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마법'도 '광프리카'엔 안 통했다…"열대야, 9월초까지 간다"
" “한 달 넘게 에어컨을 틀고 살았더니 온몸에 열이 나고 아프네요. 온종일 습도도 높아 찜통 속에 갇힌 느낌입니다.” "
지난 24일 오후 9시 3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 운동장. 지인들과 함께 음료수를 마시던 김영철(49)씨는 “광주에 29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는 바람에 열흘 넘게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광주·전남 4명 사망
올해 광주·전남 열대야는 역대 최다인 2018년(25.7)보다 1.9일 늘어난 것으로, 제주(42.5일)를 제외한 전국 육상 시·도 중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다. 시·도별로는 서울·경기 23.8일을 비롯해 전북 22일, 충남 21일, 경남 20.9일, 강원 20일 연속으로 각각 열대야가 발생했다.
덥고 습한 광주, 처서 지나도 ‘광프리카’
전문가들은 “광주·전남처럼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 더위를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광주는 기상청의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여름철(5~9월) 체감온도 통계에서도 전국 1위(29.52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기온과 습구온도 등을 토대로 인간이 느끼는 더위를 수치로 계산한 것이다.
어류 392만 마리, 닭·오리 18만 마리 폐사
육상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양식 어류와 가축 폐사 피해도 속출했다. 전남에서는 여수시를 비롯한 5개 시·군에서 넙치와 조피볼락(우럭) 등 양식 어류 392만 마리가 폐사했다. 올해 전남지역 79개 어가의 피해액만 107억6200만원에 달한다. 닭과 오리 등 가축도 광주·전남에서만 18만 마리가 폐사했다.
“태풍 ‘산산’ 지나가면 다시 폭염”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주 중후반에 제10호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유입돼 무더위가 일시적으로 누그러질 수 있다”며 “다만 티베트고기압이 재확장하고, 고온건조한 서풍과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면서 다시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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