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비밀, 받아들여짐을 열망합니다” 예수향남교회 정갑신 목사
대안학교와 가정사역으로 다음세대 회복을 꿈꾸다
“모든 사람은 받아들여진 만큼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내가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이 있어야 존재의 너끈함으로 세상에서 하나님의 옳음을 추구하고 또 자비와 긍휼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람은 수동적 폐쇄적 방어적일 수밖에 없고,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삶의 폭도 좁아집니다. 부모에 의해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자기이해로 사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저는 이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복음에 의해 ‘받아들여짐의 기적’을 경험하도록 이끄는 것이 저희 교회와 학교 모두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입니다.”
정갑신(61) 예수향남교회 목사는 지극히 당연하나 현실에선 너무 멀리 있는 ‘받아들여짐의 비밀’을 강조한다. 당신이 누구든지 간에, 삶의 조건이 어떻든지 간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변화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우리가 흔히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고 표현하는 지점이다. 조건 없이 나를 받아주는 사랑, 그리스도의 사랑이 내 안에 종교를 넘어 현실로 들어와야 교회든 학교든 세워진다는 의미다.
지난 16일 경기도 화성의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정 목사는 대안학교인 예수향남기독학교와 밀도 있는 가정사역을 통해 다음세대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 정 목사는 총신대 신학과, 서울대 사범대학원,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충현교회, 안산동산교회, 서울 창신교회 등지에서 사역했다. 총신대 학보사 편집장을 역임하며 한때 신문기자를 꿈꾸었지만, 대천덕 성공회 신부의 강연을 듣고 지나간 자리에 사랑과 사람을 남기는 목회자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다. 2009년 상가교회로 시작한 예수향남교회는 개척 3년 만인 2012년부터 예수향남기독학교의 문을 열고 자녀 교육에 힘을 쏟았다. 현재는 수천명 성도들 가운데 영·유아부에서 중·고등부까지 학생들이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3040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비율이 높은 교회로 꼽힌다.
그럼에도 정 목사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아이들에게 과연 진짜 신앙이 있는가, 예수님이 내 인생의 답이라는 고백이 실천적으로 나오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다섯 중 넷이 신앙을 잃는 현실, 지금은 교회학교에 출석하더라도 잠재적 비신자가 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신앙의 본질인 받아들여짐의 기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수향남기독학교엔 성경과 기독교세계관 과목 이외에 특별한 커리큘럼은 없다고 했다. 다만 시험으로 줄 세우는 공교육에선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랑, 아이들을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주는 교사 학부모 학생 상호 간의 사랑이 있다고 전했다.
“저희 둘째 딸이 집에서 저랑 원수였습니다. 학창시절 아슬아슬한 상황을 많이 겪었는데, 어느 날 기도 중에 ‘너에게 사랑하라고 보낸 딸을 네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사랑하겠느냐’ 말씀을 듣습니다. 그동안 저는 딸을 사랑하지 않고 딸에 대한 기대를 사랑했기에, 딸이 기대대로 하지 않으니까 미워했던 겁니다. 대상 그 자체를 존재로서 사랑하지 않고 그에 대한 나의 기대를 사랑하는 것. 이때 엄청나게 회개했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고백합니다. ‘아빠가 너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널 진짜 사랑할게. 아빠 딸이어서 고마워.’ 교통사고 상황을 가정하고 애가 살아만 있어도 감사하다는 그 마음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때부터 딸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도 잘 마치고 지금은 목회자와 결혼해 사모로서 개척교회를 섬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향남교회는 가을철 새생명 초청잔치를 통해 부모들이 자녀들과 사랑의 대화, 받아들여짐의 대화, 복음의 대화를 나누도록 돕는 세미나를 기획 중이다. 교회는 가정사역을 강조하며 사역단체 가정의힘을 통해 매일하는 과제, 매주하는 가정예배 등을 강조해왔다.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를 모은 마더와이즈 자유편 지혜편 회복편을 배우며 성경적 양육법을 고민하고 파더와이즈와 결혼예비학교 부부학교 등도 진행하고 있다.
예수향남교회는 지난해 여섯 번째 교회를 분립개척했다. 교회에서 5년을 전임으로 사역한 목회자는 3~6개월을 기도로 준비하며 개척 멤버를 모으고 최대 100명의 교인들과 함께 장소 임대 비용 및 2년간의 소정의 사역비를 지원받아 독립적인 교회를 개척한다.
교회 스스로 규모를 키우려는 욕망에 굴복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자기를 깨뜨려 새로운 교회를 낳으려는 다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 목사는 “분립개척을 통해 성도들은 자기 몸을 깨뜨리는 십자가의 도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바로 그때 세상은 자신들의 질서와 다른 새로운 질서, 곧 조건없는 내어줌이 교회 안에서 현실이 된다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냐’고 질문한다. 그것이 초대교회가 받았던 질문이고, 세상이 생명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지점이다.
화성=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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