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신목회열전]“교회들이 하나 된 모습 보여줄 때 선한 영향력 나타낼 수 있어”

임보혁 2024. 8. 2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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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백종석 서산이룸교회 목사
백종석 서산이룸교회 목사가 지난 19일 충남 서산의 교회 사무실 책장 앞에서 자신의 목회를 소개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서산=사진 임보혁 기자

백종석(52) 서산이룸교회 목사가 목회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노란색 봉투 하나를 꺼내왔다. 지역 내 한 은퇴 목사로부터 받은 편지라고 했다. 봉투 겉면에는 꾹꾹 눌러 담은 손글씨로 “나의 42년 서산기독교회 역사에 은퇴 목사님들 대접은 처음인 것 같아 감격스럽고, 감사하다”고 적혀있었다.

백 목사는 현재 충남 서산지역 300여 교회를 대표하는 서산시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도 맡고 있는데, 지난 5월 원로 목회자들을 교파를 초월해 섬긴 데 대한 감사 인사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2년에는 교회 설립 50주년을 맞아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지역 내 50개 미자립교회에 교회당 100만 원씩 후원도 했다. 백 목사는 “선배 목사님들 덕에 서산 지역 교회가 지금까지 지역 복음화 사역을 감당할 수 있었다”면서 “교회끼리 서로 하나가 된 연합의 모습을 지역사회에 보여주는 것 또한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뿐 아니라 백 목사는 또래 목회자들과 함께 사역과 비전을 공유하고 목회 방향성을 연구하는 모임에도 참여한다. 백 목사는 “정치적인 모임이 아니라 순수한 목적으로 서로 교류하며 목회를 연구하는 모임”이라며 “각 교회의 사역을 서로 벤치마킹하며 각자의 교회 상황에 맞춤 적용해보기도 하는 등 서로 뭔가 배울 수 있는 모임이라 좋다”고 말했다.

목회자 간 수평적, 수직적 관계 모두에 관심을 두고 지역 복음화와 한국교회의 미래 목회를 고민하는 백 목사를 지난 19일 서산의 교회에서 만났다.

서산이룸교회 전경. 서산=사진 임보혁 기자

백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한 일에도 적극적이다. 코로나 때는 방역을 돕고자 서산시에 1000만원 규모의 성금을 전했고, 교회 성도들과 함께 ‘이웃사랑 헌금’을 모아 인근 초·중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도 꾸준히 지원한다. 하지만 서산이룸교회가 처음부터 지역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1972년 백승억 현 원로목사가 이 교회 전신인 서산순복음교회를 개척해 사역할 당시 다른 교단 목회자들은 그를 “백승억씨”라고 낮잡아 불렀다고 한다. 당시 동네 아이들은 천막 교회로 태풍에 찢어진 건물 천장을 보며 “걸레 교회”, “거지 전도사”라고 놀렸다. 그런 과거를 딛고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공을 백 목사는 원로목사와 교인들에게 돌렸다.

백 목사는 미국 풀러신학교를 다니며 목회학박사 학위 논문을 마무리할 즈음인 2008년 지금의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다. 가족 모두 거의 미국에 정착한 때라 현지에 머물고 싶었던 그는 교회 공동의회의 무기명 찬반 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표를 받지 못하면 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94% 찬성이 나왔다. 또 당시 논문 준비 차 참석한 콘퍼런스에서 그는 “단 한 영혼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일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하나님의 부르심도 받았다.

부르심에 응해 서산에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당시 서산이룸교회는 새 예배당 건축을 마무리할 무렵이었는데, 2007년 발생한 이른바 ‘태안 기름유출사고’ 여파로 지역 경제가 완전히 바닥인 상황이었다. 계획이 다 틀어지고, 재정 문제는 그를 압박해왔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12월 25일 서산이룸교회 앞 주차장에 이 교회 성도들이 각자의 차량을 교회를 바라보고 세운 채 차 안에서 성탄감사예배를 드리는 모습. 서산이룸교회 제공

백 목사는 “당시 8개월간 목회 사례비도 못 받을 정도로 교회가 어려웠는데 성도들에게 교회 재정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 같았다”면서 “아무런 내색 없이 40일 밤낮을 강단에 매트리스 하나만 깔고 밤새우며 금식 기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했다”며 “하나님은 기도하는 제게 알 수 없는 ‘평안’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평소 “늘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는 백 목사가 추구하는 목회 철학은 ‘행복한 목회’다. 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목회자로의 소명을 받은 그가 특이하게 대학 때 신학과가 아닌 종교음악과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백 목사는 “음악을 좋아하는 만큼 교회음악을 공부해 교회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음악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백 목사는 또 선교사역을 하며 하나님으로부터 “선교는 구제가 아니라 말씀이다”는 마음을 받게 된 후로는 복음을 전하고, 예배와 말씀을 바로 세우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한다. 이는 매 주일 저녁 삼대가 함께하는 찬양 예배를 고수하고, 필리핀의 다음세대를 위한 선교사역에도 매진하는 백 목사의 목회 핵심 철학이기도 하다.

어린이부터 학부모 등 각 나이대의 서산이룸교회 성도들이 교회 예배당에서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는 모습. 서산이룸교회 제공

백 목사는 “우리교회의 최우선 신앙적 가치는 말씀과 예배”라며 “말씀과 예배가 잘 잡힌 성도는 신앙생활이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자인 우린 때론 제 손에 뭘 쥐지도 않고선 다음세대에 무엇을 물려줘야 할지만 생각합니다. 우리가 물려줄 것은 시설도, 프로그램도 아닌 예수님이고 말씀입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 내 안의 예수를 다음세대와 믿지 않는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산=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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