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가 비단을 펼쳐 놓은 것 같다"는 곳

문운주 2024. 8. 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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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여행 ②] 문화와 자연, 과거와 현재가 아우러진 경포호수

[문운주 기자]

▲ 경포호수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한 때는 둘레 12km나 되는 큰 호수였으나 4km 정도로 작아진 것을 습지 등으로 원상 복구
ⓒ 문운주
동해안 여행 두 번째 날, 강문해변에서 경포호로 향한다. 15일 아침이다. 강원 강릉 경포호 둘레길에는 조깅하는 사람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한낮 더위에 지친 몸을 이열치열, 땀으로 풀고 있다.

경포호수는 본래 주위가 12 km에 달하는 큰 호수였으나, 현재는 규모가 4 km 정도로 작아졌다. 원형 복원사업으로 습지를 만들고 '경포둘레길 12km' 코스를 조성했다. 경포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산책과 관광,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날 여정은 '경포둘레길 12km' 코스를 걸으면서 가시연 습지, 시비공원, 강릉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 경포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현재와 과거, 고려시대까지 아울러지는 문화와 역사 답사다. 명품 관광에 기대와 흥분이 앞선다.

경포호수 가운데 서 있는 월파정은 경포호수에 비친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것에 비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달밤에 정자에 올라 동해에 떠오르는 달을 감상하며 시상을 떠올렸을 법하다. 이름만 들어도 달밤 경포호수의 운치가 그려진다.

오리는 유유히 물살을 가르고, 호수 주변 소나무 숲은 울창하다. 솔향 가득한 강릉이다. 백두대간 겹겹이 쌓인 산봉과 능선이 시가지를 감싸듯 안고 있다. 경포대의 현판 '제일강산(第一江山)'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일까.
▲ 가시연  잎은 둥근 쟁반 모양으로 직경2m까지성장한다. 앞면은 광택이 나고 녹색으로 주름이 지면서 악어의 비늘처럼 보이기도 한다. 뒷면은 흑자색을 띤다.
ⓒ 문운주
▲ 가시연꽃 강릉 경포호에 조성한 습지에가시연 개화하는 모습, 삐죽히 내밀고 있는 줄기 모습. 줄기에 가시가 있다.
ⓒ 문운주
▲ 가시연꽃 멸종위기2급 야생 생물이다. 경포호 주변 농지에 습지를 조성하면서 복원했다. 가시가 있어 가시연이라고 부른다.
ⓒ 문운주
고택 답사를 하다 보면 집안에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심어놓은 경우를 많이 본다. "이제염오(離諸染汚),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는 꽃의 특성이 절개를 중시하는 선비들의 기풍과 맞아서일까.

연꽃 축제를 여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꽃구경에 나선 것은 단 한번, 40여 년 전이다. 꽃이 피는 시기가 7~8월이라 폭염과 강력한 햇볕을 참으며 구경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번 경포호 탐방길에 연꽃을 보게 된 것은 행운이다. 그것도 가시연을...

가시연은 줄기에 가시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멸종위기 2급 야생 생물이다. 경포호 주변 농지에 습지를 조성하면서 복원되었다. 강릉 경포호의 깃대종(특정 지역의 대표할 동, 식물)이다. 60년대 자취를 감췄던 가시연이 습지 복원사업으로 되살아났다.

"잎은 둥근 쟁반 모양으로 직경 2m까지 성장해요. 앞면은 광택이 나고 녹색으로 주름이 지면서 악어의 비늘처럼 보입니다. 뒷면은 흑자색이 보이고요."

가시연 성장 과정을 매일 모니터링한다는 해설사님을 만났다. 꽃보다 잎이 아름답다고 했더니, 나를 이곳저곳 안내하며 가시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특히, 가시연은 5월부터 개화하여 피고 지고 하다가 가을이면 온몸을 녹인체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고 한다.

이 밖에도 노랑어리연, 가시수련 등을 볼 수 있고 참개구리도 서식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연꽃도 만개했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 멋진 풍광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더위를 피해 아침이나 석양에 둘러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 무궁화 대한민국 국화. 무궁화 꽃 한 송이가 눈길을 끈다.
ⓒ 문운주
▲ 경포대 3.1운동 기념탑 강릉에서 4월부터 5월까지 연 인원 만 여명이 참가한 강릉의 독립 만세 운동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기념 탑
ⓒ 문운주
조각과 시비가 있는 시비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고독한 동행(김문기 작), 감자꽃 태산(원형동 작) 등 20여 점의 조각품, 시비가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야외나 실내에 전시된 작품을 보는 경우가 많다. 고택, 누정 등에서 옛 선조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현대 미술 작품이나 시를 감상하면서 자아를 비춰보기도 한다.

강릉 3.1독립만세운동 기념탑은 일제 강점기인 1919년 당시 전국적으로 일어난 독립만세운동에 호응하여 강릉에서 4월부터 5월까지 연인원 만여명이 참가한 강릉의 독립만세 운동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 1999년 4월 13일 상해임시정부수립기념일에 준공되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
▲ 경포대 고려 충숙왕 때 지어진 누각. 이건 후, 몇 차례 중수
ⓒ 문운주
▲ 경포대 한시비 안내석 경포대 아래 강사길에 한시 14 수의 시비를 세우게 된 배경을 설명한 안내석
ⓒ 문운주
경포대는 정면 6칸, 측면 5칸 팔작지붕 건물이다. 경포호수와 경포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반 누정과 달리 높이가 다른 누마루를 2단으로 구성했다. 고려 충숙왕 때 지어진 누각이다.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곳을 찾아와 시로 남겼다.

사실 이번에 강릉여행을 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경포대를 보기 위해서였다. 왠지 강릉 하면 경포대가 떠오르곤 했다. 정철의 관동별곡 등 많은 문사들이 예찬한 경포의 아름다움은 경포대에 세워놓은 한시비에서 느껴볼 수 있다.

난초지초 동과 서로 가지런히 감아 돌고
십리 호수 물안개는 물속에도 비치네
아침 햇살 저녁노을 천만 가지 형상인데
바람결에 잔을 드니 흥겨움이 넘치네

숙종 임금이 쓴 7언절구다. 경포호수와 경포해변 등 그 아름다움을 필설로는 형용할 수 없어 경포대 한시비의 한시 14수(한글로 풀어놓은 시)를 감상하는 것으로 경포호수 둘레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 경포호 거울처럼 맑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한 때는 둘레 12km나 되는 큰 호수였으나 4km 정도로 작아진 것을 습지 조성등으로 원상 복구하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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