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필의 視線] 한진포구서 내포역사문화권을 생각한다
조한필 2024. 8. 25. 20:57
문화재청이 지난 5월 국가유산청으로 바뀌었다. 그 때 역사문화권과가 신설됐다. 이 부서가 몇해 전 시작된 역사문화권정비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충남은 이 사업과 무관한 지역 취급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국가유산을 주변의 현재 생활환경과 조화시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다. 정비사업 대상이 되면 많은 국가 예산이 해당 지역에 쏟아진다. 대상 시기가 고대(古代)로 제한돼 있다. 충남은 오래전 설정된 공주·부여 백제역사문화권 때문에 외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인상이다.
전북·강원·충북·제주는 “신라·백제·가야 비해 홀대받는다”고 주장해 각각 후백제·예맥·중원·탐라 문화권을 따냈다. 충남은 전남북 중심의 마한문화권 한켠에 겨우 비집고 들어가 있다. 역사학계는 마한 중심국인 목지국이 예산, 공주, 천안·아산 중 한 곳에 있었을 것으로 보는 데도 이 지경이다.
지난주 당진 한진포구서 이틀 보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충남은 이렇게 역사성 깊은 포구문화를 지녔는데 왜 하나로 꿰지 못할까?” “그간 내포역사문화의 우수성만 외쳤지 정작 무얼 했지?”
한진은 옛이름 대진(大津)에서 비롯됐다. 대가 ‘크다’는 우리말 ‘한’으로 바뀐 것이다. 백제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충청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큰 나루가 여기에 있었다.
이 사업은 국가유산을 주변의 현재 생활환경과 조화시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다. 정비사업 대상이 되면 많은 국가 예산이 해당 지역에 쏟아진다. 대상 시기가 고대(古代)로 제한돼 있다. 충남은 오래전 설정된 공주·부여 백제역사문화권 때문에 외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인상이다.
전북·강원·충북·제주는 “신라·백제·가야 비해 홀대받는다”고 주장해 각각 후백제·예맥·중원·탐라 문화권을 따냈다. 충남은 전남북 중심의 마한문화권 한켠에 겨우 비집고 들어가 있다. 역사학계는 마한 중심국인 목지국이 예산, 공주, 천안·아산 중 한 곳에 있었을 것으로 보는 데도 이 지경이다.
지난주 당진 한진포구서 이틀 보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충남은 이렇게 역사성 깊은 포구문화를 지녔는데 왜 하나로 꿰지 못할까?” “그간 내포역사문화의 우수성만 외쳤지 정작 무얼 했지?”
한진은 옛이름 대진(大津)에서 비롯됐다. 대가 ‘크다’는 우리말 ‘한’으로 바뀐 것이다. 백제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충청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큰 나루가 여기에 있었다.
충청예학 원조격인 송익필이 한진포구서 배를 타고 건너다 시 한 수 남겼다. ‘나루터 뱃사공이 절하고 맞이하여 갈 길을 의논하니 문득 절로 근심이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명에 있는 것이니/ 마음을 다잡아 먹고 보니 바다도 평안하네…험한 마음과 평안한 마음은 나로부터 있는 것이니/ 평지에도 근심이 또한 많지 않겠는가.’ 크지 않은 배로 바다를 건너려니 겁이 났다. 선비 체면에 마음 굳게 먹었다. “육지에 있다고 이런 근심 없겠나. 에헷! 으으음!” 헛기침 한 번 했을 듯하다.
그후 300년이 흘러 19세기 말, 온건개화파 관료 김윤식도 이곳서 나룻배를 탔다. 면천에 유배 왔을 때다.‘외로운 배 새벽녘 대진 근처 떠가니/ 물결 망망하여 아무 것도 구별 안 되네/ 현망따라 조수는 불어났다 줄어들고/ 근기·호서 경계 나눠 가운데로 물결 흐르네/ 영암은 우뚝 서서 퇴파의 지주 같고….’ 김윤식은 아산만을 건너며 기묘하게 바다 한가운데 솟은 바위를 본 것이다. 바로 영웅바위, 일명 영옹암·영공암·영암이다.
이 영웅바위는 행정구역상 당진시 신평면 매산리에 속해있다. 썰물 때는 높이 15m, 밑면둘레 60m나 되는 바위섬이 된다. 2020년 당진 향토유적이 됐고, 이곳 시민단체 및 언론에서 충남도 문화유산 지정 노력을 펴고 있다.
이 바위는 해상의 강도와 도적을 잡아내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여러 기록에 ‘영웅’으로 전해져 온다.
임진왜란 때는 아산만에 침입한 왜군들이 이 바위를 조선 수군을 지휘하는 장수로 보고 혼비백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설은 바위가 신통력을 발휘해 실제 장수로 변해 왜적을 물리쳤다고도 한다.
충남 서북지역을 내포라고 통칭한다. 바다가 육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오래전부터 포구가 발달됐다. 포구를 통한 물류 이동이 활발하니 물산이 풍부하고 외부 사조(思潮) 유입도 빨랐다. 천주교가 이 지역으로 맨처음 들어온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충남은 서천-보령-태안-서산-당진-아산 등으로 이어지는 ‘들쑥날쑥’ 해안선마다 포구가 있다. 포구마다 뭇사람이 드나드니 많은 이야기가 있는 건 당연하다.
해양으로 눈을 넓게 뜨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해안가 포구부터 세밀한 관심을 갖자. 우리가 직접 ‘충남 포구역사문화권’을 설정하고, 그 특수한 역사성을 찾아내 남에게 알리자. 관광지 개발 보다 역사 찾기가 앞서 나가야 콘텐츠가 풍부해진다.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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