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마약·소아성애… 텔레그램 창업자 혐의 ‘살벌’

강창욱 2024. 8. 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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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범죄자들 텔레그램서 콘텐츠 교환”
“콘텐츠 방치하면서 당국에 비협조” 판단
구속기소될 듯… 러, 프랑스에 “독재국가”
2018년 5월 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텔레그램 창립자 파벨 두로프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들고 텔레그램 차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체포된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39)가 테러, 마약 밀매, 돈세탁, 소아성애, 사기 등 다수 중대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매체 TF1은 사법부가 두로프를 마약 밀매, 아동성범죄, 사기 등의 범죄에 연루된 공범으로 보고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법부는 텔레그램이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법 집행 기관에 협조하지 않은 점, 일회용 전화번호와 암호화폐 같은 수단을 제공하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체포 영장을 청구한 건 프랑스 내무부 사법경찰국 산하 미성년자 대상 범죄 단속 사무국(OFMIN)이다. 두로프는 체포된 뒤 프랑스 사기방지국에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수사관은 “테러리즘을 넘어 가장 위험한 아동성범죄자들이 텔레그램에서 소통하며 콘텐츠를 교환하고 있다”며 “지난 수년간 이 플랫폼은 조직범죄의 일번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소식통은 “그의 플랫폼(텔레그램)에서 수많은 범죄와 위법 행위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는 이를 관리하거나 협력하는 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중립적 플랫폼’으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구속기소 확실시… 도주 가능성 높아
두로프는 24일 저녁 법원에서 심문받은 뒤 다음날 테러, 마약 밀매, 공모, 사기, 자금 세탁 및 은닉, 아동성범죄 콘텐츠 관련 등 여러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TF1은 설명했다.

TF1은 “두로프는 구속될 것이 확실하다”는 수사관의 예상을 전했다.

텔레그램 창립자 겸 CEO 파벨 두로프가 2016년 2월 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기조 연설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구속 후 기소 역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TF1은 “억만장자인 그는 도주할 수 있는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그가 법정에 출석하겠다는 약속은 판사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설했다. 두로프의 재산은 155억 달러(약 20조6000억 원)로 추산된다.

이 매체는 두로프가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TF1은 “텔레그램은 범죄 콘텐츠의 온상”이라며 “이 암호화된 메신저에서는 조직 범죄자들이 많은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피해다니다 제 발로 파리에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두로프는 이날 오후 8시쯤 파리 르부르제 공항 활주로에 착륙한 개인 전용기에서 내리자마자 항공교통헌병대(GTA)에 체포됐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날아온 그는 여성 경호원 한 명과 동행 중이었다고 한다.

두로프는 유럽에서 체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구소련 국가, 남미를 여행해왔다고 TF1은 전했다. 유럽을 비롯해 텔레그램이 감시받는 나라는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번 비행이 단지 중간 경유였는지 (파리에 착륙한)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체포됐다”며 “그는 오늘 밤 큰 실수를 했다”고 TF1에 말했다. 두로프를 구금한 건 프랑스 사기방지국 조사관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로프에 대한 영장은 프랑스 영토 내에서만 집행할 수 있었다.

범죄자들에 보내는 경고… 러, 반발
두로프 체포는 텔레그램에서 자유롭게 활동해온 범죄자들에게 경고를 보내 위축시키려는 조치라고 TF1은 해석했다. 유럽 내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발생하는 테러 관련 문제들에 대해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는 목적도 있다고 봤다.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 국민일보DB


텔레그램은 페이스북, 유튜브, 왓츠앱, 인스타그램, 틱톡, 위챗과 함께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구소련 국가에서 영향력이 큰 편이다. 현재 활성 사용자는 9억명이다. 두로프는 올해 4월 “1년 안에 월간 활성 사용자가 10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두로프 체포 관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즉각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러시아 국영 통신사 타스에 밝혔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미하일 울리야노프 국제기구 러시아 대표 등 일부 러시아 정치인은 프랑스를 독재 국가라고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울리야노프는 X에 올린 글에서 프랑스를 ‘전체주의 사회로 나아가는 국가’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블로거들은 25일 정오 전 세계 프랑스 대사관에서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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