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소 화재 연 300건…"스프링클러 의무화 확대 필요" [부천 호텔 화재]
오는 31일부터 3박 4일간 제주도 여행을 앞둔 김나래(27)씨는 예약한 숙박시설에 연락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냐”고 문의했다. 지난 22일 불이 난 경기 부천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걱정됐기 때문이다. 김씨가 문의하자 숙박시설 사장은 “살다 살다 스프링클러 설치했는지 묻는 전화는 처음이다.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5층짜리 숙소를 예약했는데 10층 이하 숙소엔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돼 전화했다”고 말했다.
투숙객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천 호텔 화재 사건 뒤 숙박시설을 찾는 이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25일 중앙일보가 수도권 내 숙박시설(호텔·모텔 등) 1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확인한 결과 2곳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은 곳의 직원 A씨(60대)는 “20년 전부터 영업하면서 스프링클러 설치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필요성은 느끼지만 큰돈을 들여야 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숙박시설 직원 B씨는 “11층 이상이라 의무적으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숙박 시설마다 설치 여부가 다른 건 관련 법령이 여러 차례 개정됐기 때문이다. 소방시설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2005년 5월 이후 지어진 11층 이상 숙박시설에 대해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후 2017년 개정된 시행령은 “6층 이상 숙박시설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치 범위를 확대했지만, 개정 전에 지어진 숙박시설에 대해 소급 적용은 하지 않았다. 요양병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노유자(老幼者)가 이용하는 일부 시설에만 소급적용 됐다. 이번에 불이 난 부천 호텔도 지난 2004년 10월 사용 승인을 받은 9층 건물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숙박시설 화재는 총 1843건으로, 매년 3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32명으로, 인명피해는 모두 387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초기 소화에 효과적인 만큼 숙박업소에도 설치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숙박업소의 경우 투숙객이 건물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고, 완강기·에어매트는 최후의 피난 수단일 뿐 화재 진압은 할 수 없어 스프링클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6층 이상 건축물 전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오래된 건물 등에는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며 “구축 건물 화재 대책에 대해 정부와 당이 깊이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지난 23일 “소방법·건축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가 소급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제도적 미비점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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