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사회’ 중국의 고민 [생생中國]
지난 7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는 “자발적이고 탄력적인 방식으로 법정 은퇴 연령의 상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년 연장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중국 지도부가 정년 연장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중국의 정년은 남성 60세, 여성 55세(사무직 기준, 생산직은 50세)다. 1951년 이후 70년 넘게 바뀐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노동력 확보를 위한 인구 구조 재배치와 연금 재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년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의 고령화 문제는 한국 못지않게 심각하다. 중국은 2021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겨 고령 사회로 들어섰다. 지금 같은 속도면 2035년에는 초고령화 사회(20% 이상)로 진입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향후 30년 동안 약 1억7000만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약 3억8000만명으로 급증해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감하는 출산율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2023년에는 출생아 수가 사상 최저치인 902만명으로 떨어졌다. 출생아 수는 2017년부터 계속 줄었다. 2022년부터는 전체 인구수마저 감소하고 있다. ‘세계 최다 인구 국가’ 자리도 인도에 넘겨줬다.
中 총 인구, 2022년부터 감소 시작
연금 고갈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65세 이상 노인부양비는 12.7%에서 20.8%로 증가했다. 근로자 100명당 약 21명의 노인을 부양한다는 뜻이다. 일부 분석기관에서는 10년 안에 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년 연장에 대한 청년층 반발이 만만치 않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는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나이 든 근로자가 줄어야 일자리가 생긴다” 등의 의견이 쏟아진다. 심지어 정년 연장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을 향해서는 “일찍 죽는 게 낫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청년 실업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해 6월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한동안 발표를 중단하다 올해부터 재학생을 통계에서 제외한 새로운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14~15%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최근 SNS에서는 장쑤성의 한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하러 갔다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경비원을 만난 영상이 화제가 됐다. 고등교육을 받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긱워커(단기근로자)’로 전락한 청년 실업의 가혹한 단면에 많은 청년들이 공감한 것. 아울러 SNS에서는 1990년 이후 출생자의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청년들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사실상 정년 연장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과 오래 일하려는 중장년층 간의 세대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이번 정년 연장 사안은 강력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조차도 조심해서 접근해야 할 분야라는 점을 일깨우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song.kwangsub@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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