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묻지마 칼부림' 범인은 시리아인…'反난민' 극우 돌풍 일까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의 졸링겐 시내 중심가에서 발생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용의자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자수했다. 26세 시리아 출신인 이 남성은 범행 직후 집 뒷마당에 숨어 있었다면서 피묻은 옷을 입은 채 경찰서로 찾아왔다. 다음 달 구(舊) 동독의 주요 주요 3개 주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독일은 이번 사건이 반(反) 이민, 반 난민 정서에 불붙여 극우당의 돌풍으로 이어질지 경계하고 있다.
25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이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내무부 대변인은 졸링겐 칼부림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이 전날 오후 11시 경찰서로 찾아와 “내가 바로 당신들이 찾던 사람”이라며 자수했다고 전했다. 헤르베르트 로일 주 내무장관은 “그를 심문 중이며, 관련 증거도 압수했다”고 말했다.
독일 뉴스 매거진 슈피겔은 용의자가 26세의 시리아인으로 수니파 이슬람 교도라고 보도했다. 2022년 독일로 건너와 빌레펠트에서 망명을 신청했으며 ‘보충적 보호(subsidiären Schutz)’ 지위를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보충적 보호 지위란 전쟁으로 국가를 떠난 이들에게 주로 부여된다. 슈피겔은 “보안당국은 그를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축제에 참여한 시민에 무차별 칼부림
앞서 23일 오후 10시 졸링겐 시내 중심가에서 도시 형성 6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민들의 목을 칼로 찌르고 달아나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3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8명이 크게 다쳤다. 부상자 중 4명은 목숨이 위태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경찰은 졸링겐에 위치한 난민센터를 급습해 15세 소년과 또다른 인물을 체포했다. 경찰은 해당 소년이 사전에 공격에 대해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목격자들은 이 소년이 공격 발생 직전 용의자와 공격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는 23일 사건 직후 자신들이 칼부림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IS는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박해받는) 무슬림을 위한 복수를 위해 조직원 중 한 명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독일 전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수백 명의 독일인들은 꽃과 촛불·인형·편지를 들고 졸링겐의 피해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졸링겐의 교회와 성당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도 모임에 참석했다. 팀 쿠르츠바흐 졸링겐 시장은 성명을 통해 “도시 전체가 충격과 공포, 그리고 큰 슬픔에 빠졌다”면서 “부상자들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졸링겐 사건이 독일 내에서 ‘칼을 사용한 범죄 증가’에 대한 논쟁이 증폭되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특정 지역에서 칼을 휴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폐쇄회로(CC)TV를 통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강력한 독일에선 CCTV 설치가 쉽지 않은데 이번 사건이 벌어진 졸링겐 축제 현장에도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3개주 선거, "반이민" 극우당 압승 가능성
외신은 이번 사건이 독일의 중요한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터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독일은 다음달 1일 튀링겐·작센주, 22일 브란덴부르크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상태다. 튀르키예 최대 통신사 아나톨루에이전시(AA)는 “이번 선거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신호등 연정(사민당·자유민주당·녹색당의 연립정부)에 대한 시험대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은 이미 이 사건을 이민자에 의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반 이민, 반 난민 정서를 선동하고 있다. 독일은 2015~2016년 유럽의 난민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했다. 인구 16만 명의 졸링겐에도 이라크‧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난민 수만 명이 거주 중이다.
AfD는 유권자들에게 “우리는 ‘강제 다문화’라는 잘못된 길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연정은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경 개방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민자를 막기 위한 변화는 우리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fD는 현재 망명 거부자에 대한 대량 추방을 공약으로 내건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AfD는 3개 주 모두 24~30%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지면 2차 대전 이후 극우 정당이 독일 의회에서 최대 의석을 차지한 사례가 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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