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부동산 영끌 급증…'국가+가계 빚' 첫 3000조 돌파

나상현 2024. 8. 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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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가계 빚의 합이 처음으로 3000조원선을 넘어섰다. 경기 부진과 감세 기조로 세수가 줄면서 국채 발행이 늘어났고, 최근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가계 대출까지 급증한 영향이다. 재정준칙 준수, 의무지출비율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지금 당장은 내수 회복을 우선시할 시점이라는 제언도 함께 나오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국가채무(지방정부 채무 제외)와 가계 빚(가계신용)은 총 3042조1000억원으로 기록됐다. 나라·가계빚 합계가 3000조원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분기(2997조9000억원) 대비 43조2000억원 늘어났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1년 3분기(63조4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해 명목 GDP(2401조원)의 127% 수준이기도 하다.


국가채무·가계신용 모두 역대 최대


신재민 기자
특히 국가채무는 전분기 대비 30조4000억원 늘어난 114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부진으로 ‘세수 펑크’가 2년째 지속하는 가운데 상반기 재정 집중집행 기조가 이어진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2분기 말 기준 누계 총지출은 37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조3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신속집행률(66.2%)도 당초 계획(65%)을 상회했다.

다만 ‘큰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채무가 불어나는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1년 970조7000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연평균 10.1% 증가했다. 특히 2020년 한 해엔 전년 대비 17.1%나 급증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2023년 증가율(6.3%)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 2분기 기준 가계 신용은 전분기 대비 13조8000억원 늘어난 189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역시 역대 최대치다. 최근 부동산 거래 확대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구 빚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까지 맞물리며 내수 회복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는데,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씩 하향조정했다.


이자비용만 20조원대…野는 “돈 풀자”


문제는 나라 빚이 커지면서 내수를 부양할 정부의 재정 운용 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고채·외평채·주택채 등 국가채무 이자비용만 24조7000억원에 달했다. 유가 급등과 같은 대외 변수에 대한 정부 대응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중에도 감세 기조는 꾸준히 유지되는 만큼 재정 여건을 갈수록 악화될 우려가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가 이어지는 인구 구조상 정부 지출과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뚜렷한 세수 확충 노력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재정이 제 역할을 못했을 때 경제성장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2024.08.21.

설상가상으로 실질적인 입법권을 쥔 거야(巨野)는 ‘돈 풀기’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한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한 재의결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 1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재부 예산실장과 차관을 지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대폭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의무지출비용 구조조정”…‘내수 회복이 먼저’ 목소리도


이에 당정은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재정 지출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정부 예산 편성 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땐 2% 이내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준을 벗어날 경우 세계잉여금을 채무 상환에 쓰도록 규정하는 등 강제성도 부여하고 있는 만큼 재정준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 지출 등에 쓰이는 의무지출비율을 구조조정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 대비 의무지출 비중은 94.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국가 재정 상태는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복지 지출을 효율화하고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맞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깎는 등 의무지출비율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적으론 내수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인 만큼 재정 정책 우선순위를 ‘경제 활성화’에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아직은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지 않은 만큼 위험한 수준이라고 보진 않는다”라며 “장기적인 재정 관리는 필요하지만, 당장은 내수를 회복시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가계 대출을 줄이는 등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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