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전 회장 부정대출' 늦장 보고…현 경영진도 인지”

정진호 2024. 8. 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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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수백억원대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 우리은행의 현 경영진이 불법을 인지하고도 보고‧공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손 전 회장뿐 아니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현 경영진 책임론 제기한 금감원


25일 금감원은 ‘우리은행 부적정 대출 추가 설명 자료’를 통해 “우리은행 여신감리부서는 지난해 9~10월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대출이 대거 이뤄진 사실을 현 우리은행 경영진에 보고했다”며 “금융지주 경영진은 지난 3월 감사결과와 관련한 안건을 보고받았다. 늦어도 3월엔 전직 지주 회장 친인척 연루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에게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과 관련해 “대출 심사 소홀에 따른 부실에 해당하므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할 의무가 없고, 뚜렷한 불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도 보고나 공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반박과 함께 경영진 책임론을 내놨다.

우리은행 부적정 대출 구조. 자료 금감원

자체 감사, 보고 모두 늦어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을 인지했지만, 올해 1월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3월엔 감사를 종료하고 4월엔 관련자 면직 등 징계처분을 내렸다. 우리은행이 자체 감사 결과를 금감원에 전달한 건 지난 5월이다. 금감원이 부적정 대출 관련 제보를 받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직후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이 이번 사안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그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있어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우리금융지주‧은행은 대규모 부적정 대출 취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 그간 금감원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추진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 “누군가는 책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 검사‧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법상 보고해야 하는 내용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지주‧은행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금융당국 조사와 수사기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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