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명품백’ 무혐의, 수심위에서 달라질까?

알선수재·변호사법 위반 여부가 쟁점
법조계 “법리적으로 형사처벌 어려워”
“검찰 수사 더 고강도로 했어야” 시각도

김건희 여사(왼쪽)와 최재영 목사. 뉴시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다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선 알선수재 혐의 등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판단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청탁금지법은 배우자 금품수수 처벌 규정이 없는 점이 명확하지만, 야권과 서울의소리 측을 중심으로 뇌물수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를 고려할 때 알선수재 등 혐의 적용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실체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킬 만큼 고강도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알선수재는 공무원이 아니어도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면 성립되는 범죄다. 변호사법 위반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으면 성립된다. 검찰 수사팀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디올백을 건넸다는 점에 근거해 직무관련성 및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25일 “청탁금지법은 알선수재, 뇌물수수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서 청탁금지법이 적용 안 되면 알선수재 등도 처벌이 어려운 게 당연한 논리”라며 “애초 형사사건화 될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별감찰관이 임명돼 있었다면 그 단계에서 마무리됐을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가방을 받은 건 잘못이지만 가방 전달 자체가 영상 촬영을 위해 기획된 일이고, 함정을 판 것에 가까워 직무관련성이나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형사처벌이 아닌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알선수재, 뇌물수수 등 혐의가 인정되려면 청탁금지법보다 더 까다로운 구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 대법원 판례도 알선과 금품 사이 대가관계는 친분,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이익의 수준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도록 한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전직 군인이 방산업체와 자문 계약을 맺고 보수를 받았더라도 자문 내용이 구체적 현안 해결이 아니었다면 알선수재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수사팀은 김 여사가 구체적 현안 해결을 위해 금품을 받은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앞서 최 목사가 ‘함정 취재’를 위해 가방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던 만큼 알선수재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보통 전관 변호사가 “사건 담당 검사를 잘 알고 있으니 선처받도록 해주겠다”며 거액 수임료를 건네받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내부에선 김 여사가 특정 현안 해결 대가로 가방을 받은 증거가 뚜렷하지 않아 적용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원 판례에서도 현안과 관련된 해결을 약속하고 금품을 받은 부분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강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건에서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가 고강도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김 여사 측은 대통령이 가방을 받은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모든 뇌물 사건 피의자들이 그런 식으로 변론한다”며 “만약 경찰서장 아내가 명품백을 받아 논란이 됐다면 검찰이 바로 자택,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여사에 대한 방문조사로 인해 수사에 공정성 논란이 가중된 것도 검찰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무혐의를 할 것이었으면 오히려 검찰청에서 소환 조사해 엄중히 수사했다는 외관을 갖췄어야 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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