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 유럽 42초 데뷔골'…감독 "슈퍼맨, 놀라운 재능" 극찬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2003년생 공격수 이영준(그라스호퍼)이 데뷔전에서 42초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그라스호퍼는 25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스타디온 레치그룬트에서 열린 FC시옹과의 2024-25시즌 스위스 슈퍼리그 5라운드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날 그라스호퍼는 신입생 이영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영준은 2024-25시즌을 앞두고 K리그1 수원FC를 떠나 스위스 명문 그라스호퍼와 2028년까지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일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과의 친선경기에서 45분을 소화하며 마크로 셸리바움 감독에게 인상을 남겼던 이영준은 마침내 워크 퍼밋을 발급 받아 데뷔전을 가졌는데, 킥오프 42초 만에 데뷔골을 터트리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반 1분 그라스호퍼 선수가 상대 페널티지역 앞에서 뜬 공을 패스하려던 게 상대 수비수에게 맞고 중앙에 있던 이영준에게 향했다. 이영준은 자신에게 오는 공을 왼발로 컨트롤한 뒤 수비수를 두 명이나 앞에 두고도 니어 포스트를 노리는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시온의 골망을 흔들었다.
시온의 골키퍼는 이영준이 먼 쪽 포스트를 바라보고 오른발로 크게 감을 것을 예상했는지 약간 이동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영준의 슈팅에 반응하지 못했다.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이기는 했으나 팔도 뻗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걸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유럽 진출 후 첫 골을 작렬시킨 이영준은 그대로 그라스호퍼 팬들에게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라스호퍼 팬들은 먼 곳에서 온 외국인 스트라이커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내며 이영준의 데뷔골을 함께 축하했다.
그라스호퍼는 이영준의 선제골 덕에 경기를 쉽게 운영할 수 있었지만, 후반 14분 상대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후반 17분 라트비아 국가대표팀의 주장이자 그라스호퍼 주전 수비수인 크리스터스 토버스의 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가져왔고, 후반 45분 독일 출신 미드필더 트시 윌리암 은덴게의 추가골로 승기를 잡은 끝에 3-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그라스호퍼는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개막 후 승리 없이 1무 3패를 기록 중이던 그라스호퍼는 시옹을 제압하고 승점 3점을 획득하면서 리그 8위로 올라섰다.
경기가 끝나고 스위스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이영준을 주목했다.
스위스 매체 'SRF 스포츠'는 "이영준의 완벽한 데뷔"라며 "경기장에 있는 팬들은 행복한 순간을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다. 42초 만에 선발 투입된 이영준이 골을 터트려 1-0을 만들었다. 한국의 장신 스트라이커는 얼음처럼 차가운 득점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라스호퍼를 이끌고 있는 마크로 셸리바움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셸리바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영준은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으며, 팀 동료들을 더 좋게 만드는 슈퍼맨이다"라고 말했다.
키 193CM 장신 공격수 이영준은 지난달 30일 그라스호퍼에 입단하면서 유럽에 발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해 20세 이하(U-23)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21세의 나이에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불리고 있다.
2003년생인 이영준은 수원 삼성 유스 출신으로, 지난 2021년부터 수원FC에서 뛰기 시작했다. 2021시즌에 17세 9개월 22일의 나이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K리그1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운 그는 2022시즌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16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영준은 군 복무를 하루빨리 해결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2022년 12월 김천 상무에 합격한 이영준은 이듬해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고, 많은 선수들이 그렇듯 상무에서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다.
이 시기에 이영준은 김은중 현 수원FC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에 발탁돼 U-20 아시안컵과 U-20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영준은 대회 모든 경기를 뛰면서 기록한 2골 1도움 외에도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 싸워주고 동료들에게 공을 연결해 주는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다.
U-20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이영준은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던 U-23 대표팀에 합류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카타르에서 열린 2023 U-23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도 참가했다.
당시 이영준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극장 헤더 결승골을, 중국과의 2차전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며 황선홍호의 해결사로 떠올랐으나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치른 8강전에서 뼈아픈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국제 무대에서의 활약과 상무에서의 꾸준한 성장 덕에 이영준은 다수의 해외 클럽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독일 2. 분데스리가(2부리그)의 클럽들도 이영준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이영준은 스위스의 그라스호퍼를 선택했다.
그라스호퍼는 스위스 슈퍼 리그(27회)와 스위스컵(19회) 모두 역대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명문 클럽이다. 다만 2000년대부터 하락세가 찾아와 2002-03시즌 이후로 리그 우승이 없다. 2018-19시즌엔 70년 만에 2부로 강등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한국 선수가 그라스호퍼에서 뛰는 건 2022년 수원 삼성을 떠나 울버햄프턴으로 이적을 선택했던 정상빈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당시 정상빈은 울버햄프턴에 입단한 직후 그라스호퍼로 임대된 케이스였으나, 이영준은 임대가 아닌 그라스호퍼 완전 이적이다.
그라스호퍼는 이영준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이영준은 장신을 앞세워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하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고, 본인의 마무리 능력도 준수해 결정까지 지어줄 수 있는 선수다.
그라스호퍼 스포츠 디렉터인 스테판 슈바르츠도 "이영준은 우리가 원하는 요구 사항에 정확히 부합한 선수이며, 경기에 추가적인 측면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수다. 그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고, 실적까지 냈던 젊은 선수다. 이영준이 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를 선택해서 기쁘다"라며 이영준을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그라스호퍼에 입단해 유럽에 진출한 이영준은 데뷔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감독뿐만 아니라 그라스호퍼와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사진=그라스호퍼 SNS,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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