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 화재, 하루 한번 꼴인데…진화 설비는 제자리걸음

윤예솔 2024. 8.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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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나 모텔 등 국내 숙박시설에서 하루에 한 번 꼴로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 미비로 화재 위험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3년 준공된 해당 호텔은 소방법이나 건축법 등에 의한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와 기숙사,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화재 발생 시 설치된 스프링클러 중 15%만 정상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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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부천 모 호텔의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모여있다. 연합뉴스


호텔이나 모텔 등 국내 숙박시설에서 하루에 한 번 꼴로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 미비로 화재 위험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이전 준공된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없어 소방당국이 화재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3년 준공된 해당 호텔은 소방법이나 건축법 등에 의한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는 1981년 1층 이상 숙박시설의 11층 이상에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후 2005년엔 11층 이상 숙박시설 전 층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2018년부터는 6층 이상 숙박시설의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개정안이 시행됐다. 2022년에는 층수와 관계없이 숙박시설로 사용하는 면적이 600㎡ 이상인 경우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범위가 더 확장됐다. 하지만 이런 규정들은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201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여전히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상황이다.

숙박시설 화재는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25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843건이다. 인명 피해는 총 387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9년 365건, 2020년 344건, 2021년 375건, 2022년 382건, 지난해 377건 등이었다. 숙박 시설별로는 모텔 화재가 전체 645건으로 가장 많았고, 펜션(328건)과 호텔(27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공동주택에서도 화재 사고는 증가세다. 아파트 화재 건수는 2021년 2666건, 2022년 2759건, 지난해 3001건을 기록했다. 올해도 25일 기준 2050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오래된 아파트나 공동 주거단지에는 제대로 된 화재 초기 진화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다.

다만 모텔 점주들은 곧바로 건물 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서 7층짜리 모텔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 당장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건물 전체의 배관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그사이 영업이 중단되고, 공사비용도 몇천만 원이 든다”며 “이번 사고 이후로 소화기 비치 등을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의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주변 모텔 사장님들끼리도 스프링클러 설치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공사 비용 등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간이 스프링클러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경찰이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스프링클러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파트와 기숙사,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화재 발생 시 설치된 스프링클러 중 15%만 정상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장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면 지원책을 고민하거나, 소방안전관리자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래된 건물까지 소급 적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건물주들 반발이 심하다면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정된 소방안전관리자가 화재 발생 시 대피, 구조 등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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