 현재까지도 텔레그램은 각종 성범죄의 온상지로 지목되고 있다. N번방 사건 당시 조주빈 등 가해자 일당은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외부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경우 방을 삭제해버리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했다.
해외에서도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 세력들이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사건에서도 이들의 주요 소통 채널로 텔레그램이 지목됐다. 지난 7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영국의 극우 폭력 시위 참가자들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 정보를 전달하는 주요 플랫폼 역할도 도맡았다.
두로프는 그동안 텔레그램이 ‘중립적 플랫폼’으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범죄가 발생해도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아 왔다.
향후 범죄 정보 등 각종 불법 콘텐트가 유통되는 플랫폼에 사회적인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 지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랑스 OFMIN의 수사관 중 한 명은 AFP 등 외신을 통해 “텔레그램이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끝났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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