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용재 오닐, 음악이 전하는 사랑·희망의 가치는 불변
2021년 그래미상 영광 안겨준 협주곡 연주
리처드 용재 오닐은 흔히 한국인이 가장 잘 아는 비올리스트로 통한다. 그의 사연이 소개된 2004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의 반향이 워낙 컸다. 당시 20대 청년은 이제 40대 중년이 돼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오는 9월2일까지 이어지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다.
용재 오닐은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0년의 세월이 흘러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한 가지 변치 않는 가치가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는 그 순간만큼은 "아! 세상이 그래도 괜찮은 곳이야"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 창단 30년을 맞은 실내악 단체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다. '힉 엣 눙크!(Hic et Nunc!)'는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세종솔로이스츠는 줄리아드 스쿨과 예일 대학에서 지도자로 명성을 쌓은 바이올리니스트 강효 교수가 1994년 창설한 실내악 단체다. 용재 오닐에게 특별한 단체다. 용재 오닐은 2001년 세종솔로이스츠에 입단했고 그해 세종솔로이스츠 단원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렇게 한국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국전쟁 고아로 4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그의 어머니와 용재 오닐이 미국인 조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미국 명문 음대 줄리아드 스쿨에 입학했다는 사연이 방송에 소개됐다.
그런 그에게 음악은 사랑, 희망이라는 단어와 동의어가 아닐까 싶다. 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리고 싶어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제 모든 삶과 공연에서의 경험에 감사하고 있다"며 "제 음악 여정에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용재 오닐은 이번 무대에서 자신에게 그래미상의 영광을 안겨준 미국 작곡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한다. 용재 오닐은 이 곡으로 2021년 그래미상 '베스트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을 수상했다. 앞서 2006년, 2010년에도 후보에 올랐지만 당시에는 수상에 실패했다.
"그래미 수상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였다. 변화와 성장에 더 유연하고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비올라는 상대적으로 바이올린과 첼로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악기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용재 오닐은 그래미상으로 다른 비올리스트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 너무 기뻤다고 했다. "비올리스트들이 비올라를 고르는 이유는 아주 큰 것의 한 부분이 되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남을 돋보이게 도와주고 스스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용재 오닐은 "자신의 MBTI가 옹호자 유형의 INFJ"라며 "비올리스트에게 좋은 성격 유형인 것 같다"고도 했다.
용재 오닐은 2020년부터 현악 4중주단 다카치 콰르텟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카치 콰르텟은 올해 50번째 시즌을 맞은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이다. 용재 오닐은 앞서 2019년까지 12년간 클래식 앙상블 디토를 이끌었다.
"디토를 비롯한 여러 활동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내악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만드는 목적이었다. 이제는 현악 4중주단에 몸담으면서 실내악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다카치 콰르텟 합류는 영광스럽고 의미있는 일이다."
용재 오닐은 언젠가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헤롤드'를 연주해 스승인 도널드 매키니스(Donald McInnes)를 기리고 싶다고 했다. "스승인 매키니스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헤롤드'를 연주하며 데뷔했다. 언젠가 그분의 위대한 가르침을 기리기 위해 그 곡을 연주하고 싶다."
최근 주목하는 연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용재 오닐은 자신이 임윤찬과 브루스 리우의 팬이라고 했다. 또 "최근에는 콜로라도 아스펜, 일리노이 라비니아, 샌타바버라의 웨스트 음악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거기서 만난 젊은 예술가들도 정말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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